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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의 인간 해방 이야기-2편 [박수룡 칼럼]

기사승인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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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매드맥스>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갈 곳을 잃은 퓨리오사에게 맥스는, 이미 불모지가 된 곳을 향하여 무작정 가는 것 대신 그녀가 출발했던 곳, 시타델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임모탄의 폭정 하에서 죽어가는 많은 이들을 해방시키고 그곳을 생명의 터로 복원하자는 것이다. 애써 벗어난 임모탄의 지배 영역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떠나올 때보다 더 큰 위험과 고통을 겪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들은 평소에는 자신의 이성(理性)으로 살아가지만 그 이성이 벽에 부딪힐 때, 더 바람직하게는 그런 벽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 무의식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정신의학자 융(C. G. Jung)은 이런 무의식의 기능을 남성에게는 아니마(Anima), 그리고 여성에게는 아니무스(Animus)라고 불렀다. 맥스는 퓨리오사의 아니무스에 해당한다. 즉 한 여성이 단순한 여성을 넘어 온전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녀의 무의식에 있는 남성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쉽거나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가부장 남성의 보호 아래서 어쩌면 편히 살 수도 있었음에도, 그 보호가 사실은 억압이었음을 깨달아 겨우 벗어났는데, 이제 와서 다시 남성성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끔찍한 과거 생활 방식으로 함몰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가정 폭력을 경험하여 남성 사귀기를 두려워하거나, 혹은 비슷한 상대를 만나 불행하게 사는 여성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부분이 아니라 온전한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조화와 통합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해방에는 외부의 압제뿐 아니라 스스로를 가두었던 내면의 굴레도 깨달아 벗어나는 과정도 필요하다.

▲ 영화 <매드맥스> 스틸 이미지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상처들을 받는다. 우리의 생존 본능은 우리가 그런 상처들을 회피하고 안전한 곳에 머무르게 한다. 우리에게 화난 아버지의 표정, 실망한 어머니의 한숨,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싶었던 실패, 내 믿음에 되돌아온 죽이고 싶을 정도의 배신, 그리고 조금만 타협하면 편해졌던 달콤한 유혹들. 이런 경험들이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고 결과적으로 보다 나은 삶을 포기하게 한다.

우리는 좁고 한정된 삶에 머무를 것인가? 두렵지만 진정한 자유와 독립을 향하여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인가?

퓨리오사는 후자를 선택한다. 동료의 희생과 적잖은 상실을 치렀지만, 퓨리오사는 임모탄을 처단하고 많은 사람들을 해방하여 생명수를 나누어 준다. 그리고 맥스 즉 그녀의 무의식은 그녀의 영웅 탄생을 축하하며 사라진다.

우리는 의식(意識)이라는 익숙한 삶을 산다. 하지만 그런 제한된 삶, 즉 집단적이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우리 무의식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이끈다.

▲ 영화 <매드맥스> 스틸 이미지

이것이 무의미한 방황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의식이라는 좁은 틀(여성성)에서 벗어나 무의식(아니무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쉽지 않은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잠재되어 있던 많은 가능성들이 펼쳐지며 우리 삶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생명수를 얻으며 환호하는 민중들은 그런 성취를 상징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이 우연히 생겨났다가 흔적 없이 사라져 가는 물건이 아니라, 개인을 초월하는 궁극적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점을 드러내야 한다. 우리는 첫 번째 탄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두 번째 탄생은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려는 결심이 그것이다.

사실 삶의 주인공이 된다고 해도 무슨 대단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더러는 기뻐하고 또 더러는 슬퍼하면서 하루하루를 애써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강자의 억압이 두려워서 움츠러든 채 살아가거나,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고 약자를 억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많은 이들과 더불어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복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엄청난 분노로 저항할 것이다. 이렇게 소박하고 기본적인 삶, 이것이 진정한 자아실현 즉 인간 해방의 모습이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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