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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오리지널리티와 실존주의 [유진모 칼럼]

기사승인 20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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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방탄소년단이 드디어 해냈다. 새 앨범 ‘BE (Deluxe Edition)’의 한국어 가사로 된 타이틀곡 ‘Life Goes On’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한 것. 한국어 가사로서는 최초이기에 그 의미가 엄청나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Dynamite’와 피처링한 Jason Derulo의 ‘Savage Love (Laxed ? Siren Beat)’ 리믹스 버전으로 ‘핫 100’ 1위에 세 번째로 등극했는데 이번은 그 의의가 사뭇 다르다. 한글 가사 위주의 노래가 1위에 오른 것은 빌보드 차트 62년 역사상 처음이다. 영어 외의 가사가 ‘핫 100’ 1위에 오른 기록은 스페인어가 대부분인 Luis Fonsi(feat. Daddy Yankee)의 ‘Despacito’에 이어 ‘Life Goes On’이 두 번째.

방탄소년단은 지난 9월 5일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디지털 싱글 ‘Dynamite’로 처음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작성한 뒤 12일 차트까지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한국 가수 최초’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뒤 피처링한 ‘Savage Love’ 리믹스 버전으로 10월 17일 ‘핫 100’ 차트 1위에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 두 곡은 핸디캡이 있었다. ‘Dynamite’는 외국 아티스트들이 작사, 작곡해 준 데다 영어 가사고, ‘Savage Love’의 오리지널은 다른 아티스트다. 그런데 ‘Life Goes On’은 RM, 슈가, 제이홉 등의 멤버들이 외국 아티스트와 함께 작사, 작곡을 한 데다 한국어 가사다. 즉 오리지널리티로 ‘핫 100’의 1위를 차지한 것.

방탄소년단은 21세기 들어 유일하게 비틀스에 비견되는 슈퍼 그룹이다. 하지만 그동안 ‘핫 100’ 1위에 등극하지 못한 데다 앞선 두 곡으로 1위에 올랐음에도 오리지널리티와 한국어 가사 문제에서 비틀스에 뒤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Life Goes On’으로 그 핸디캡을 깨뜨렸다. K팝의 역사를, 한국 대중예술의 역사를 새로 썼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를 석권한 것과 나란히 한국 대중예술의 금자탑을 세웠다.

이는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 소식을 알리며 미국 언론으로부터 내년 아카데미에서의 수상이 유력시된다는 평가를 받는 ‘기생충’ 효과와 연결될 만한 희소식이다. 비록 정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미나리’는 윤여정과 한예리 등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미국으로 이주한 재미동포의 사연을 담은 내용이다. 아무래도 ‘기생충’의 후광 효과라고 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는 최근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배우 25인’에 김민희와 함께 송강호가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현상과도 유관하다. 만약 송강호가 ‘기생충’이란 작품을 만나지 않았던들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을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방탄소년단이 오리지널리티로 ‘핫 100’ 1위를 차지했다는 건 향후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더 커질 것이 명약관화할 뿐만 아니라 한글과 한국어에 대해서도 매우 우호적이고 친화적으로 바뀔 것이란 예측을 가능하게 만든다. 즉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K팝 스타들에게 더욱 눈길을 돌릴 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른 장르의 가수들에게까지 관심을 집중할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이다.

팝 음악은 북미 대륙에 끌려온 서아프리카 출신 흑인 노예들이 블루스라는 음악을 만들어내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크리올(유럽인과 흑인의 혼혈로 흑인에 비해 부유함)과 백인이 리듬감을 입혀 리듬앤드블루스를 만들고, 다시 백인이 그들의 컨트리앤드웨스턴과 결합해 로큰롤(록의 전신)을 만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록 음악이 유행하게 됐다.

그런데 비틀스는 영국인들이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동경하던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 4명의 더벅머리 청년들이 미국의 음악으로 미국 시장을 점령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음악 역시 록을 기저로 한다. 리듬앤드블루스 요소도 담겨있다. 그런데 비틀스가 그랬듯 여기에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담아 훌륭한 K팝으로 재창조해 미국 시장을 석권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관심은 방탄소년단이 또 어떤 새로운 역사를 쓸지를 넘어서 어떤 한국 가수가 방탄소년단의 바통을 이어받을지가 되지 않을까?

방탄소년단의 강점은 많다. 그중에서도 그들의 가사가 가진 철학적 깊이는 가장 유니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ife Goes On’의 주제는 가사 중 ‘덕분에 눌러보는 먼지 쌓인 되감기/ 넘어진 채 청하는 엇박자의 춤/ 끝이 보이지 않아/ 출구가 있긴 할까/ 저 미래로 달아나자/ 하루가 돌아오겠지/ 아무 일도 없단 듯이’ 부분에 담겨있다.

제목과 가사는 ‘(그래도) 인생은 계속 진행된다’는 실존주의다. 어떤 고난과 고통이 와도 내일은 오기 마련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 리와인드 버튼에 먼지가 쌓여있긴 하지만 사람들은 가끔은 과거를 되돌아보곤 한다. 과거를 반추함으로써 미래의 잘못을 미연에 방지하니까. 추억과 기억이 곧 미래지향적이라는 발상의 전환!

키에르케고르는 양으로든 음으로든 야스퍼스, 하이데거, 사르트르 등에 영향을 끼친 현대 실존주의의 선구자로 칭송받는다. 그는 전 세대에 절대적 관념론을 완성한 헤겔의 형이상학에 경도된 철학계의 사조에 반발해 독창성을 인정받은 당대의 희귀한 존재자다. 그래서 헤겔을 미워한 쇼펜하우어를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생전에 그는 그토록 교회의 권위에 맞서 싸웠지만 교회는 그의 시신을 거둬들였다. 그만큼 그는 19세기의 위대한 현자였다는 증거다. ‘Life Goes On’으로 실존주의를 외치는 독창적인 뮤지션 방탄소년단은 이 시간만큼은 한국의 키에르케고르(영웅, 현자)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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