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우리나라는 지금 국내외적으로 정치적인 격변기에 있지만, 세계는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할 준비로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속히 정치적인 안정을 이루어 이런 시대적인 변화에 대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공학의 발전으로 대표되는 혁신적인 기술이 경제와 산업뿐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도입되는 시대를 말한다. 그 결과 새로운 문명의 영향은 우리의 가족생활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미 여러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였듯이, 그런 변화는 쇼핑이나 재정 관리 등에 머무르지 않고, 육아나 간병처럼, 지금은 가족이 맡아야만 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집안일의 대부분이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서 처리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섹스와 같은 남녀 간의 기본적인 애정표현과 욕구마저도 로봇을 통해서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도 한다.

이런 시대에 가정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되며, 또 가족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오늘날의 가정생활은 우리가 알고 있던 전통적인 모습과는 이미 상당히 달라져 있다. 단순히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뿐 아니라, 결혼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결혼과 가족, 그리고 가정생활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잠시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문명의 발달은 ‘비(非) 본질적인 것들로부터 본질적인 것들을 구분해내려 애써온 과정이라 말할 수 있겠다. 즉 인간은 스스로를 다른 동물들과 다른 존재로 발달시켜왔고, 여러 미신과 잘못된 지식들로부터 꾸준히 진실을 찾아내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남녀 성별이나 출신 배경보다는 각 사람 자체가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으며, 가정생활에서도 가문의 명예보다는 각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대하여 본질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래의 가정생활에 있어서도 무엇이 진정으로 본질적인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비본질적인 사항들보다는, 가정에 주어진 본질적인 과제가 얼마나 잘 수행되는가에 따라서 그 가정의 건강성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족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필자로서는, 가정생활에서의 본질적인 과제로 ‘유대감과 개별성의 성취’를 꼽고자 한다.

유대감과 개별성은, 그 자체로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보이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들 모두는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유대감을 통하여 안정감을 얻지만, 이와 동시에 자신이 고유하게 의미 있는 존재로 인정을 받을 때 개인적인 성취감을 누리곤 한다. 이처럼 상반되는 특성은, 우리가 자신과 잘 통하여 편하게 느낄 수 있으면서도 때로는 자신과 다른 점이 있어서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상대를 배우자나 친구로 선택한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를 스포츠에 적용하자면, 팀 구성원들이 좋은 팀워크를 가지면서도 선수 각자가 주어진 상황 해결 능력을 잘 갖추고 있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으로 말할 수 있겠다.

기술과 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삶이 획일화될 것 같은 미래 시대에도 가족이 존재할까, 또 그런 시대에는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시대일수록 우리 인간은 유대감을 확인하는 동시에 개별성을 추구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사랑의 공동체는 당연히 존재할 뿐 아니라, 오히려 가정이야말로 이처럼 겉보기에 상반되어 보이는 욕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터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 있어야만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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