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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들의 새벽’, 좀비 장르의 지존 알리는 명불허전의 메타포 [유진모 칼럼]

기사승인 20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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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조지 로메로 감독의 ‘시체들의 새벽’(1978)이 오는 15일 국내에서 정식으로 첫 개봉된다. 좀비 영화의 마니아들이 고전 반열에서 앞 서열에 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 작품은 이후 수많은 좀비 소재 영화들에게 레퍼런스가 됐고, 영감을 줬으며, 영원히 기억될 걸작 중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시체들 중 뇌가 멀쩡한 것만 살아나 사람의 살을 뜯어 먹는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똑같은 좀비가 돼 사람들을 공격하고 그렇게 세상은 지옥으로 변한다. 연인인 방송사 기자 프랜과 스티븐은 헬기에 SWAT 팀 대원 피터와 로저를 태운 뒤 안전지대를 찾아 나선다.

도착한 곳은 대형 쇼핑몰 옥상. 피터와 로저가 조심스레 창을 깨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2층까지 살펴보니 좀비들이 1층까지만 점령했을 뿐 2층 위로는 안전한 듯하다. 그들은 맨 꼭대기 층에 키 스테이션을 꾸린 뒤 거기 쌓인 스팸으로 일단 허기진 배를 달래다가 점점 아래층을 점령해가기 시작한다.

옥상에서 주변 지형을 탐색하던 피터와 로저는 대형 트럭을 발견하자 그걸로 쇼핑몰 입구를 막아 좀비의 추가 침입을 차단하고 실내의 좀비들을 소탕해 그들만의 편안한 세계를 꾸미기로 작정한다. 스티븐이 헬기를 조종해 두 사람을 트럭에 내려주자 그들은 아슬아슬하게 입구를 봉쇄하는 데 성공한다.

잠깐 방심한 사이 로저가 좀비에게 물리고, 일행은 일단 진정제를 주사해 그의 고통을 덜어주며 좀비로 변하는 걸 최대한 연장한다. 프랜은 스티븐이 사고를 당할 때를 대비해 자신이 헬기 조종법을 배우겠다고 한다. 그렇게 야외에서 스티븐에게 조종술을 배우는 모습을 20명의 폭주족들이 목격하는데.

장르가 호러와 스릴러 등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은 블랙코미디에 더 가깝다. 지금은 그렇게 강하지 않지만 당시로서는 슬래셔 분야의 선구자 격이라고 평가할 만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섭다기보다는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가 충만하다. 가장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건 현대인의 과소비 성향과 이기주의다.

네 주인공이 정착한 곳이 왜 하필이면 대형 쇼핑몰일까? 그곳에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과 더불어 사치와 향락까지 구비돼있다. 네 명이 쇼핑몰에서 처음에 ‘득템’하는 건 스팸이다. 아주 간단한 인스턴트식품. 이건 생필품이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마치 ‘도장 깨기’를 하듯 점점 내려간다.

1층에 득실대는 좀비가 2층, 3층에까지 올라오지 않았으리라는 보증은 없건만 인간의 욕심은 만족을 못 하고 ‘더 더 더’를 외치며 소비의 욕망을 불태우는 것이다. 인트로의 방송국의 빨간 페이브릭 벽지와 “다들 제정신이 아냐”, “우리 스스로 무덤을 팠다”라는 대사가 작금의 혼돈의 시대를 암시한다.

주인공들은 쇼핑몰 입구를 막은 뒤 장내의 좀비들을 모두 죽여 냉장고에 옮김으로써 안정을 찾고 여유를 즐기게 된다. 스티븐은 “여긴 좋은 곳이야. 뭐든 다 있고 안전해”라며 TV까지 가져와 즐긴다. 프랜은 1층 오픈 라운지를 홀로 산책하는가 하면 여유롭게 스케이트장을 마음껏 달리기도 한다.

피터와 스티븐은 카운터에서 현금 다발을 챙긴 뒤 CCTV를 보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는 마주앉아 큰 노름판을 펼친다. 그러나 굳이 돈이 없어도 그들은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사치란 사치는 모두 경험해 본다. 그렇다면 좀비들은 왜 여기서 서성댔고, 밖의 좀비들도 들어오려 안간힘을 쓸까?

“저들은 우리를 노리는 거야, 이 장소를 노리는 거야?”라는 질문에 “우리랑 같아. 그들도 본능과 추억 때문에 움직여”라고 답한다. 좀비들도 사람이었을 때 이곳에서 쇼핑을 즐겼거나 마음껏 쇼핑을 하지 못한 한을 품고 죽은 것이다. 소비의 향긋한 추억 혹은 못다 한 아쉬움이 몽유병을 유발하는 것.

주인공을 포함한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낳은 배금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경도된 이기주의자들이다. 스티븐은 방송국에서 바쁘게 일하는 프랜에게 “누군가는 살아남아야 해”라며 자신과 함께 헬기로 탈출할 것을 종용한다. 동료들은 목숨 걸고 일하는데. 흡연자인 프랜도 담배를 달라는 경찰을 외면한다.

한적한 시골 사람들은 캔맥주를 마시면서 들판을 오락가락하는 좀비들을 총으로 쏘며 마치 축제를 즐기는 듯하고, 군인들도 게임을 하는 듯 시시덕거리며 총을 쏜다. 좀비는 그런 사람들의 이기적인 소비문화에 희생된 것들을 은유한다. 가난하거나 약한 사람, 혹은 파괴된 자연과 생명일 수도 있다.

초반에 SWAT 대원 로이가 미친 듯이 히스패닉과 흑인을 향해 총을 난사한 뒤 결국 다른 대원의 총에 죽는다. 피터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트리니다드의 부두교 목사였다고 한다. 로이는 부두교가 모시는 신이고, 좀비는 부두교 마법사가 시체에 비법의 약을 먹여 살려 노예로 만든 신비의 존재자다.

그런데 이 작품은 좀비를 그런 주술적 존재가 아닌 ‘감정 없는 본능적 존재자’로 그린다. 무는 것 외에는 위압감이라고는 거의 없다. 느려 터져서 사람들이 그들 사이를 내달리며 희롱하기 일쑤다. 스티븐은 그들이 창궐한 이유가 지옥이 만원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이 작품의 주제를 담은 대사다.

평안한 쇼핑몰 내의 생활과 한가한 좀비떼들의 일상은 폭주족들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다. 악당들은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약탈하며 살상(?) 한다. 심지어 좀비의 지갑과 보석까지 강탈한다. 주인공들이 천박한 자본주의자라면 악당들은 나치 혹은 파시스트 같은 광폭한 극우주의자들이다. 명불허전!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유진모 ybacchus@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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