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프랑스의 대표 요리 중 하나인 에스카르고는 식용 달팽이 혹은 달팽이 요리로 포르투갈, 스페인, 모로코 등지에서도 먹는다. 에피타이저로도 나오는데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제일 일반적인 요리다. 스튜로 만들거나 볶아 먹기도 한다. 에스카르고용 달팽이는 자연산으로 전처리를 거쳐 식용한다. 요리는 달팽이를 고정시키는 작은 원형 홈이 파인 전용 접시에 담아 내며, 전용 집게와 포크를 사용해 먹는다.

에스카르고의 역사를 보면,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달팽이를 먹었는데 당시 인류가 생활했던 동굴에서 달팽이 껍질이 발견되었다. 그 중 지중해 연안에서 식용한 증거들이 많이 발견되었고 그 달팽이 종류들은 오늘날 에스카르고용과 비슷하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에 달팽이 요리가 귀족의 별미가 됐다. 1세기경 로마 미식가 마르쿠스 가비우스 아피시우스도 우유 먹인 달팽이를 기름에 볶아 먹었다. 고대 로마 자연학자 플리니는 저서에 “에스카르고용 달팽이는 가치가 높아 함부로 만질 수 없을 정도였다”라고 기록하였다. 로마 제국의 팽창으로 이 요리는 서구권으로 전파됐고, 특히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이를 개량한 것으로 추측한다.

중세시대 프랑스에서는 프랑수아 1세(재위1515∼1547)와 앙리 2세(재위 1547∼1559)에게 에스카르고가 자주 진상되었다. 유명해진 경위를 보면, 달팽이가 포도잎을 갉아먹어 포도 성장을 방해하자 와인 농장의 고민이 많았다. 15세기경 브루고뉴의 한 농부가 달팽이를 제거하고자 상금을 걸고 달팽이 요리 경연을 했더니 식재용으로 달팽이를 잡으면서 달팽이가 줄어 들었다. 오늘날의 에스카르고 요리 레시피가 유래된 것은 19세기 초다. 1814년 프랑스 정치가며 미식가 탈레랑(Talleyrand)은 유료사 앙토냉 카렘(Antonin Carême)에게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1세(재위 1801~1825)를 위한 저녁 만찬에 부르고뉴산 달팽이 요리를 준비하라 했다. 카렘은 마늘, 파슬리, 버터를 이용해 새롭게 요리를 선보였고, 만찬 참석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부르고뉴 풍(the Burgundian)이라는 카렘의 달팽이 요리법은 19세기 이후 유명 레스토랑의 메뉴로 자리잡았다.

유럽권 특히 프랑스의 유명한 ‘에스카르고 알 라 부르귀뇽(escargots à la Bourguignonne)’의 조리 방법은 다음과 같다. 껍질에서 분리한 달팽이를 갈릭 버터, 치킨 스톡, 와인과 함께 구워 준비한다. 껍질에 살을 다시 넣고 마늘, 파슬리, 소금과 후추를 섞은 버터 혼합물을 살 위에 바른다. 이 것을 팬에 놓고 오븐에 구워 전채요리나 주 요리로 먹는다. 모로코에서는 노점상이 달팽이를 삶아서 파는데 향신료나 소스에 찍어 먹거나 그냥 먹는다.

에스카르고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 맛과 무기질, 비타민과 필수 불포화 지방산이 높은 건강식이다. 100가지 이상의 식용 가능 달팽이 중에도 작은 종이 많아 달팽이를 선별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프랑스의 최다 식용 종은 라틴 유럽 토착종인 헬릭스 포마티아(Helix pomatia)와 근연종인 프티그리(petit-gris, 회색 작은 달팽이)이다. 프티 그리는 지중해와 호주의 숲과 들판에서 사는데 양식이 가능한 유일한 종이나 소비량은 많지 않고 지름이 30~40mm 정도다. 에스카르고 드 부르고뉴(학명: helix pomatia linnaeus)는 부르고뉴 지역에서 서식하던 종이나 오늘날 자연산은 없다. 양식이 어려워 중앙 유럽 청정지역에서 수입하는데 지름이 30~45mm 정도다.

프랑스 에스카르고티에<escargotière, 달팽이 양식장, (여러 작은 홈이 있는) 달팽이 굽는 접시>에서는 달팽이 살을 껍질에 넣고 마늘, 파슬리, 소금, 후추로 양념한 버터와 함께 용기에 담아 판다. 이 완제품을 오븐에 구워 조리하면 된다.

프랑스의 최고 요리 ‘에스카르고(escargot)’는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Escargot’는 고대 그리스어 ‘konchylion(식용 조개, 굴)’이 고전 라틴어 ‘conchylium’을 거쳐 통속 라틴어 ‘coculium’이 된 다음 고대 프랑스어로 유입되어 ‘escargol’로 변형이 되었다. 이 말이 프로방스어 ‘escaragol’을 거쳐 1549년경 프랑스어 ‘escargot(식용 달팽이)’로 정착했다. 이 단어가 영어로 차용되어서 1892년 처음 기록이 되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