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n't she lovely(이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럽지 않나요?)
Isn't she wonderful(이 아이가 정말 놀랍지 않아요?)
Isn't she precious(이 아이는 비할 데 없이 소중하지요.)
Less than one minute old(이제 갓 태어났죠.)
I never thought through love we'd be(나는 우리 사랑의 결실로)
Making one as lovely as she(이렇게 사랑스러운 생명을 내가 가지게 될 거라고 결코 생각지도 못했죠.)

[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이 노래 ‘Isn't she lovely'는 스티비 원더가 갓 태어난 딸에 대한 사랑과 기쁨을 노래하기 위해서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그는 앞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조그만 생명을 만져볼 수만 있었을 텐데, 사실 얼마나 자기 딸을 직접 보고 싶었을까요? 그 만큼은 아닐 지 몰라도, 결혼한 사람들에게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아이는 이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선물입니다.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다는 것
그렇지만 최근에는 아이를 낳는 것을 기쁨보다는 부담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어서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그들의 대부분의 이유는, 맞벌이를 해야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기도 하고, 설령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긴다고 해도 성인이 될 때까지 돈도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또 더러는 아이를 키우느라 하고 싶은 것 못하면서 이것저것 신경 쓰며 살고 싶지 않아서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하는 이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는 조금은 얌체 같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살겠다는 사람에게 누가 뭐라 할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이유들 외에, 자기 자신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아이 낳기를 미루거나 아예 단념하는 경우들도 생각보다 아주 많습니다.저의 선배 중 한 분은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슬하에 아이가 없었습니다. 저는 선배 부부가 노력을 했지만 무슨 문제가 있어서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선배에게 위로 삼아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짐작한 것과 전혀 다른 대답을 들었습니다. “내가 뭐 잘난 게 있다고, 이 세상에 나 닮은 애를 또 만들겠어. 나 하나 살아있는 것도 미안한데. 우리는 결혼할 때부터 그러기로 했어.”평소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았던 선배에게서 이런 대답을 들으니 꽤 놀랍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종진씨도 결혼은 했지만 자신이 좋은 부모가 될 수 없을 것 같고 또 잘 키울 자신도 없어서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다가, 부인의 임신을 계기로 상담을 받으러 왔습니다. 종진씨에게 남아있는 부모에 대한 기억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를 비난하며 싸우느라 그 자녀들에게 무관심했던 모습뿐이라고 했습니다. 종진씨는 그런 집이 싫어서 밤늦게까지 집 밖을 서성이다 두 분 중 한 분이 잠이 들었을 때에나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집에 들어가서도 부모와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대화를 피하며 자랐다고 했습니다. 종진씨는 어렸을 때 같이 놀던 친구가 그 아버지를 길에서 보고 반갑게 부르며 뛰어가던 모습을 자신은 정말 신기하게 바라보는 장면이 영화처럼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서 아버지와 닮은 점이 보이면 소스라치게 놀라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거울을 보거나 사진 찍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혼이야 어떻게 했지만,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그에게는 전혀 내키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갖는 것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부인은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기 때문에 종진씨는 그 이유를 말하지 않은 채 가임 기간에는 성 관계를 피하는 식으로 임신을 피해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부인으로부터 임신 소식을 전해 듣고서는 ‘올 것이 왔다!’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사실 예상과는 달리 기쁜 마음도 조금은 들었지만, 그보다는 ‘겁난다’는 마음이 훨씬 컸습니다. 그래서 자신 같은 사람이 아버지가 되어도 되는 것인지? 좋은 아버지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해로운 아버지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상담 받고 싶어 했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종진씨처럼 부모님에 대하여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부모가 된다는 것은 누구라도 충분히 겁을 낼만한 사건임에 틀림 없습니다.한 생명을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역할은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기도 하고, 핵가족 사회인 요새는 옛날처럼 어깨 너머로 아이 키우는 것을 보면서 배울 기회도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이가 처음엔 예쁘더니, 매일 밤 몇 번씩 깨어 젖 달라고 우니까 안 예뻐 보이더라”라거나 “자식 키우기가 내 맘대로 되는 줄 아니? 이건 자식이 아니라 원수라니깐! 오죽하면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까지 있겠냐고?” 등의 말을 듣다 보면 ‘결혼 했다고 꼭 애를 낳아 키워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라고 해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도 집안 어른들은 여전히 ‘아이가 있어야 가정이 지켜진다’거나 ‘아이를 키워봐야 어른이 된다’고도 하시지 않던가요?

도대체 어른이 된다는 게 뭘까요? 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게 어떤 의미이기에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일까요?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제 짧은 경험으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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