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우리는 한 남성이 다른 여성에게 빠져들게 될 때에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을 심층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비합리적이고 무의식적인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성과 여성이 서로에게 끌리는 것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서 보듯, 그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동물들과 다르게 인간에게는 이성 관계를 통하여 단순한 생식 목적이나 성 충동을 해소하려는 것을 넘어서는 원초적인 욕구가 작용한다.

인간은 남녀 모두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을 함께 가지고 태어나는데, 대부분의 남성은 자라면서 남성적 특성을, 반대로 여성은 여성적 특성을 더 발달시키기 마련이다. 이렇게 발달된 특성은 그 사람의 의식적인 자아에 통합되는 반면, 발달될 기회를 얻지 못한 특성은 무의식에 남아있게 된다.​

그런데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은 본래 서로 통합하여 하나를 이루려는 경향을 가지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과 다른 특성을 가진 존재에 대해서 ‘사랑’ 혹은 ‘매혹’과 같은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자석의 N, S 극처럼 매우 다르면서도 서로에게 끌리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점을 잘 알지 못하면, 남성과 여성이라는 양분(兩分)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성애나 외도와 같은 현상을 성적 도착(倒錯) 정도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정도로는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가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남성이 빠져들기 쉬운 여성적 특성에는 몇 가지 수준이 있다.

그 처음 수준에서는 자신에게 잘 해주는 여성에게 끌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흔한 예로 시골에서 서울로 유학을 오거나 또는 부모를 떠나 다른 지방으로 옮겨가서 살게 된 남성은 의식주와 같은 자신의 기본적인 필요 사항들을 챙겨주는 여성에게 빠지기 쉽다. 병역이나 장기 출장으로 집을 떠나있던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 부모가 기겁할 정도로 일반적인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여성을 데려와서 결혼하겠다고 고집하는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둘째의 수준은 이성에게 성적으로 매혹되는 것이다. ​이는 육체적 매력뿐 아니라 정서적 및 감각적인 부분을 포함한다. 미혼 남성이라면 무분별한 연애에 탐닉하거나, 기혼 남성의 경우에는 외도나 성 중독적 외도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남성이 끝내 분별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자신의 삶은 물론 주위 사람들까지 포함한 모두의 불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셋째의 수준에서는 순결한 인상을 주는 여성에게 빠지는 것이다. ​물론 그런 여성을 통하여 자신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얻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상대 여성을 충분히 잘 알지도 못한 채 상대를 신비화하고 이상화 하는 경우에 나타난다. 때로는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가진 ‘경계선적’ 여성을 잘못 판단하고 빠져들 수도 있는데, 결국에는 폭력적 비극으로 결말이 날 수도 있다.

마지막은 여성적인 지혜에 대한 매력이다. ​갈등과 혼란으로 삶의 방향을 잃은 남성들이 이런 상황에 빠져들기 쉬운데, 그 여성이라면 불안과 충동에 빠진 자신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쌓은 남성이라도 상대 여성을 포함한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지나친 의존이 되면 결코 바람직할 리 없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 ‘자연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숨겨져 있는 함정을 잘 알지 못한다면, 사랑이 축복받을 일이 아니라 도리어 불행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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