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서소문아파트] 서울 도심 속 고층 건물들 사이로 시간이 멈춘 듯 서 있는 낡은 아파트가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1970년대 당시엔 최고급 아파트로... 이제는 서민들의 보금자리로...

40여 년 세월을 지켜온 서울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1970년대 아파트.
서대문구 미근동에 자리한 서소문아파트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주소가 좀 특별한데.

▲ ‘서대문구 미근동 215번지에서 서울 중구 의주로2가 138번지 1 앞 하천복개지역’

서소문아파트는 원래 이 자리를 흐르던 하천을 복개하고 그 위에 지어진 아파트이다.

하천의 굽은 모양을 따라 아파트도 곡선 형태로 지어졌다.

▲ 하천의 굽은 모양을 따라 세워진 서소문아파트

아파트 1동에서 9동까지 모두 곡선으로 이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직선의 건물들을 이어 붙여 곡선의 느낌을 만들어냈다.

▲ 직선의 건물들을 이어 붙여 곡선의 느낌을 만듦

서소문아파트가 완공된 1970년대는 서울에 아파트 건설 붐이 한창 일기 시작한 때였다.

정부 주도로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민간 업체에서 건설한 상가아파트까지, 그야말로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가 열렸는데.

▲ 다가오는 아파트 생활 “서울 시내 곳곳에 마치 병풍처럼 아파트의 붐이 일기 시작하고 있다.” (경향신문 1970년 11월 6일)_상단 / 상가아파트 입주안내(성북상가주식회사) 경향신문 1969년 5월 17일_좌하단 / 세운상가 나동 아파트 분양공고(매일경제 1970년 1월 12일)_우하단

1971년 오진개발에서 준공한 서소문아파트는 당시 서울에서 손꼽히던 상가아파트로, 말하자면 오늘날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였다.

▲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최신 고급 서소문아파트(당시 광고)

상가아파트의 가장 큰 특징은 상업공간과 주거공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 상업 공간과 주거 공간이 연결된 상가아파트 - [2층~7층] : 126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1층] : 식당, 카페, 미용실, 편의점 등 2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선 상가

오늘날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상가와 주거지를 최대한 분리하려는 것과는 달리, 서소문아파트는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연결성은 아파트 내부뿐 아니라, 주변 공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 상가에서 뒷골목으로, 뒷골목에서 경의선 철도변으로, 끊이지 않고 연결되면서 주변과의 어울림을 강조

삭막한 건물들 사이에서 이웃과 주변을 배려하는 서소문아파트의 따뜻한 건축 정신은 오늘날엔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서소문아파트는 점점 노후화되고 있지만, 하천 위에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건축법이 바뀌면서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어려워졌다.

▲ 건축법 개정으로 인해 서소문아파트의 재건축, 재개발은 불가능한 상황

이 낡고 빛바랜 아파트는 앞으로 또 어떤 풍경으로 남겨지게 될까?

- <서소문아파트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 네이버TV : https://tv.naver.com/v/1094376
☞ 유튜브 : https://youtu.be/x0SfZ1-hKAQ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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