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통 장편한외과의원 이성근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치질’은 다들 잘 아실듯합니다. 하지만 ‘치루’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생소해하십니다. 의외로 치루 질환이 많은데도 말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치루는 치질에 속합니다. 치질을 정확히 말하자면 치핵과 치루와 치열 등 항문질환을 통틀어서 일컫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치핵’이라고 하는 질환을 치질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 다소 혼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치루는 항문샘에서 염증이 발생하여 옆으로 퍼지면서 항문주위 피부나 항문관 속으로 터져 나와 통로(길)를 만드는 질환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항문주위농양과 동반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문제는 고름의 길이 만들어지면서 고름이 터져 나오고 나면 항문불편감, 항문통증 같은 증상이 호전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름이 터지고 나면 치루가 좋아졌다고 착각하기도 하십니다. 피부에 자주 생기는 뽀록지가 터지고 나서 좋아지는 것처럼 착각하시는 것입니다. 하지만 치루는 절대 저절로 낫지 않는 질병입니다. 치루는 반드시 수술을 해서 완전히 염증조직과 염증의 통로를 제거해줘야만 완치되는 질병인 것입니다.

치루를 진단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항문초음파입니다. 간혹 항문초음파 없이 치루를 진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루의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재발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항문초음파 검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복잡치루가 심한 경우에는 필요하며 MRI같은 정밀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검사법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치루를 진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장항문외과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도 간혹 오진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치루의 진단은 어렵습니다. 이는 치루의 증상이 애매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항문통증, 발열, 부종, 항문분비물과 짓물 등이지만, 전신통증, 오한, 열 등 몸살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나 염증이 심부에 있는 경우에는 증상만으로 감별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치루는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는 질병입니다. 그것도 신속하게 수술을 해야 합니다. 치루에 대한 약물치료는 한계가 있고, 복잡치루로 진행될 수 있으며, 오랜 시간 방치하면 치루암까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치루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며, 치루를 떠올리면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치루인지도 모르고 10년을 지내신 분도 계셨고, 단순치루가 복잡치루가 되어서야 병원에 오신분도 계셨습니다. 반복되는 치루를 수술만 5회 이상 하시고 나서야 염증성장질환과 연관된 치루라는 것을 아신 분도 계셨고, 치료가 늦어 수술 후 합병증으로 변실금이 발생하여 고생하신 분도 뵈었습니다.

치루라는 질환은 알면 알수록 힘든 질병인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치질처럼 명확한 수술법이 정립된 것이 아니라 수술하는 의사들마다 조금씩은 다르게 수술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치질과는 다르게 변실금과 재발이라는 합병증을 조심하면서 수술을 해야하기 때문에 수술에 임할 때마다 긴장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치루로 수술하신 분들께 몇 가지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치루로 진단되고 치료하셨다면 반드시 대장내시경을 하셔야한다는 것입니다. 수술 후 상처가 다 아물고난뒤에 반드시 대장내시경을 하셔서 치루의 원인중 하나인 염증성장질환이 있는지 확인해야하는 것입니다. 만약 염증성장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약물치료를 해야지 치루가 재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치루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치루라는 병은 당뇨병이나 염증성장질환 같은 질환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면역력이 낮아지거나 땀분비가 많거나 설사나 술로 인해서 발생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치루와 연관된 질환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며,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통해서 면역력을 강화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좌욕을 통해 항문청결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치루가 술과 설사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설사를 유발하는 음식을 피하고 과음을 피해야겠습니다.

세 번째로 치루 재발의 증상을 유념하여 그 증상이 생긴다면 지체하지 마시고 늦지 않게 진료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치루 재발은 흔합니다. 보고에 의하면 거의 50%까지 보고하지만 저의 경험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치루가 재발되었을 때의 증상은 항문주위가 붓고, 아프고, 짓물이 나며, 발적이 생기고, 국소적인 열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좌욕을 자주함으로써 항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며, 재발을 의심할만한 5가지 소견이 나타난다면 바로 수술한 병원에 내원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치루는 진단이 어렵고, 수술이 어려운 질환이 맞습니다. 수술 후 합병증으로 변실금이 발생할 수 있으며, 다른 질환보다 재발률이 높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대장항문외과의사가 수술한다면 그렇게 까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치루의 진단을 늦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항문에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항문에 관심을 가지고 항문을 사랑한다면 조기에 항문질환을 진단하고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영통 장편한외과의원 이성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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