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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 인간사냥’, 인간 본성과 정의론 묻는 스릴러 [유진모 칼럼]

기사승인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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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게임의 법칙: 인간사냥’(이수성 감독)은 제목에서 보듯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영화다. 사람을 사냥하는 살벌한 게임이 펼쳐지는 할리우드의 일련의 스릴러가 연상될 수 있을 법한데 인간의 본성과 정의의 준거틀을 물음으로써 차별화 전략을 꾀한다. 정환(김성수)은 내적 고통을 잊고자 청파도에 온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푼 그는 과거를 회상한다. 동생이 교통사고로 숨졌는데 범인인 재벌 2세 인석은 재력으로 형사를 매수해 죄를 은폐했다. 이를 참을 수 없었던 정환은 인석을 납치해 자백하는 동영상을 찍은 뒤 죽였다. 그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섬을 찾은 것.

모델 미연(서영)과 세희(김세희)가 오 회장의 주선으로 화보 촬영차 같은 숙소에 들어온다. 촬영기사 봉수와 대식은 촬영이 끝난 뒤 간단한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귀한 것이라며 담근 술을 권한다. 술을 마신 세 사람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봉수와 대식은 팀장의 명령으로 여행객을 사냥하는 것.

팀장은 바로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동일(조경훈). 그들의 ‘사냥감’은 세 남녀 외에도 오 회장, 국회의원, 비서 등 셋이 더 있었다. 동일은 세 남녀에게 사냥꾼이 될지, 사냥감이 될지 선택하라며 칼을 쥐여 주는데. 아무런 재주 없이 동일에게 빌붙어 살며 그의 명령을 수행하는 봉수와 대식은 ‘루저’다.

현재는 사냥꾼이지만 언제 사냥감이 될지 모른다. “넌 나와 비슷해. 너 정도면 나를 이해할 줄 알았는데”라는 동일의 대사에서 보듯 그와 정환은 같은 DNA를 가졌다. 동일은 해외에 돈을 빼돌리는 재벌과 국민이 준 권력을 이용해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국회의원을 죽이는 게 정의라고 주장한다.

그는 정환에게 “네가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라고 묻는다. 정환도 법을 어기고 인식을 죽였으니까. 공동체주의를 주창한 마이클 샌델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에게 성공 요인을 자신이 잘난 덕분이라고 착각하지 말라며 공동체에 빚진 데 대해 고마워하고 겸손할 것을 부르댄 자유주의자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동일의 ‘비겁한 변명’은 어느 덩도 당위성을 갖춘다. 비서는 자신이 살겠다고 국회의원을 찌른다. 세희는 불타오르는 육욕을 감추지 못하는 천박한 여자고, 겉으론 점잖은 체하지만 미연은 더 추한 사리사욕을 지녔다. 정환은 살인범이다. 동일 팀과 여섯 명이 다를 바가 뭔가?

동일은 정환에게 “네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냐”고 묻는다. 존 롤즈는 ‘정의론’에서 토마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등의 사회계약론을 발전시켜 정의로운 자유주의를 외친다. 그는 ‘사회적 기본 구조에 대한 정의의 원칙은 원초적 합의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살인은 원초적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사회계약론이 생긴 것이다. 국민은 국가에 입법, 사법, 행정권을 위임하고 가능한 한 공리주의에 입각한 절대다수의 비교적 보편적이고 공정하며 공평한 권력을 행사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즉, 살인이든 무기징역이든 사법부가 판결할 일이지 몇몇이 합의해 판단을 내리는 게 아니라는 것.

이 작품은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의 인식론을 떠올리게 한다. 법은 사람이 만들었기에 완벽하지 못하다. 가치 판단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그걸 판단하고 규정하는 사람들의 의식 역시 변하지만 때론 시대에 뒤처지기도 한다. 사형제도는 유명무실하지만 반발하는 사람도 꽤 있다.

이처럼 배트맨은 법이 가진 허점, 혹은 법조계의 판단 착오, 또는 법조인의 비리 등으로 다수가 납득할 만한 단죄가 이뤄지지 않는 범죄에 대해 주먹을 휘두르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거나 피해자를 만든다. 시민들은 정의로운 검사를 원할까, 정서적으로 맞는 슈퍼 히어로를 원할까?

“한 번 시작하면 못 끊어”라며 살인의 중독성을 외치는 동일과 “사람이 변할까?”라고 묻는 정환의 마지막 시퀀스는 여운이 길다.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더 인상 깊었듯 동일 역의 조경훈은 정말 강렬하다. 정환의 “신은 공정하다”는 롱펠로의 인용은 이 시대와 안 맞는 듯하다. 28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유진모 ybacchus@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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