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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패러독스’, 어렵지만 보석 같은 SF 수작 [유진모 칼럼]

기사승인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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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타임 패러독스’(마이클, 피터 스피어리그 형제 감독)는 참으로 독특한 SF 스릴러로서 웬만큼 집중하지 않으면 한 번 보고는 이해가 안 된다. 주인공 템포럴 요원(에단 호크)과 제인(사라 스누크)의 각자의 반전과 두 사람이 연관된 반전이 정말 충격적이다. 감상 후 한동안 여운이 남을 듯하다.

1970년. 시간 여행으로 사망자를 줄이는 일을 하는 템포럴 사무국은 연쇄 테러범을 잡기 위해 요원을 바에 바텐더로 위장 취업시킨다. 존이라는 손님이 찾아오자 요원은 재미있는 얘기를 해 주면 공짜 술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존은 원래 자신은 제인이란 여자 고아로서 고아원에서 자랐다고 고백한다.

소원대로 우주인 수습 과정을 밟지만 도태된다. 돈 많고 잘생긴 한 남자를 알게 돼 임신을 하지만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그렇게 혼자 딸을 낳는다. 그런데 그녀는 원래 자웅동체였고, 출산 때 과다출혈로 자궁을 적출한 뒤 남자 성기를 복원해 이젠 남자가 됐다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경악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체불명의 남자가 병원에 잠입해 아이를 훔쳐 간다. 존은 요원에게 자신의 인생을 망친 그 남자를 다시 만난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죽이겠다고 한다. 그러자 요원은 의사를 거듭 확인한 뒤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과거로 가 그를 만나게 해주겠다며 타임머신을 작동시킨다.

테러범의 연쇄 폭발로 인해 수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혼돈스러운 1970년대. 템포럴은 가족도, 과거도, 미래도 없기에 그래서 시간 여행이란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상사 로버트슨의 지시대로 테러범을 잡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는 요원은 존에게 이를 제안한다.

이 작품을 충분히 즐기려면 인과론, 숙명론, 트롤리 딜레마, 하인츠 딜레마를 이해해야 한다. 요원은 “우리 일은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과거로 돌아가 현재의 잘못을 예방한다는 것. 하지만 그런다고 미래까지 바꿀 수 있을까? 수많은 타임 리프 영화에서 그런 왜곡은 부정적이다.

여기서도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팽배하다. 왜? 세상만사는 인과론으로 연결돼있고, 인간의 운명은 숙명론으로 미리 정해져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 작품의 답이다. 요원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고 묻고, 존은 닭이 먼저라고 답한다. 진화론적으로는 그게 옳다.

하지만 뫼비우스의 띠로 가면 답은 미궁에 빠진다. 마지막에 요원과 마주한 테러범은 1만 명을 살리기 위해 1000명을 희생시킨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트롤리 딜레마를 주장한다. 그건 곧 아픈 아내를 살리기 위해 약을 훔친 가난한 남편의 자기변명인 하인츠 딜레마와도 연결된다. 과연 그럴까?

템포럴은 테러범을 잡기 위해 혈안인데 로버트슨은 “테러범 덕에 우리가, 우리 조직이 발전했다”고 말한다. 요원은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 꼬리를 먹는 뱀”이라고 뫼비우스의 띠를 거론한다. 과연 인생은 개척론이나 주의주의가 맞을까, 운명론이나 기계주의가 맞을까? “우린 꼭두각시일 뿐”이 답이다.

“현실은 소설보다 더 괴상해”라는 대사는 이 작품이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단편소설 ‘All You Zombies’를 원작으로 한 점을 빗댄 것이다. 요원의 “우리 세상은 벌 받아 마땅해. 죄 없는 자가 없으니”라는 자조와 같은 맥락. 이 영화의 모티프는 그리스 신화의 시간을 의인화한 신 크로노스에 있다.

그는 아버지 우라노스를 제거하고 왕좌에 오른 후 레아와의 사이에서 태어나는 자식들을 줄줄이 삼키지만 레아의 기지로 생존한 제우스는 그를 죽인 후 뱃속의 하데스, 포세이돈 등의 형제들을 구한다. “우린 모두 각자의 부모이자 자식”, “넌 나를, 나는 너를 만들었어”라는 대사가 반전의 열쇠.

제인(존)은 노골적으로 그리스 신화의 헤르마프로디토스다. 어릴 때 그녀는 ‘왜 버림받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거울 속의 제 모습이 싫었다. 그러고는 부모가 있는 아이들의 삶을 부러워하고 궁금해했다. “자기 인생을 망치는 자는 자신”이라는 대사 역시 의미심장하다. 미처 빛 보지 못한 비운의 수작!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유진모 ybacchus@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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