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근대 이전의 한 나라의 주인은 통상적으로 왕으로 보았다. 왕권 통치가 수 천년을 지속하다 보니 그것이 자연스런 인식이었다. 그리스의 찬란한 민주제가 있기는 했지만 프랑스 대혁명을 기치로 왕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오게 되었고, 주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들이 점차 발전하여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나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하였다는 미국만 보아도 국민이 과연 그 나라의 주인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국가의 편의에 따라서 국민들의 삶이나 목숨이 수시로 유린되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왕들이 호령하던 전제주의 국가와 무엇이 달라졌단 말인가? 단지 지도자를 내 손으로 투표를 해서 뽑는 다는 것으로 모든 것이 위안이 되는가?

위키백과사전을 보자. “국민(people, nation)은 국가의 인적 요소 내지 항구적 소속원으로서 국가의 통치권에 복종할 의무를 가진 개개인의 전체집합을 의미하고 국가에 소속하는 개개의 자연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민은 국가 질서를 전제로 한 법적 개념으로서 국가의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국가적 질서와 대립되는 사회적 개념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인 인민과 구별된다. 또한 국민은 법적 개념이라 혈연을 기초로 한 자연적, 문화적 개념인 민족과 구별된다. 개인 국민은 공유된 정체성을 통하여 구분되며 거의 선조, 부모 또는 혈연 등의 형태로 기원한다. 언어의 미세한 발음 차이로 자국민국 타 국민으로 분류할 수도 있고 반면에 두 국민이 신념, 지리적 위치, 언어가 다르지만 자신과 남의 시각에 같은 국민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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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학교 교육을 통해서 알게된 가장 유명한 ‘국민’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나올까? 세계의 유명 정치가들이 격변기에 많은 말을 쏟아 내었지만 그 중의 대표적인 말은 1863년 11월 19일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게티스버그에서 했던 연설 중의 한마디가 아닐까 한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that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정부를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하지 않는 것” 이 말은 꼭 정치가 아니드라도 많은 사람들이 상황에 맞을 때 인용하는 명언이다.

아무튼 국민은 권력이 있던 없던 한 나라를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주인을 잘 만나면 그런대로 제대로 대접을 받지만 주인을 잘못 만나면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해야한다. 국가의 구성원이면서 한 국가를 지속시켜 주는 ‘국민(people/ nation)’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people’은 인종집단, 국가를 형성하는 ‘persons’들이 모인 집단/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말은 기원을 알 수 없지만 인도-유럽어가 아닌 Etruscan어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추정한다. 이후 라틴어 ‘populus(people)’가 고대 프랑스어 ’pueple/ peuple/ pople(현대 프랑스어 ‘peuple’)’로 유입이 되었다. 이 단어가 앵글로-노르만어 ‘people’로 되었다가 중세 영어 ‘peple’, ‘peeple’로 유입이 되어서 최종 ’people’로 정착을 하였다. People은 원래 단수 명사였는데 복수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중세 영어 ‘lede’, ‘leed’의 영향으로 본다. 고대 영어 단수 형태인 ‘lēod(남자, 사람)’의 복수형인 ‘lēode(people, 남자들, 사람들)’와 비교해 볼 때 이미 고대 영어 때부터 있던 복수의 의미가 중세 영어로 오면서 굳어졌다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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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국민인 ‘nation’을 보자. 유럽어권에서 ‘국민(natio)’이라는 표현이 처음 기록된 것은 968년 크레모나의 주교 리우트프란트가 신성 로마제국 황제 오토1세를 대변하여 비잔틴제국 황제 니케포로스2세에 맞설 때 그가 작성한 보고서에 나온다고 한다. 이 표현은 라틴어 ‘natio’에서 파생되었으며 원래는 하나의 대학(특히 파리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학생들을 일컬었다고 한다.

이 ‘nation’은 라틴어 ‘(g)nasci(태어나다)’의 과거분사 어근 ‘(g)natus’에서 ‘natio/ (g)natio’가 나왔고 다시 ‘nationem’이 되었다. 이 말이 고대 프랑스어로 유입되어서 ‘nation/ nacion’이 되었고 다시 중세 영어로 들어와서 고유어인 ‘theode/ thede(국민)’와 ‘leod/ leode/ lede(국민, 인종)’을 대체하면서 ‘nation/ nacioun’이 되었다가 최종 ‘nation’으로 정착을 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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