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불안을 조장한 후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워 상업적 이득을 취하는 불안 장사는 건강 관련 상품 쪽에 특히 많다. 건강염려증이 있는 군중의 심리를 돈에 눈먼 이들이 파고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어제 일인 양 필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일이 있다. 쥐와 회충이 정부 차원에서 박멸의 대상이 되던 시절의 얘기다. 웬만한 장년층은 채변봉투에 자신의 변을 담아 선생님에게 갖다 바치던 시절을 대부분 기억 할 것이다.

채변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어서 학생의 80% 이상이 몸속에 또 다른 생명체(?)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사태의심각성을 파악한 정부는 근육을 마비시켜 기생충을 배출해 내는 산토닌이란 약을 집단 처방한다. 어지럼증 등 부작용이 상당한 약이었는데 심지어 이 약을 먹고 운동장에 쓰러져 입으로 기생충을 토해낸 사례도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 모양이다 보니 시대의 트렌드를 읽은 희대의 장사꾼들이 출몰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동네를 떠돌며 구충제를 파는 회충약 장사가 성행했는데 마을 어귀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기생충에 관한 자료를 보여주며 충격적인 설명을 늘어놓는다. 상식적으로 가능한 얘기는 여기까지고, 희한한 일은 그다음부터다. 만만한 어린아이를 앞으로 나오게 한 후 약을 먹이고, 잠시 후 항문에서 기생충을 뽑아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보통 회충의 암컷은 30cm 이상 자라기도 한다. 손으로 뭘 어떻게 했는지 알 수가 없지만, 아이의 항문에서 굵고 긴 회충이 나올 때마다 군중의 입에서 탄식이 쏟아진다.

나와 내 가족의 몸에서 에어리언 같은 존재를 몰아내겠다는 결연한 의지에 사람들의 지갑은 속수무책으로 열린다. 기생충이 인간과 기생의 관계를 오랜 세월 유지하긴 했지만, 어떻게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몸을 장사꾼에게 바칠 수 있겠는가.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그 당시로써는 블루오션에 첨단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으니 회충약 장수는 돈 좀 만졌을 거다. 현대사회도 회충약을 팔지 않을 뿐이지, 이런 일들은 곳곳에 널렸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노인들을 상대로 상품을 강매하는 행위다. 수법도 다양하여 버스를 대절하여 선심 관광을 시키거나 특정 장소에 노인들은 불러 싸구려 사은품으로 꾀기도 한다. 노인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란 전제하에 얘기한다면, 특히 판단력이 떨어지는 촌로들이 그 대상이 되곤 한다. 노인들에게 판매하는 것은 당뇨, 고혈압, 관절염 등 대부분 만성질환이나 건강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약장사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효과도 미지수인 고가의 제품을 사들이는 사고(?)를 친 노인들의 항변도 일리는 있다.

자신이 건강해야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니 하는 마음이 구매심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물품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비싼 가격에 마음이 흔들리긴 했지만 뛰어난 제품력에 현혹되어 결국 지름신이 된 거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부모를 대신해 졸지에 채무자가 된 자식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는다. 제조회사도, 성분도 불분명한 고가의 상품은 반품이나 환불도 쉽지 않으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암 환우 등 특정 질환자를 노리는 악질 상혼도 판을 친다. 복어나 뱀의 맹독이 특정 암에 효능이 있다 하여 팔아먹는 행위 등 인터넷에 떠도는 분명치 않은 정보들을 주의해야 한다. 그런 것들에 속아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유명을 달리한 암 환우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회복 불가능의 상태에 빠지는 이런 일들을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건강을 특정인이나 제품에 기대는 건강 의존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병에 대응하는 인간의 방식은 아주 다양하다. 다양한 민간, 또는 대체 요법들이 난무하며 병원의 의사들도 같은 질환자에 대하여 제각기 다른 처방을 내놓는다. 과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각종 질환은 치료법이나 약이 아닌 우리 몸속에 잠재된 건강의 원칙에 의해 치료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되새겨 볼 때다.

▲ 박창희 다이어트 명강사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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