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민법은 불법행위라는 표제 하에, 과실 등으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의 손해배상책임과 공동 불법행위를 한 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① 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30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그 주된 취지는 흡연 때문에 발생한 보험급여 지출 등의 손실을 배상하라는 것이었는데, 지난 2014년 소장이 제출된지 6년만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4월 담배회사들이 수입·제조·판매한 담배의 결함 등 기타 불법행위로 인해 3,400여명의 흡연자들에게 폐암 등의 질병이 발병해 보험급여 비용으로 530여억원을 지출했다면서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보험공단은 "담배회사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이러한 비용 지출액에 상당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530여억원의 청구액은 흡연과의 인과성이 큰 폐암의 일종인 소세포암, 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등의 환자들 가운데 20년간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하고, 30년 이상 흡연을 한 이들에게 공단이 2003년부터 2013년 사이에 진료비로 부담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는 2건보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타바코(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습니다(2014가합525054).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제반 규정에 비춰 볼 때 공단이 병원 등 요양기관에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보험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자 해당 법에 따라 징수하거나 지원 받은 자금을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전제한 후,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해 재산의 감소 또는 재산상 불이익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공단 설립 당시부터 국민건강보험법이 예정하고 있는 사항으로서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에 해당하므로 어떠한 법익침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어 "이러한 보험급여 비용의 지출은 담배회사들의 위법행위로 발생했다기보다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관계에 따라 지출된 것에 불과하다. 담배회사들의 행위와 보험급여 비용 지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면서,

"공단이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했다고 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1항에 따른 구상권을 행사해 그 비용을 회수할 여지가 있을 뿐,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한 직접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을 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흡연과 이 사건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생활습관과 건강상태,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이외의 다른 위험인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추가로 증명돼야 한다"고 전제한 후,

공단 측이 제출한 증거에는 이 사건 대상자들이 20년 이상의 흡연 기록을 가진 것만 알 수 있을 뿐, 그 자체로서 인과관계를 인정할만한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단정하거나 공단 측이 입증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위 판단에서 중요한 점은 두가지 점인데, 먼저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해 재산의 감소 또는 재산상 불이익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공단 설립 당시부터 국민건강보험법이 예정하고 있는 사항으로서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에 해당하므로 어떠한 법익침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입니다.

즉, 재판부는 보험급여 비용 지출을 통한 재산상 불이익은 감수해야할 불이익으로 법익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재판부는, “흡연과 이 사건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생활습관과 건강상태,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이외의 다른 위험인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추가로 증명돼야” 하는데, 공단측 제출 증거만으로는 그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입니다.

추후 국민보험관리공단은 항소를 할 듯 하는데, 항소심 역시 위 두가지 쟁점으로 양자간에 치열한 소송전이 이루어질 듯 합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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