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 2012년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신·증축한 의원회관의 공중화장실은 모두 78개라고 한다. 남성화장실에는 소변기 4개·대변기 4개, 여성화장실엔 대변기 8개가 설치돼 있다. 왜 여성화장실의 대변기가 8개 일까.

2004년 제정된 공중화장실법은 남녀화장실을 구분해 짓고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 다시 말해 1:1 이상이 되도록 설치하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용인원 1000명이 넘는 공연장이나 스포츠경기장, 공원, 관광지, 고속도로 휴게실 등의 공중화장실 경우 여성화장실 변기를 더 늘려 남녀변기 비율을 1:1.5 이상이 지어 운영하라고 법은 정해놓고 있다.

법 제정 덕분인지 공중화장실이 크게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남성은 줄을 안서고 여성은 길게 줄을 서는 공중화장실이 종종 목격되면서 여성화장실을 확대해야 한다는 개정안이 지난해 발의되기도 했다. ‘줄 없는 화장실’이 남성들의 특권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그런데 코로나19가 남성 화장실의 불편한 진실을 들춰내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보도다. 남자 공중화장실에 줄이 없거나 짧은 이유가 변기 숫자 탓이 아니라 손을 씻고 안 씻고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남성 10명 중 7명은 그냥 나온다고 한다.

손을 씻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한 손만 사용했는데 굳이 두 손 모두 씻을 이유가 없다고 여기며 아예 손을 씻지 않는 것이다. 한 손으로 볼일을 보며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보고는 그냥 나오는 경우다.

다른 경우는 손 소독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손바닥에 오줌을 뿌린 것도 아니고, 소변 줄기를 조종하고 볼 일이 끝나 챙겨 넣기 전에 흔드는데 굳이 씻어야 하냐며 강변하는 경우다. 공중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대충 물 묻히는 시늉을 한다는 사례도 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화장실을 빨리 빠져 나오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는데, 그럴수록 손을 씻어야 한다. 공중화장실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온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변만 보고 잠깐 다녀온다 하더라도 무의식 상황에서 만지는 것에 세균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관전을 위해 잠실야구장에 갔었는데, 남성화장실에도 줄을 섰더라”는 누군가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시적 현상이었는지, 아니면 남성들의 손 씻기 사례가 진짜 늘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변화의 조짐이었으면 좋겠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꼭 지켜야 할 방역 수칙이다.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19 전염 뿐 만 아니라 독감 발생도 막아내는 효과를 보고 있다. 수두 수족구 등 어린이에게 유행하는 질환도 크게 줄었다는 보건 통계도 있다.

팬더믹 상황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함께 어디에서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20초 이상 손을 씻어 줘야 한다. 남자 공중화장실에 줄이 길어지면 짜증을 낼 일이 아니라, 좋은 신호로 봐야 할 것이다. 손을 씻는 남성이 많아진다는 의미여서 공중위생에도 보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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