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 2012년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신·증축한 의원회관의 공중화장실은 모두 78개라고 한다. 남성화장실에는 소변기 4개·대변기 4개, 여성화장실엔 대변기 8개가 설치돼 있다. 왜 여성화장실의 대변기가 8개 일까.
2004년 제정된 공중화장실법은 남녀화장실을 구분해 짓고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 다시 말해 1:1 이상이 되도록 설치하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용인원 1000명이 넘는 공연장이나 스포츠경기장, 공원, 관광지, 고속도로 휴게실 등의 공중화장실 경우 여성화장실 변기를 더 늘려 남녀변기 비율을 1:1.5 이상이 지어 운영하라고 법은 정해놓고 있다.
법 제정 덕분인지 공중화장실이 크게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남성은 줄을 안서고 여성은 길게 줄을 서는 공중화장실이 종종 목격되면서 여성화장실을 확대해야 한다는 개정안이 지난해 발의되기도 했다. ‘줄 없는 화장실’이 남성들의 특권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남성 화장실의 불편한 진실을 들춰내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보도다. 남자 공중화장실에 줄이 없거나 짧은 이유가 변기 숫자 탓이 아니라 손을 씻고 안 씻고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남성 10명 중 7명은 그냥 나온다고 한다.
손을 씻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한 손만 사용했는데 굳이 두 손 모두 씻을 이유가 없다고 여기며 아예 손을 씻지 않는 것이다. 한 손으로 볼일을 보며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보고는 그냥 나오는 경우다.
다른 경우는 손 소독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손바닥에 오줌을 뿌린 것도 아니고, 소변 줄기를 조종하고 볼 일이 끝나 챙겨 넣기 전에 흔드는데 굳이 씻어야 하냐며 강변하는 경우다. 공중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대충 물 묻히는 시늉을 한다는 사례도 있다.
화장실을 빨리 빠져 나오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는데, 그럴수록 손을 씻어야 한다. 공중화장실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온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변만 보고 잠깐 다녀온다 하더라도 무의식 상황에서 만지는 것에 세균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관전을 위해 잠실야구장에 갔었는데, 남성화장실에도 줄을 섰더라”는 누군가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시적 현상이었는지, 아니면 남성들의 손 씻기 사례가 진짜 늘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변화의 조짐이었으면 좋겠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꼭 지켜야 할 방역 수칙이다.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19 전염 뿐 만 아니라 독감 발생도 막아내는 효과를 보고 있다. 수두 수족구 등 어린이에게 유행하는 질환도 크게 줄었다는 보건 통계도 있다.
팬더믹 상황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함께 어디에서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20초 이상 손을 씻어 줘야 한다. 남자 공중화장실에 줄이 길어지면 짜증을 낼 일이 아니라, 좋은 신호로 봐야 할 것이다. 손을 씻는 남성이 많아진다는 의미여서 공중위생에도 보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