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교통사고, 의료사고, 산재사고 등으로 신체 장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손해배상액을 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일실이익’입니다. 손해 배상의 대상이 되는 손해 가운데, 손해 배상 청구의 발생 사실이 없었다면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이익을 ‘일실이익’ 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사고로 신체장해가 발생하였을 때, 사고가 없었다면 피해자가 어느 정도의 수입을 올렸을 것인가를 상정하여 손해액을 산출하게 됩니다.

법원은 지금까지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기준으로 일실이익을 평가해 왔습니다. 위 평가표는 1936년 미국 오클라호마 의과대학 ‘맥브라이드 교수’가 마련한 신체장해 평가 기준으로, 80여년이 지난 현재의 신체장애율 평가기준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원칙적으로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적용하여 신체장애율을 평가하여 왔는데, 최근 신체장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서 미국식 '맥브라이드 평가표' 대신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적용한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는 2010년 요통으로 신경성형술을 받은 뒤 2013년 B병원에서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진단을 받고 두 차례에 걸쳐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증상이 악화돼 2015년 B병원에 재입원한 뒤 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 집도의 C의 과실로 '족하수'라는 후유증을 앓게 됐습니다.

족하수는 발목을 들지 못하고 발등을 몸 쪽으로 당기지 못해 발이 아래로 떨어지는 증상입니다. 이에 A는 C와 B병원 고용주인 의사 D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는 A가 B병원 의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나58457)에서 "A에게 6,8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1심 법원이 배상액으로 산정한 7,800여만원보다 1,000여만원 낮은 금액입니다.

재판부는 "C가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A의 요추 신경근을 과도하게 압박하거나 레이저를 잘못 조사해 손상시킴으로써 ‘족하수’라는 후유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면서, "집도의 C는 직접 불법행위자로서, B병원 고용주 D와 공동해 A에게 후유장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1심 법원과 동일하게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손해배상액 산정에서는 1심 법원과 다른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1심 법원은 손해배상액 산정에서 의료과실에 따른 A의 후유장애를 인정한 다음, 미국의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적용해 노동능력상실률을 24%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맥브라이드 평가표’가 아닌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적용해 노동능력상실률을 18%로 보고 손해배상액을 산정했습니다.

2차 산업혁명 시기인 1936년에 만들어진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4차 산업혁명 시기인 현재에 그대로 쓴다는 것은 분명히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다만, 위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대체할만한 평가기준으로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이 적정한지 의문이 들고, 나아가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대체하여 현재에 적용할만한 완결된 평가기준이 하루빨리 완성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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