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우리 가족법에 의하면 부부 사이의 이혼은 양당사자의 합의에 따른 ‘합의 이혼’과 합의가 안될 경우 법원의 재판을 통해서 하는 ‘재판상 이혼’ 두가지만 인정됩니다.

또한 재판상 이혼사유는 법으로 정해져 있고, 이혼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재판상 이혼이 가능합니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나아가 우리 법원은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예외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허용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사안이 있어서,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는 C와 부정한 관계를 맺었고 이후 중절수술까지 하게되었습니다. 이를 배우자 B가 알게 되었고, 이후 A와 B는 극심한 갈등을 겪다 2008.경부터 별거하게 되었습니다.

별거 이후 A와 B는 상호 진지한 대화와 소통없이 피상적인 관계만을 유지하였고, 특히 B는 A가 집을 나가자마자 A 명의 계좌에서 2,100만원 상당을 인출하였고, 그 이후에도 A로 하여금 8,000만원을 대출받게 하여 B가 이를 임의로 사용하였습니다.

A는 B에게 합의 이혼을 요구하였으나 B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A는 B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B는 원고 A가 부정행위를 하여 혼인파탄에 주된 원인을 제공한 유책배우자이므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혼에 반대하였습니다.

재판부는 A의 이혼 청구를 인용하였지만, 위자료 청구는 기각하였습니다(부산가정법원 2018드단11424 이혼 등 사건)

재판부는 먼저 “원고와 피고가 2018년 경부터 별거 중이고, 원고가 강력하게 이혼을 원하고 있는 점, 피고는 표면적으로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점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해 보면, 이 사건 혼인관계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혼청구는 민법 제840조 제6호가 정한 재판상 이혼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후,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고, 다만 상대방도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허용된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므1033 판결 참조).”는 법원의 기본적 태도를 적시하고,

“피고는 원고의 중절수술로 빚어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따로 집을 얻어 나가는 방법으로 문제를 회피하였던 점, 그 결과 피고가 집을 얻어 나간 2008.경부터는 상호 진지한 대화와 소통이 없이 피상적인 관계만을 유지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혼인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유 또한 원고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남아 있어서라기보다는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자녀들에 대한 부양과 재산분할 등 금전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 때문으로 보이는 점, 실제로 피고는 원고가 집을 나가자마자 원고 명의 계좌에서 2100만원 상당을 인출하였고, 그 이후에도 원고로 하여금 8000만원을 대출받게 하여 피고가 이를 사용하였던 점(피고는 그 용처를 밝히지 않았다)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는 이혼 후 증가될 재정적인 부담이 두려워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고, 실제로 원고와 재결합하여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허용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혼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이 사건 혼인관계는 배우자의 성적 성실의무에 위반하여 정과 부정행위를 한 원고에게 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위자료 청구는 기각하였습니다.

위 판결에서는 두가지 점을 유의해서 이해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첫 번째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인용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무엇인지에 대한 법원의 기준입니다. 즉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지 않지만, “상대방도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합니다.

이 사안에서 재판부는 “피고는 이혼 후 증가될 재정적인 부담이 두려워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고, 실제로 원고와 재결합하여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아 유책배우자의 예외적 이혼청구가 가능한 경우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설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인용되더라도,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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