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초등학교 3학년쯤으로 보이는 소년에게는 엄마한테도 말 못할 비밀이 있다. 말을 해도 남들이 믿어주질 못할 비밀이다. 소년은 겨우 마음을 연 정신과 의사에게 비밀을 털어 놓는데, “죽은 사람이 보인다(I see dead people)”는 것이다.

의사가 묻는다. “무덤이나 관에 누운 사람이 보인다는 거니?” 소년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보통 사람처럼 걸어 다니는 죽은 사람이 보인다는 것이다. 영화 ‘식스센스’에 나오는 소년은 보통 사람들의 오감(五感)을 뛰어 넘는다.

그런데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5가지 감각이 특별히 뛰어난 사람들을 주변에서 보게 된다. 몽골인의 시력은 평균 3.0이라고 알려졌을 정도로 좋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어렸을 때부터 멀리 보는 훈련과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몽골에서도 평균보다 더 뛰어난 시각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가수 조용필은 악보를 한 번 보면 노래를 부르고, 어떤 노래든 한 번 들으면 바로 악보를 그리는 재능이 있다고 한다. 조용필이 일본 NHK방송에 출연했을 때 담당 PD가 처음 보는 일본 노래 악보와 카세트테이프를 가져왔는데 노래를 딱 한 번 듣더니 테이프를 돌려줬고 노래를 기막히게 잘 불렀다는 공연기획사 대표의 증언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올해 2월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해 <터키행진곡> 변주 버전을 연주할 때 현란한 손놀림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유튜브에서 317만회가 조회된 손열음의 연주를 보다보면 저런 손놀림이 과연 노력만으로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천부적인 감각을 타고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체의 에너지(氣) 흐름을 파악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초음파기기나 엑스레이 같은 진단기기가 없던 시대에 그 사람이 에너지 흐름을 연결한 선이란 의미의 경락(經絡)과 에너지가 인체 겉으로 나타나는 통로인 경혈(經穴)을 얘기했을 때 보통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이 말하는 감각을 받아들이게 됐고 오랜 시간에 걸친 관찰과 체험을 통해 한의학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경락에는 육장(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 심포心包)과 육부(담膽 소장小腸 위胃 대장大腸 방광膀胱 삼초三焦)의 이름이 붙은 12경과 고유한 경혈이 없는 기경8맥(奇經八脈)이 있다고 한의학은 가르치고 있다.

경혈은 신체의 표면에 있는 침·뜸·부항 치료의 자극점으로 침을 놓거나 뜸을 뜨기에 알맞은 자리를 말하는데, 인체의 에너지가 출입하고 활동하는 문호(門戶)인줄 특별한 감감을 지닌 사람이 그 때도 알았다는 게 경이롭다.

반면, 아직도 경락 경혈 침 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며 미신이라고 주장하는 세력도 있다. 자신만 알고 호기심도, 배려도, 문화인식도 부족한 유령 같은 존재들이다.

영화 ‘식스센스’에서 소년은 자기 눈에 보이는 유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는데, 마치 한의학을 미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얘기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들은 서로를 보지는 못해요.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거든요. 무엇보다 자기들이 죽었다는 것도 몰라요.”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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