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코로나19 여파가 올해 추석명절 풍경도 바꿔 놓았다. 연중 가장 큰 명절로 꼽히는 추석인데도 ‘귀성 자제’를 독려하는 각종 유행어가 쏟아진 게 특징으로 꼽힌다.

유행어 가운데 “불효자는 ‘옵’니다”가 많이 회자됐다. 가수 배호의 노래 <불효자는 웁니다>를 패러디한 말로 고향을 찾지 않아도 예의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강조한 문구였다.

지자체들도 길거리에 현수막을 내걸고 귀성자제를 당부했다. “아들아! 명절에 안와도 된다” “. 며늘아! 선물은 택배로 부쳐라” “사랑하는 며늘아! 우리 다음 명절에 만나자” 등의 문구를 현수막으로 내걸거나 SNS상으로 주민들에게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귀성자제 문구를 보면서 며느리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결코 즐겁지 않았던 시댁 가는 길이 올해는 귀성자제 움직임 때문에 며느리들은 내심 쾌재를 외쳤을까. 귀성자제 현수막에 자주 눈에 띄는 ‘며늘아!’를 보면서 어떤 며느리의 고통스런 얘기가 떠올랐다.

매년 추석이면 남편의 고향이자 시댁을 찾는 며느리의 가장 큰 고통은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 해는 추석 연휴가 길어 3일동안 시댁에 있기도 했는데 사흘 내내 변비에 시달렸다. 그런데 시댁 어른들은 며느리에게 얼마나 음식을 권했던지, 착한 며느리는 겉으로는 미소였지만 뱃속으로는 고통 그 차제였다.

며느리가 추석명절을 보내고 자기 집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화장실 찾는 것이다. 그 며칠 간 답답했던 변비가 쑥 내려갔다고 한다. 며느리의 얼굴표정은 밝게 돌아오고 달콤한 숙면에도 빠졌다고 하니까 정신적으로 얼마나 피곤했겠는가.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며느리들은 대개 명절 증후군에 시달린다. 명절 음식 준비를 하면서 오는 육체적 피로 뿐 만 아니라 시댁 식구들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상처를 입는 정신적 피로가 더 크게 올 수 있다.

실제로 명절은 며느리들에게 스트레스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수도권 거주자 만 19세에서 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명절 인식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명절 차례를 지낼 때 남녀의 가사 분담 비중은 여성(77.9%)이 남성(22.1%)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명절이 여성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주는 날이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88.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명절을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올 정도니 며느리들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시댁에서 화장실을 못 가는 며느리는 의학적으로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밥 잘 먹던 아이도 잔소리를 듣고 혼나면 체기를 보이기도 하는데, 뇌와 위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의학에서는 설명한다.

스트레스 등으로 위가 계속 공격 받으면 만성 위장병이 생길 수도 있다. 시댁에서 볼 일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며느리는 결혼한 지 10년 되던 해부터 시댁 화장실의 공포에서 해방됐다고 하니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을까 헤아려 보게 된다. 병의 원인이 사람,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에서도 비롯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다면 사랑의 실천이 꼭 필요한 셈이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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