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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오인혜와 샤론 스톤, 욕망과 자본 [유진모 칼럼]

기사승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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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혜 SNS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인혜(향년 36살)는 2011년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박철수 감독의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의 주연배우로서 레드 카펫을 밟을 때 역대 가장 파격적인 노출의 드레스를 입고 일약 유명세를 얻었지만 지난 14일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전하며 팬들의 곁을 떠났다. 부검 결과 타살은 아니었다.

결국 경찰이 추측한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났지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망 하루 전만 하더라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혀 어두움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글과 사진을 올렸던 그녀는 왜 하루 만에 그런 선택을 했을까? 경찰의 추측이 맞는다면 인스타그램은 인고와 번뇌의 용틀임이었던 걸까?

부산에서 레드 카펫을 밟을 때의 오인혜는 사실상 무명배우였다. 그런 그녀로서는 그 기회를 꼭 잡고 싶었을 것이고 파격적인 드레스는 일단 그녀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공헌했다. 하지만 이후 그녀에겐 에로배우라는 꼬리표가 내내 떠나지 않았고, 변변한 작품 활동이 없게 된 배경이 됐을 것이다.

그녀가 인터뷰 때마다 에로배우 이미지가 힘들다고 토로하곤 했던 게 증거다. 최근엔 “왜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엄청난 고통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992년 영화 ‘원초적 본능’으로 일약 할리우드의 섹스 심벌로 떠오른 샤론 스톤이 최근 잡지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녀는 “아무리 진지한 역할을 맡아도 섹스 심벌의 이미지를 지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섹스 심벌 이미지만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내 가슴을 보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 철 좀 들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이제 62살이다”라며 굳어진 이미지가 얼마나 힘든지 털어놓았다.

그녀는 모델로 데뷔해 ‘원초적 본능’으로 34살에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배우로서 꽤 오랜 시간을 무명으로 보냈다. 그런데 그 작품과 그로 인해 쌓은 이미지는 그녀에게 배우 생활 내내 멍에가 됐다. 그녀는 IQ 154로 고지능 단체 멘사 회원이지만 다수는 그녀의 지성과 연기력은 무시하고 몸만 본다.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지는 건 가임기 때가 아니더라도 성관계를 하거나 자위행위를 한다는 것과 배불러도 일을 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육체나 정신이 허락하는 한 일하는 걸 즐긴다. 가난한 사람이야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일하지만 여유 있는 이도 일을 즐긴다.

▲ 샤론 스톤 SNS

동물은 먹이활동이 끝나면 놀거나 잠을 잘 뿐 노동을 하진 않는다. 사람이 일을 하는 이유는 미시적으로는 돈벌이지만 거시적으로는 성취욕 때문이다. 휴식을 취하거나 취미활동을 즐기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은 일벌레다.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일을 통해 존재감을 뽐내고 소통을 하는 것이다.

다수의 눈에 비친 연예인의 삶은 매우 화려하다. 연예인 스스로도 거창한 신비주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평범한 모습을 보이려 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살기 위해선 경제적 여유가 필수다. 예전에 많이 벌어놨거나 현재 활발히 벌고 있어야만 품위 유지가 가능하다. 고인에겐 그게 힘들었을 것이다.

경제적 압박 외에도 더 이상 일이 없다는 낭패감이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성취 욕구를 낡은 서랍 속에 강제로 쑤셔 박았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온 정신을 휘감는 열패감, 자괴감, 자멸감을 느꼈고, 주변의 시선이 자신을 마치 싸구려 가판대에 진열된 낡은 도색잡지를 보듯 한다고 인식했을 터.

일찍이 고대 그리스에서 금욕주의를 앞세운 스토아학파나 유체적 쾌락을 배제한 정신적 쾌락주의를 추구한 에피쿠로스학파가 유행했고, 기독교가 간음하지 말라고 강조한 이유는 전술했듯 인간은 종족보존 외에 오직 성욕 때문에 성관계를 하기 때문이다. 도덕을 안 지키면 보노보와 다를 바가 뭔가?

고인이 노출이 심한 영화에 출연한 건 감독을 믿었기 때문이고, 그런 드레스를 입은 건 쟁쟁한 스타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생존의 몸부림이었다. 배우는 팔색조가 돼야 한다고 흔하게 말한다. 모든 장르에서 어떤 배역이라도 소화해낼 수 있어야 배우의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받는다.

오인혜도 스톤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선입견, 편견이 그녀들을 낙담케 했다. 게다가 오인혜에겐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노동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자본주의 체제가 치명적이었다. 배우라고 모두 쉴 새 없이 작품 활동의 기회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외려 눈에 안 띄는 배우가 더 많다.

고인 같은 사례가 생길 때마다 연예계에선 배우, 작가, 그리고 각 분야의 스태프의 최저 생계를 배려하는 업계의 공생적인 동업자 입장에서의 묘책 마련은 물론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사라지곤 한다. 매번 사후 약방문이다.

포식동물에게 생계를 위한 가장 치열한 경쟁자는 동종이지만 사람은 동물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인간 개체 간의 치열한 경쟁을 적극 권장하는 물질만능주의다! 마르크스가 그 폐해를 그토록 외쳤지만 그의 후계자를 자처했던 사이비들은 공산주의를 독재로 전락시켜 자본주의에 승리를 안겨줬다.

이제라도 자본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봉건주의와 자본주의의 조정을 시도한 라이프니츠나 사회는 악하지만 자연은 선량하다고 주장한 장 자크 루소를 본받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자본주의는 반드시 사회주의-공산주의로 간다고 한 마르크스는 틀렸지만 시대는 필연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니.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

유진모 ybacchus@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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