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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 한국 해변의 ‘멀홀랜드 드라이브’ 스릴러 [유진모 칼럼]

기사승인 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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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이영(신민아)과 수진(이유영)은 어릴 때부터 친한 죽마고우다. 수영 선수인 수진에게 다이빙을 배운 이영은 중학교 때 대표 선발대회에서 부상당한 수진이 부진한 사이 단숨에 다이빙계의 에이스로 떠올라 이제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다. 수진은 이영과 반대로 슬럼프에 빠져 은퇴를 생각 중이다.

수진이 안쓰러운 이영은 그들을 가르치는 코치 현민(이규형)에게 수진과 더블 싱크로 종목에 뛰겠다고 제안하고, 그렇게 훈련을 하던 두 사람은 어느 날 술을 마신 뒤 드라이브를 하다 절벽 아래 바다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다. 간신히 의식을 차린 이영은 수진이 행방불명됐다는 형사를 만나는데.

신민아의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데다 여성들이 제작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영화 ‘디바’(조슬예 감독)다. 할리우드에서 배우로서의 성공을 꿈꾸는 베티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리타가 만나 한 집에서 살며 시작되는 ‘멀홀랜드 드라이브’(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설정과 유사하다.

이 컬트의 걸작은 리타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베티의 희생적인 우정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면서 엄청난 반전으로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베티의 무의식이 만든 착각, 환영, 환청, 환시 등으로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충격을 준다. ‘디바’ 역시 그와 비슷한 형식을 취한 미스터리를 촘촘히 장치한다.

과연 교통사고의 진실은 무엇인가? 형사들은 수진의 음주운전을 의심하고, 이영은 수진은 술을 못 마신다고 강변한다. 수진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왜 형사들은 쉽게 수사 종결을 선언할까? 수진을 짝사랑했던 현민은 도대체 이영에게 뭘 숨기는 걸까? 아니 이영은 수진에 대해 뭘 숨기는 걸까?

이영과 수진은 룸메이트였다. 어느 날 수진은 문어해파리와 물해파리를 사와 수족관에 넣고 키우며 이영에게 문어해파리가 “꼭 너 같아”라고 말했다. 그런데 수진이 사라지고 문어해파리가 죽자 이영은 수진의 소지품에서 수족관 명함을 보고 찾아가 물해파리가 문어해파리의 천적임을 알게 된다.

둘 사이를 둘러싼 비밀이 하나, 둘씩 풀리면서 앞부분의 알 수 없었던 대사나 상황이 하나, 둘씩 진실을 드러낸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거론한 건 이 영화의 양대 소재가 욕망과 우정이기 때문이다. 수진은 제자이자 친구인 이영에게 제 자리를 빼앗겼다. 이영 역시 초아라는 강력한 라이벌을 만난다.

다이빙 선수들은 모두 금메달을, 출세를 꿈꾼다. 그건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하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 인간의 양심과 감성은 우정을 숭앙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물질만능주의는 그런 우정의 숭고함마저도 돈으로 계산한 뒤 욕망에게 짓밟히는 것을 방관한다. 그 욕망은 모두 똑같다.

심지어 자크 라캉은 욕망에 관해 ‘나는 타자다’라고 했다. 라캉에 따르면 욕망은 욕망과 충동을 포괄한다. 이영과 수진의 충동적 행동, 혹은 일탈의 모체는 욕망인 것이다. 실존주의자들은 관계성의 단절과 믿음의 부재에서 현대인의 생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키에르케고르와 하이데거의 불안이다.

하이데거의 불안은 ‘으스스함’이다. 삶의 고통,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 그리고 결정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다. 키르케고르의 불안은 관계성의 부재고 원인은 자기규정(자기정립)의 결여다.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의 관계성을 ‘자아와 타자’, 자아와 자아‘, ’자아와 절대자‘의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영과 수진은 친구로서 훌륭한 자기와 타인의 관계였지만 욕망의 개입으로 인해 둘 모두 자기와 자기의 관계가 무너졌고, 그래서 절대 절대자와의 관계에 오를 수 없는 퇴락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과연 누가 더 나락으로 떨어질까? 두 사람은 라캉의 ‘결핍’과 들뢰즈의 ‘생성’ 중 어느 쪽일까?

지바 마사야는 저서 ‘너무 움직이지 마라’에서 “프랑스 현대사상은 주체나 자아, 동일성, 질서, 요컨대 상식의 범주에 속한 것을 모두 괄호에 넣고 거부한 것처럼 생각되는데 그럼에도 들뢰즈는 정도의 문제를 잊지 않았다. 그의 생성변화 이론은 사물들의 관계가 변화하는 양상”이라고 쓰고 있다.

또 들뢰즈 철학의 ‘생성·변화’ 개념에서 ‘정도’의 문제에 집중해 “지나친 운동이나 끊임없는 변화가 오히려 생성·변화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과도한 자의식의 폭주를 멈추고 적당한 수준으로 타자로부터 분리되어야 진정한 자아의 발견에 도달한다”고 결론내는데 이영과 수진에게 좋은 교훈이다.

그녀들은 ‘가까이서 보면 추하지만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다이빙이 곧 인생이라고 주장한다. 그건 이성적 내면화가 아닌 욕망적 외화에 대한 착각이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한 귀신을 만나면 실력이 상승된다”는 미신까지 갖고 있다. 진실과 현사실적 유물론의 사고를 쌓아야 마땅할 운동선수가.

이영, 수진, 초아, 에이전시 대표, 현민 등을 둘러싼 복잡한 얘기는 중반 이후 그게 현실인지, 누군가의 무의식인지, 환영인지, 의식의 조작인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중반까지의 플롯은 훌륭하다. 이영과 수진의 관계의 진실, 그녀들의 내면의 진실을 좇는 미스터리와 스릴도 쫄깃하다.

이영과 에이전시 대표와의 갈등은 살짝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다만 전반에 너른 장터에 거창하게 뿌려놓은 상품들을 폐장 때 가지런히 잘 정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게 만드는 맥 빠진 매조짐이 옥에 티. 수진의 “우리가 친구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대사가 내내 남는다. 23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

유진모 ybacchus@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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