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우연히 MBC 통일전망대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북한 소식과 생활상을 전하는 프로그램인데, 탈북 한의사가 출연한 걸 보고 다시보기를 통해 찾아봤다. 됐다. 북한 의료인 양성과정 등을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설명했지만, 10여분 동안 남북 의료계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알게 됐다.

“80년대 초반 청진의대를 입학할 때 경쟁률은 11대1이었다. 북한에서도 의사는 선망의 직업이기는 하지만, 돈 많이 벌려고 진학하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고, 공부 많이 하는 직업으로 대우받고 있다.

북한에는 종합대학 내 단과대학이 아니라 의과대학이 따로 있다. 의과대학에는 양방, 고려의학(한의학), 약학, 치과, 위생(방역 예방의학) 등의 전공과정이 있다. 교육기간은 90년대 후반까지 예과 1년, 본과 6년의 7년 과정이었는데 이후 5년5개월 또는 6년으로 줄어들었다.

인턴 레지던트 과정은 없고, 국가고시도 치르지 않는다. 청진 의과대학 병원 내에 강의실이 있어서 오전에 수업 듣고 오후에 옆 건물에서 환자를 봤다. 이런 실습이 4년 정도 진행되기 때문에 교육과정 마치면 졸업시험 치르고 바로 의사가 된다.

군진의학은 졸업 시험 필수과목이다. 부상병 처치와 후송을 다루는 분야이다. 의대생들은 실제로 군대에 파견돼 군복 입고 실습을 한다. 몸집이 작았던 나는 단까(들것의 일본어 표형)를 주로 들고 환자 후송하는 연습을 했던 기억이 있다.

북한에서 고려의학, 다시 말해 한방에 관심이 높다. 교육과정에서도 한방 전공자는 양방도 배우게 된다. 그래서 한방 전공자는 양방 의사 자격도 받지만 양방 전공자에게는 한의사 자격을 주지 않는다. 의료현장에서는 양·한방 협진체제가 이뤄지고 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북한 의사라면 약초캐기가 의무사항이다. 병원장도 예외가 없다. 1년에 캐야하는 약초 할당량이 정해져 있다. 직접 산에 가서 약초를 캐고 씻고 말려서 내야 한다. 그렇게 모아진 약초를 당에서 내려 주기도 하지만 지역 자체적으로 약초조달을 해결하라는 게 원칙이다.

북한 침은 굵기부터 남한과 다르다. 남한 사람들이 북한 침을 보면 송곳 아니냐고 할 정도로 굵다. 침이 굵고 아프게 놔야 병이 낫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북한 의료체계는 국영 시스템이어서 의사들 월급은 많지 않고 다른 직업군과 비슷하다. 국가 경제가 좋았을 때는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하지만 90년대 고난의 행군이후 월급으로 부족하다. 의사들도 시장에 나가 장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는 병원 시스템이 잘 돌아가지 않아 환자가 의사 집으로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의사에게 치료 받고는 두부 한모라도 치료 대가로 주고 간다. 나도 의사로서 생활이 어려워 탈북하게 됐다.

남한에서 한의사를 개업했을 때 처음에는 환자에게 치료비를 받는 게 어렵게 느껴졌다. 북한에선 치료비를 아예 받지 않았던 게 익숙해져 있어서였다. 북한도 의료환경이 좋아져서 북한의료인들도 생명을 살리는 희열을 누렸으면 좋겠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어디에서나 똑같은 거 아니겠는가?”

방송을 보는 내내 여러모로 착잡했다. 그래도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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