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이웃 토지 소유자간에는 분쟁이 자주 발생합니다. 특히 공도가 아닌 사도의 경우, 도로의 소유자가 자기 소유라는 이유로 펜스 등을 설치해 이웃 주민들의 통행을 막은 경우, 이를 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형법은 이와 관련하여 교통방해의 죄를 규정하여 규율하고 있습니다.

제185조(일반교통방해)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0년 동안 주민이 왕래한 길에 땅주인이 펜스를 설치해 출입을 막았다면 비록 통행인이 극소수라고 하더라도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경기도 화성시에 토지를 가지고 있는 A는 2019년 3월부터 인근 토지 소유자인 B가 원룸 신축공사를 시작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사로 인해 자신의 토지 소유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A는 공사부지 진입로 도로 가운데 부분을 가로지르는 높이 1.8m의 철제 펜스를 설치했다가 육로의 교통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 측은 "펜스를 설치한 곳이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통행하는 육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실제로 통행을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지도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은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2019고정1947).

▲ 사진=픽사베이

재판부는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는 육로·수로 등에서 일반공중의 교통 안전을 보호법익으로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육로'란 육상의 통로를 널리 일컫는 것으로 부지의 소유관계나 통행인이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다. 또 일반교통방해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교통방해의 결과가 꼭 실제로 발생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A가 철제 펜스를 설치한 도로는 1987년 이전부터 인근 주민들이 왕래할 때 사용한 곳으로 사실상의 도로로 사용돼 왔다. A, B의 토지에서 공로로 출입하기 위한 유일한 통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A가 펜스를 설치한 도로는 일반공중의 왕래에 공용되는 '육로'에 해당한다"고 밝힌 후,

"펜스를 설치한 곳이 A의 토지였고 통행하는 사람이 극소수였다고 하더라도 펜스를 설치해 통행이 어렵도록 한 것은 일반공중의 교통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것"이라며, "철제 펜스 설치 완료로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위 판결의 쟁점은 첫째, 교통방해죄 성립에 있어 문제되는 ‘육로’가 무엇인지, 둘째, 실제 통행을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도 교통방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라 할 것입니다.

▲ 사진=픽사베이

첫 번째 쟁점과 관련하여, 법원은 “교통방해죄에서의 '육로'란 육상의 통로를 널리 일컫는 것으로 부지의 소유관계나 통행인이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 것”이라 전제한 후,

사안의 경우, “A가 철제 펜스를 설치한 도로는 1987년 이전부터 인근 주민들이 왕래할 때 사용한 곳으로 사실상의 도로로 사용돼 왔고, A, B의 토지에서 공로로 출입하기 위한 유일한 통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A가 펜스를 설치한 도로는 일반공중의 왕래에 공용되는 '육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두 번째 쟁점과 관련해서, 법원은 “일반교통방해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교통방해의 결과가 꼭 실제로 발생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전제한 후,

사안의 경우, “펜스를 설치한 곳이 A의 토지였고 통행하는 사람이 극소수였다고 하더라도 펜스를 설치해 통행이 어렵도록 한 것은 일반공중의 교통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것으로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교통방해죄의 성립에 있어, 육로란 부지의 소유관계나 통행인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육상의 통로인 경우 인정되고, 나아가 교통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아도 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