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지난 호 필자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치매 노인 이야기를 읽은 독자께서 본인의 사연을 메일로 보내주셨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1년 전쯤 상태가 악화하여 결국 요양원에 모시게 되었는데 돌보는 과정에서 환자 본인 및 가족에게 많은 정신적, 경제적 고통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의 집에 거주하며 90세를 넘긴 아버지를 봉양하는 여성 역시 현행법상 65세를 넘긴 노인이다. 예전 같으면 자식에게 보살핌을 받을 노인이 고령사회(aged society)로 진입한 현실에선 되레 노인을 돌보는 형국이 되었다.

특히 1955년부터 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 부머 세대는 부모를 부양해야 함에도 정작 본인은 자식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맞아 보조자의 도움 없이 자신의 건강 독립을 유지하는 게 곧 이타적 행위다. 향후 많은 이들이 질병에 걸리거나 그로 인해 사망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건강관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좀 더 건강하고 질 높게 유지하겠다는 적극적 건강관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가령(나이들어 생기는 생리적 노쇠 현상)및 뇌 질환으로 초래된 일련의 증세인 치매는 환자 본인과 가족의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부담의 증가와 더불어 국가와 지역의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성숙한 뇌가 후천적 외상이나 질병 등 외인에 의해 손상 또는 파괴되어 전반적으로 지능, 학습 능력, 언어 등의 인지기능과 고등정신기능이 쇠퇴하는 복합적 증상을 의미한다.

최근 치매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가장 무서운 병이며, 걸리고 싶지 않은 질병 1순위에 암을 제치고 오르는 등 고령화 시대의 신종 역병으로 그 위세를 맹렬히 떨치고 있다. 치매가 암보다 더 무서운 이유는 환자 본인의 인격을 황폐화함은 물론 주변 가족의 삶의 질까지 현저히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낫지 않으며 사리 분별을 못하게 돼 자신이 조금씩 파괴되어 마지막에는 움직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 병으로 우리는 치매를 인식한다. 그러나 치매가 곧 죽음이라는 공식을 떠올릴 정도로 과연 무서운 병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치매는 세월이 흘러 고령이 될수록 걸리기 쉽지만 그 자체로 죽음에 이르는 병은 아니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고령이 되면 여러 가지 질병이 발병하게 되며 결국 이들의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것이지, 치매가 직접적 사망 원인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알츠하이머형은 뇌의 운동 영역 중 골격근에 수의적 운동 명령을 내리는 대뇌 피질의 기능이 최후까지 유지되므로 침상을 지키는, 즉 자리보전 환자가 되는 일은 적다.

와상 생활을 하는 이유는 배회 중 전도되거나 굴러 대퇴경부골절 등의 중상을 입는 경우다. 병상 생활이 길어질 경우 폐용성 근 위축이 되어 수족의 근육이 쇠약해지면 관절의 움직임도 굳어지게 된다. 자리보전 환자가 되면 기관지의 근육 역시 약해져 가래를 뱉지 못하게 된다. 결국 이 생활의 지속은 폐렴 등의 합병증을 야기하여 최종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지만, 본인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관점으로 본다면 치매는 결코 무서워할 병이 아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뇌의 퇴행성 질환으로 정의되는 치매는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몇 가지 추측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1차 예방의 관점에서 인지 기능이 경미하게 저하되기 시작한 노인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선별하여 관리하는 일은 그 중요성이 크다 할수 있다. 노화는 질환이나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지 않는 한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삶의 한 과정이다. 노화를 경험하는 10명 중 1명 꼴로 걸린다는 치매를 예방하려는 노력, 조기에 발견하여 잘 대처함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무서운 병이라는 인식을 떨쳐버리려는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 박창희 다이어트 명강사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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