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얼마 전 일이다. 식탁을 책상 삼아 글을 끄적이고 있던 중 초인종이 울렸다. 대충 챙겨입고 나가보니 112 순찰차에서 경찰이 내리며 주소를 묻는데 우리 집 주소임이 틀림없다. 경찰의 시선을 쫓아 차 안을 들여다보니 웬 노인이 초라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반지하 단칸방에 세들어 딸의 보살핌을 받는 치매 노인임이 분명하다. 노인은 초점 없는 눈으로 묵묵히 앞만 응시한다. 어떻게 된 거냐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보호자인 딸에게 전화를 거니 화들짝 놀라며 알았다는 말과 함께 황급히 전화를 끊는다. 높은 언덕 위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필자의 집 구조는 다소 특이해 세입자가 출입하는 대문을 가려면 공원을 끼고 반대편 뒷길로 몇백 미터를 돌아야 한다. 안내를 위해 경찰차에 동승하고 공원을 돌아가는데 웬 여성이 허겁지겁 달려 나온다. 60대 초반의 여성인데 개호를 위해 파견된 요양보호사다. 조선족 동포로 보이는 그 여성은 깜빡 잠이 들어 노인이 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연신 자신의 잘못을 경찰과 내게 빌어댄다.

휠체어만 덩그러니 남은 채 노인이 없어졌으니 보호사 또한 얼마나 놀랐을지 짐작이 간다. 주소가 적힌 이름표를 목에 건채 1km가량을 걸어 나간 노인이 마트에 앉아 휴식을 취할 때 이를 본 마트 직원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 오늘 해프닝의 전모다. 의문은 보호자가 끄는 휠체어에 의존하던 노인이 어떻게 제 발로 걸어 나갔을까 하는 점이다. 가족 및 주변인들은 노인의 거동이 불편해져 의자에 앉은 순간부터 그가 걷지 못할 거라 착각했거나 외출 시 신속한 이동 및 안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휠체어를 택했을 수도 있다.

과연 치매(dementia)란 무엇이며, 머지않은 미래의 내 모습일 수 있는 그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뇌의 퇴행성 질환으로 정의되는 치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뇌의 신경 세포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손상을 받으며 그로 인해 기억력, 지남력을 위시해 여러 인지 기능의 장애가 생겨 예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데 치매는 이와 같은 상태의 지속을 의미하는 포괄적 용어다. 치매 환자는 전반적으로 지능, 학습, 언어 등의 인지기능과 고등정신기능이 쇠퇴하는 복합적인 증상을 보이게 된다.

기억과 관계되는 망각을 정상적 망각과 병적 망각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 수를 놓은 바탕천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바탕천 위에 놓은 수의 올이 풀려 빠지는 것은 나이 들며 누구나 경험하는 정상적 망각이라 할 수 있다. 치매 환자의 문제는 아예 수를 놓을 수 있는 바탕천 자체가 소실되는 것이다. 한꺼번에 바탕천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불이 붙어 점차 타 없어지듯 부분적으로 뭉텅뭉텅 소실되는 특징을 보이는데 이것은 나중에 설명할 기회를 갖겠지만 치매 및 알츠하이머의 생리학적 원인 및 병리적 특징과 맥락을 같이 한다.

우려되는 것은 화재 후 새싹이 돋는 들판과 달리 손상된 뇌세포는 지우개로 지워진 연필 자국과 같아 원래의 상태, 즉 가역적 상황으로 복구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학, 석사는 다이어트와 관련된 생리학을 전공한 필자는 현재 박사 과정에서 경도인지장애(MCI)와 관련된 논문을 쓰는 등 본격적으로 치매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18년 65세 인구가 14.3%에 이르러 이미 고령 사회(aged society)로 진입하였고, 26년께 20%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 (super-aged society)의 반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필자가 치매 및 치매를 유발하는 알츠하이머형 질환 등에 관심을 갖는 것은 초고령 사회의 도래를 앞둔 우리나라의 현실적 사회 배경을 감안했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건강 상태의 개선에 결부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이는 고도경제 성장에 따른 국민 각자의 경제적 상황이 개선되었음을 의미한다. 치매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음 호에 계속 이어가 보자.

▲ 박창희 다이어트 명강사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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