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중국과 무역 군사 외교 분야에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코로나19를 놓고도 난타전 끝에 극약처방을 내놨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공식 탈퇴 통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에 중국 책임론과 함께 세계보건기구(WHO)의 중국 편향적이라는 강한 불만을 현지시각 7월7일 탈퇴선언으로 표출했다. 그는 지난 5월 기자회견 때 “미국이 1년에 4억5천만 달러를 내는데 중국은 4천만 달러밖에 내지 않으면서 WHO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WHO와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이미 예고했었다.

사실 코로나19 발생이후 WHO의 친중(親中)의혹은 끊이질 않았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세계 인류’의 최고 건강 수준에 도달을 목적으로 내세운 WHO가 특정국가에 경도됐다는 의심이다. 중국 후베이성에서 지난 1월 원인불명 폐렴환자 27명이 첫 보고된 이후 여러 나라에서 대유행 전염병(팬더믹·Pandemic) 조짐이 나타났지만 WHO는 수수방관했다.

특히 WHO는 3월10일에야 팬더믹을 선언했는데, 공교롭게도 중국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19 최초 발생지로 알려진 우한을 방문해 코로나 종식 선언을 한 직후였다.

WHO의 친중 의혹 중심엔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있다. 에티오피아 국적의 공중보건학 박사 출신으로 역대 WHO 사무총장 가운데 의사가 아니면서 처음으로 사무총장에 선출된 사례다. 선출과정에서 중국이 자금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며 당선을 도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로 테워드로스 총장은 중국에 우호적인 발언으로 세계인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전염병에 대처하는 중국 정부와 시진핑 주석의 노력이 “감탄스럽고 감명 받았다”는 발언도 했다. 누가 봐도 보건에 정치가 끼어든 것이다.

트럼트의 탈퇴선언도 정치쇼 냄새가 난다. 미국이 WHO를 탈퇴하려면 1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야당은 물론 행정부와 공화당에서도 반대 여론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WHO 탈퇴선언이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에 견제구를 날린 측면이 커 보이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치는 불투명, 그 자체였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중국 의료인 및 중의학 시스템의 교훈은 되새겨 볼 만하다.

코로나19의 존재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의사 리원량(李文亮·34)은 중국에서 최고 등급의 명예 칭호라는 ‘열사’로 불릴 만하다. 코로나19를 은폐하고 축소하려던 당국에 맞선 데다 의사로서 환자들을 돌보다가 자신도 감염돼 끝내 목숨을 잃었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의 귀감으로 남을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지만 중의학 시스템은 우리보다 폐쇄적일 것이란 예상을 깬다. 중의사들은 엑스레이(X-ray), 초음파 등 현대의료 기기를 자유로이 사용하며 중의학의 과학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메르스, 사스,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 예방과 치료에도 서양의학과 중의학을 병행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의료수준이 앞선다는 우리나라에서의 한의학(韓醫學)시스템은 손발이 다 묶여있다. 한의사들에게 엑스레이 초음파 등을 아예 못 쓰게 하고 있다. 감염병 예방과 치료에도 한의학과 한의사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서양의학이냐, 한의학이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학발전이 우선 아니겠는가. 현실은 편 가르기에 익숙한 정치판을 빼닮았다. 의학에 정치논리가 끼어드니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어서 세계에서 칭송받는다는 K-방역이 무척 공허하게 들린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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