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문 작가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4인과의 인터뷰-도산 안창호]

▲ 사진=kbs방송화면 캡처

-요즘은 정치인이라고 하면 나쁜 의미가 많아서 꺼림칙합니다만 선생님도 정치지도자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들을 이끌고 정부에서 일하셨고 민족 유일당 운동을 벌이시다가 1930년에는 한국독립당을 창당하셨습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후배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제가 한창 활동하던 시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누가 무슨 말을 하든지 누가 무슨 글을 쓰든지 그 말과 그 글을 곧이곧대로 듣거나 보지 않고 그 뒤에 무슨 딴 흑막이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는 듯합니다. 동지 또는 친구라 하면서도 누가 무엇을 같이 하자고 간청하면 이게 또 무슨 협잡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진심으로 응하지를 않습니다.

대한 사람은 대한 사람의 말을 믿고 대한 사람은 대한 사람의 글을 믿는 날에야 대한 사람은 대한 사람의 얼굴을 반가워하고 대한 사람은 대한 사람으로 더불어 합동하기를 즐거워할 것입니다. 대한의 정치가로 자처하는 분들은 만일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뜻이 전혀 없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진실로 올바른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마음속의 거짓을 버리고 살가죽 안쪽을 모두 참으로 채우자고 거듭거듭 맹세를 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후배 정치인들과 연구자들이 선생님을 해방 후 정부 운영을 충실히 해나갈 만한 인물로 거론했습니다. 선생님이 보여주신 통합형 리더십을 다들 높이 평가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좋은 지도자의 요건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가 상당한 공통적 방침 하에 서로 믿고 모여서 힘을 합쳐 나아가려면 반드시 있어야 될 것이 지도자입니다. 지도자가 없으면 협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합니다. 나팔이나 피아노나 악기를 가지고 독주를 하면 모르겠지만 북과 나팔이나 퉁소나 거문고들의 여러 가지 합하여 협동적으로 음악을 병주할 때는 악대 전체를 지도하는 이가 있는 것입니다.

지도자를 세워야 하는 건 당연한데 그럼 내세울 지도자가 있느냐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제 눈으로 우리의 고국을 들여다본다면 고국 안에 우리의 지도자가 될 자격을 갖춘 위인들은 분명 있습니다. 위인이란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위인의 마음으로 위인의 일을 하는 자가 위인입니다. 남이야 알거나 모르거나 욕을 받고 압박을 받아 가면서 자기의 금전, 지식, 시간, 정열을 내놓고 민족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지도자가 되기에 충분하겠지요.

그런데 일제 강점기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사람에 대한 존경하는 말 대신에 모욕하고 무시하는 말이 더 번성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기자 선생께서 말씀하신대로 정치인, 지도자라고 하면 말하기부터 싫어하고 듣기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지도자들이 똑바로만 하면 지도자를 세우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지도자 놈들이 협잡이나 싸움만 하기 때문에 우리가 지도자로 세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건 말이 안 됩니다. 다 협잡하고 다 싸움만 한다면 그 중에 협잡과 싸움을 적게 하는 사람이 지도자의 자격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냉정한 머리를 가지고 살피면 그런 사람들이 보일 것입니다.”

-다 나쁜 놈이라면 덜 나쁜 사람을 찾으라는 말씀 같은데, 현실이 그렇더라도 차악(次惡)을 찾아서 지도자로 세우는 건 너무 서글픈 일입니다.

“지도자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다는 푸념에 대해 말한 것뿐입니다. 당연히 그것보다는 더 나은 방법으로 지도자를 세워야 합니다. 그 사람의 주의와 본령과 방침과 능력을 조사한 후에 그것이 내 개성에 적합하고 그 주의에 대한 방법과 능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음이 확인될 때 지도자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때 사회에 떠돌아다니는 유언비어에 휘둘리지 말고 그 삶의 실질적인 역사와 행위를 밝게 살펴야 합니다. 지도자를 택할 때는 친소 관계나 내편 네편 편가르기를 떠나서 전 군중의 이해를 기준으로 공평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 인용했다>
도산의 답변은 모두 생전 그의 글과 연설에서 발췌하여 문맥에 맞게 다듬은 것이다. 도산은 열정적인 연설가였지만 편지 글과 일기 외에 글은 그다지 많이 남기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만 46세를 맞은 1924년 중국 베이징에서 춘원 이광수에게 구술해 작성한 뒤 ‘동아일보’와 잡지 ‘동광’에 연재한 ‘동포에게 고하는 글’은 도산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여기에 ‘독립신문’과 ‘신한민보’ 등에 실린 연설문 또는 연설문 개요, 동지 및 가족들과 주고받은 서한 등을 활용해 살을 붙였다. 도산의 삶의 여정에 관한 내용은 주요한 선생이 정리한 ‘안도산 전서(증보판)’(흥사단출판부, 2015)의 전기 부분과 김삼웅의 ‘투사와 신사, 안창호 평전’(현암사, 2013)를 주로 참고했다.

▲ 김문 작가 – 내 직업은 독립운동이오

[김문 작가]
전 서울신문  문화부장, 편집국 부국장
현) 제주일보 논설위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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