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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홍무석 칼럼]

기사승인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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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북한 김정은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6월 4일 군사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담화를 내면서 남북간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와중에 북한의 한가로운 농촌 풍경도 카메라에 잡혀 대조를 보였다.

대남 확성기를 다시 설치하겠다는 엄포에 우리 사진기자들이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이 빤히 보이는 인천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취재한 카메라 앵글에 북한 주민들의 모내기 장면이 잡힌 것이다.

사진 속 모내기 장면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있어 ‘농번기에는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했다. 북한 개풍군에서의 모내기는 봄철 개화시기가 북진하는 것처럼 이미 남쪽에선 벼가 자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제는 따가운 햇볕에 농민들의 구슬땀이 더해져 가을철 벼 수확으로 이어질 것이다. 쌀은 우리의 주식(主食)이지만 지난해 1인당 쌀소비량은 통계이후 처음으로 60Kg 아래로 떨어져 59.2kg을 기록했다. 쌀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는 분명하지만 쌀의 의미는 남다르다.

매년 쌀이 남아돈다지만 집에 쌀이 떨어지면 왠지 쓸쓸해지는 느낌은 뭘까. 쌀이 우리 DNA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배고픔의 쓰라린 표현인 ‘보릿고개’를 모르는 세대가 보리밥 음식점을 찾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쌀과 보리를 음양의 이치로 파악할 정도다. 한여름 따가운 땡볕 속에서 양기를 띠고 영근 곡식이 쌀이고, 한겨울 눈 구덩 속에서 음기를 가득 배고 생육된 게 보리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겨울에 여름의 양기를 취한 쌀밥을 먹고, 여름에 엄동의 눈밭에서 자란 보리의 음기를 통해 신체의 음양 지탱과 보양을 추구한 것이다.

자연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작물이 그렇듯 쌀·보리도 그냥 곡식 알갱이가 아니다. 따가운 햇볕을 온 몸으로 받아 내거나 풍상우설(風霜雨雪)을 견뎌낸 알갱이이어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은 인생사에 비유될 만하다. 그러니 그 작은 알갱이가 우주를 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한의학에서 쌀·보리를 음양이치로 이해한 인식은 프랑스 와인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용어인 떼루와(Terroir)와 통하는 데가 있다. 우리말 한(恨)을 외국어로 옮기기 어렵다고 하는 것처럼 떼루와는 결코 번역할 수 없는 프랑스어로 꼽힌다고 한다.

굳이 번역하자면 토양 토지 등의 의미인데, 흔히 와인 품질의 90%가 결정된다는 포도밭이 바로 떼루아다. 그렇다고 단지 땅만을 가리키진 않는다. 토양·일조량·비·바람·기후·경사·관개·배수 등을 통칭한 말이다. 와인이 입에 들어오기까지의 맛을 좌우하는 그 모든 결정체의 합이 떼루아다.

그러니 쌀·보리의 음양이치나 와인의 떼루아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작물의 그것과는 구별돼야 마땅해 보인다. 온전히 자연을 받아낸 작물과 그렇지 않은 작물은 이력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연에서 생육한 쌀·보리나 포도주를 취하는 것은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서처럼 실로 어마어마한 일인데, 대개는 잊고 지낸다. 아래 시구(詩句)에 나오는 사람 대신 쌀 보리 혹은 와인을 넣어도 의미가 흐트러지지 않아 보이는데, 필자만의 생각일까.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하략)”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홍무석 한의사 .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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