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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 된 ‘개그콘서트’는 왜 막을 내릴까? [유진모 칼럼]

기사승인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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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제공.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KBS2 '개그콘서트'가 26일 1050회를 끝으로 무대 뒤로 사라진다. KBS는 ‘21년 만의 휴식기’라지만 언제 속개될지, 속개되기는 하는지 오리무중이다. 1999년 9월 4일 시작된 ‘개그콘서트’는 콩트 형식으로 세트장에서 진행되던 기존 코미디의 포맷에서 탈피해 방청객과 함께 호흡하는 공개 프로의 새 지평을 열었다.

초기엔 원로 개그맨 전유성, 김미화 등이 이끌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신선한 새 얼굴들을 발굴해내며 국내 코미디 프로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개그콘서트’가 고군분투하는 동안 SBS ‘웃찾사’, MBC ‘개그야’ 등 실질적인 경쟁자들이 일찌감치 백기를 들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개그콘서트’는 한때 35%대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2015년부터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스틱스를 건넜다. 현재 살아남은 공개 개그 프로그램은 tvN ‘코미디 빅리그’가 유일하다. 그러나 1%대의 시청률을 오가며 그다지 미래가 밝진 못하다. 왜 방송가에서 정통 코미디 혹은 공개 코미디 프로가 사라지는 걸까?

첫째 예능, 오락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이 바뀐 지 오래됐다는 이유가 크다. 1980년대까진 콩트형 세트장 코미디가 유일한 정통 코미디였다. 연예인들이 퀴즈를 풀거나, 레저 혹은 스포츠로 경쟁하는 오락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예능의 대세는 세트장 코미디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면서 코미디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각종 드라마, 오락, 교양과의 접목으로 다양하게 변종되는 과도기를 거쳐 오늘날의 토크 예능, 관찰 예능, 경연 예능의 세 부문으로 자리매김한 것. 공개 코미디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시청자들이 오래 지속된 세트장 코미디에 피로감을 느꼈기 때문이고, 공개 코미디가 역사의 뒤로 사라진 것 역시 그런 포맷이 이제 시청자들에게 식상해졌기 때문이라는 아이러니컬한 분석으로 귀결된다.

‘라디오 스타’가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가는 건 토크 예능의 생명력이 얼마나 긴지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복면가왕’의 포맷은 전 세계가 인정할 정도고, ‘미스터트롯’의 식지 않은 열기는 경연 예능이 가진 음악, 퍼포먼스, 그리고 드라마의 합체가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지에 대한 증거다.

그 외의 예능은 대다수가 관찰 예능이다. 아이를 키우든, 밥을 얻어먹거나 직접 지어먹든, 혼자 살거나 누구랑 같이 살든, 집을 구하러 발품을 팔든 모두 관찰 형식이다. 정통 형식의 ‘몰래카메라’는 식상해졌지만 인간의 관음증은 아직도, 아니 영원히 진행 중이다.

따라서 ‘개그콘서트’가 ‘임시로’ 무대 뒤에서 휴식 시간을 갖는 건 제작진이 무능해서도, 개그맨들의 유머 센스 기능이 약해져서도 아니다. 시대적 흐름이 시청자의 취향을 바꾼 것이다. 한 번 바뀐 입맛, 혹은 유행은 언젠가는 돌아오겠지만 시간이 걸린다. KBS가 폐지가 아닌 휴식이라고 표현한 저의에는 그 복구를 염두에 둔 여지가 있는 것이다.

둘째는 동영상 시청 플랫폼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요즘 지상파 방송사의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시청률이 10%를 넘는 게 어려울 정도로 이미 시청자들은 플랫폼을 갈아탄 지 꽤 됐다. 대세는 유튜브 등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다. 인기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라면 웬만한 유명 연예인 부럽지 않은 수입을 벌고 유명세를 누린다.

유튜브의 인기 동영상은 대부분 5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다. 현대인의 취향적 특성상 긴 동영상은 비호감이다. 온라인 동영상을 즐기는 구독자들은 드라마나 스포츠가 아닌 이상 긴 시간의 집중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단속적 취미를 지향한다. 게다가 피로를 빨리 느끼는 소비자라면 간헐적이기까지 하다.

21세기 초 인터넷이 급속도로 활성화된 이후 세계, 특히 우리나라의 미디어 및 각종 콘텐츠가 소비되는 환경은 1년 주기로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빠르게 변화한다. 아니, 내일을 예측하거나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촉박하게 변화를 향해 질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이블TV나 종합편성채널이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을 뛰어넘고, 포털 사이트나 유튜브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를 빼앗을지 예측이나 했을까?

셋째는 개그맨이 아니라 대중의 유머 센스가 퇴보했고 웃음을 즐기는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세계지도를 펼쳐놓으면 이슬람권은 내전과 미국 및 유럽과의 갈등으로 황폐하다. 고대 문명의 리더였던 이집트는 가난해진 지 오래고, 한때 문화와 지식의 스승이었던 그리스도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아프리카의 가난과 질병은 거론이 새삼스럽고, 인도의 인권 유린, 특히 여성에 대한 육체적 폭행은 심각하다. 패권을 쥔 미국은 여전히 인종차별로 시끄럽고, 유럽의 선진국 중 어느 나라도 정의를 외치는 데 앞장서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최악의 국론 양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젊은이들은 이미 많은 걸 포기한 채 무기력한 다람쥐 쳇바퀴의 일상을 무표정으로 살아내고 있다. 거리의 서민들에게선 미소와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결코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유머 감각이 사라졌다기보다는 웃음을 즐기는 신경계가 둔감해진 것이다.

굳이 힘쓰고 돈 들여 극장에 가거나 TV를 켜기보다는 그냥 자신의 방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짧은 온라인 동영상을 보면서 피로를 풀거나 시간을 때우는 게 편하다. ‘개그콘서트’에서 정치인을 풍자하고, 수준 높은 시사 코미디를 펼치는 걸 이해 못 해서가 아니라 그냥 피곤해서 다 귀찮은 것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유진모 ybacchus@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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