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종, 송화분분, 162x259cm, 혼합재료에먹과채색, 2020

[미디어파인=오서윤의 심층기획보도] 동양화가 김병종 서울대 명예교수(전 서울대 미대학장)가 제 1회 ‘화이트원 미술상’ 수상 기념전시회를 6월23일부터 7월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54-11 갤러리 화이트원(관장 최혜율)에서 갖고 있다.

갤러리 화이트원은 “김교수의 ‘생명의 노래’등이 한국 미학적 감수성에 바탕을 두고 동서양의 다양한 방법론을 구사하여 시적 감성과 분출하는 생명에너지를 느낄 수 있게 한다”며 “평론가 ,애호가들의 자문을 받아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바보예수>와 <생명의 노래>연작으로 국내외에 많이 알려진 김교수는 해외 언론을 통해서도 한국 대표 작가의 한분으로 소개된 바 있고 백수십년 전통의 프랑스 <아쟝출판사>의 세계 미술사전에도 등재된 바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주석의 국빈 방문때에는 김교수의 작품이 증정되어 중국 최대 현대 미술관인 진르미술관의 전관 초대전을 갖기도 했고 그동안 FIAC, BASEL, Chicago 등 국제아트 페어를 통해서도 눈부신 성과를 보여왔다.

이번 전시회에는 <송화분분> <생명의 노래 카리브> <생명의 노래 청한> <추산> <춘산> <화홍산수> <알제리의 봄> <튀니지 기행> <라틴 기행> <풍죽> 등 40점이 출품됐다.

▲ 김병종, 춘산, 259.2x193.5cm, 혼합재료에 먹과채색, 2019

[김병종 작가의 말]

나는 색채의 풍성함속에서 유년시절을보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대자연의 풍요로운 아름다움과 색채들 속에서 보냈던 그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생명의노래> 연작들로 나오게 된 것 같다. 붉은 황토와 넘실거리는 푸른 강물, 초록색 보리밭 그리고 그 위로 둥둥 떠가는 듯 한 상여와 울긋불긋 만상홍으로 불타는 봄의 화려함과 눈 덮힌 겨울 산의 애매함, 대숲이 일렁이는 소리며 그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멀리 노란 뭉개 구름이 일어나는 듯한 송홧가루와 보석 알갱이 같은 밤하늘의 별들, 그리고 유성 ...

어느 것 하나 내 감성을 일깨우지 않은 것들이 없었다. 그래서 자연의 친구로서 보낸 유년시절은 늘 색채의 기억으로 출렁댄다. 그림을 그리면서 기억속의 꽃이 발화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고, 그 숨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꽃과 나무의 심장, 새들이 눈으로 나누는 대화들은 화폭에 옮겨 보려했다.

근래에는 어릴적 보았던 그 몽환적 송홧가루의 이동과 달빛에 풍죽이 일렁이는 대숲의 느낌을 그려보려 노력했다. 유년의 기억창고 속에 있던 그 색채와 형태로의 느낌들을 다시 살려보려 한 것이다. 근래 많이 그린 <송화분분>이나 <풍죽> 시리즈가 그것이다.

▲ 김병종, 생명의노래 사상(四象), 60x90cm(30M호)혼합재료에 먹과채색, 2016

[평론가의 글]

김병종은 생명 바깥에서 생명을 노래한다. 그와 나는 <생명>의 동행자다. 그는 날치가 물을 차고 오르듯 힘찬 붓질과 아름다운 색채로 생명의 시를 썼다. 생명의 조종이 울리는 시대에 붓 한 자루로 생명을 일으켜 세운다. 우리가 진정 최종적으로 보듬고 가야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가 없었다면 한국의 마음을 담은 그림이 어떻게 프랑스에까지 전달될 수 있었을까...... 나는 서양 사람이 그린 어떤 예수 그림에서도 김병종이 그린 바보예수와 같은 진한 감동을 가져본 적이 없다.  <전 문화부장관 이어령>

가슴을 울리는 따뜻함과 휴머니즘

김병종의 유머러스하고 혹은 바보스러워 보이는 성인(聖人) 연작들은 가슴에 와닿는 기이한 느낌을 준다. 그는 서방 현대미술이 잃어버린 따스함과 휴머니즘을 회복하고 있다. 또한 끝없이 가벼워지고 싶어하는 현대미술의 속성을 무거운 주제와 정신으로 통제해 내고 있다. <에크하르트, 독일 미술평론가>

▲ 김병종, 라틴기행, 97x162cm, 혼합재료에 먹과채색, 2013

詩가 된 그림

그가 선을 꺾으면 산이 된다. 그가 선을 치올리면 나무가 된다. 그 선을 흔들면 숲이 된다. 그것들이 이어져 삼라만상이 된다. 사물에 혼을 넣지 않고는 살아있는 존재를 만들 수 없다.

가락이 있는 선은, 흥이 있는 선은 모든 형상의 영혼이다. 화포가 비어있기에 그의 마음이 비어있기에 선은 이렇듯 살아 있는 형상을 낳으며 증폭된다. 이제 그 선은 여백으로 ,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주헌, 미술평론가>

대영박물관이 그의 작품을 여러 점이나 소장하고 있는 작가. 르 피가로가 주목한 작가. FIAC, BASEL, Chicago 등의 세계적 아트페어에 단골로 초대 출품된 작가, 일찍부터 벨기에의 저명 화랑 파스칼 폴라의 전속이었던 작가....

김병종은 철저하게 ‘전통’을 내포하면서 ‘현대’로서 그 외연을 이루려 한다. 동을 축으로 하고 서를 외연으로 하려한다. 그는 한국화의 주된 특징을 사의성이라고 했다. 이것은 추상성과 구상성이 공존하는 화면이다. 그의 작품은 추상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 같은데 뜯어보면 구상적이다. 구상적인데 추상이다. 묘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의 작품이 ‘토착적’이라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다. 컨템퍼러리하면서도 도착적이다. 놀라운 일이다. 어떻게 이 양자를 그토록 잘 조화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김종근, 미술평론가>

▲ 김병종, 송화분분, 180x210cm, 혼합재료에 먹과채색, 2018~2020

활시위가 당겨진 듯...긴장된 붓끝의 떨림

생생한 빛깔(한국의 색은 매우 선명하다)과 형체에 대한 동심과 같이 단순화된 화면은 동양 회화기법에 의해 이룩되는 것이다. 활시위를 당기는 것처럼 자신의 의지를 자기 자신으로 긴장시키는 그 방법을 보라, 그 후 정확하면서도 의식이 없는 것 같은 붓놀림을 모두 손에 맡겨버린다. <미셀 누리자니 , 프랑스 미술평론가>

김병종은 <바보예수>를 미켈란젤로가 구상화시키려고 했던 이탈리아 미남자의 모습에서 탈출 시켰다. 이러한 탈출에서 나는 한국화의 새로운 한 줄기 빛을 발견하는 것이다.

김병종 그림세계의 최종적 기술(記術)은 자유다. <김용옥, 철학자>

▲ 김병종, 생명의노래 카리브, 112x480cm, 혼합재료에 먹과채색, 2015(미수정본)

김병종의 독창적 상상력과 낭만적 색채는 회화예술의 동양적 가치를 견지하면서 서구를 수용한 결과물이다. 아울러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생명>이라는 주제를 펼쳐놓는다. 중국의 미술은 그의 작품으로 인해 많은 시사를 받게 될 것이다. <자오리, 예술학박사 중국 미술평론가>

미술사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에 남는 거장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일생의 화업에서 한 작가가 추구해 온 다양한 작업에 미적 일관성이 담보돼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서 작업의 다양성과 풍부한 표현 언어는 전재조건이다. 어휘가 많아야 문장력이 좋은 법. 제한된 양식의 반복적 표현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따라서 김병종과 같이 표현이 풍부한 작가가 갖춰야 할 최종의 과제이자 작가로서의 궁극적 가치는 작업의 일관성에 달려있다. <전 영백.홍익대 교수. 미술사가>

▲ 김병종, 라틴기행, 100호M, 혼합재료에 먹과채색, 2014

김병종은 <이름과 넋> 연작을 통해 실존적 물음을 던져놓았다. 그것은 우리 동양화의 역사에서 간과 할 수 없는 중요한 모멘트라고 여겨진다. 돌이켜보건대 김병종이 예수라는 서양의 거대한 아이콘을 문인화 풍의 동양화로 변주했다는 사실이 없었다면, 우리 동양화의 세계는 시대적 낙후성에 부끄러워졌을 지도 모른다. <이건수,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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