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필자의 단독 주택 한편엔 작은 밭이 있다. 봄이 되면 거기에 상추나 토마토 따위를 심곤 하는데 물을 주고 가꾸다 보면 어느 순간 작물보다 잡초의 성장 속도가 훨씬 빠름을 느낄 수 있다. 잡초가 작은 손톱만큼 땅을 헤치고 올라올 땐 뽑기 귀찮아 놔두고, 무서운 기세로 번식하면 뽑을 엄두가 나질 않아 놔둔다. 결국 잡초에 진 엉터리 농사꾼은 방울토마토는 언제 먹느냐는 마누라 말에 마트에 많은 데 무슨 소리냐며 엉뚱한 소리를 해댄다.

잡초를 뽑는 것도 기술이 있어야 한다. 진중히 잡아당겨야지 낚싯대 당기듯 잡아채면 뿌리는 흙 속에 든 채 줄기만 달랑 손아귀에 쥐게 된다. 슬슬 꾀가 나는 데다 비까지 한, 두 방울 떨어지면 이내 투덜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벌렁 눕고 만다. 농사가 다 뭐며 잡초는 뭔 죄가 있냐는 투다. 승자 승 원칙에 의해 잡초는 영양분을 독식하고 그 곁의 깻잎 모종은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후줄근하게 서 있다.

잔디를 가꾸거나 농작물을 기를 때 토끼풀은 최악의 잡초라 할 수 있다. 뭘 심어 먹으려는 자에게 네 잎 클로버의 행운이나, 연인 손가락에 채울 꽃반지 따위는 중요치 않다. 일단 토끼풀이 출현하면 삽으로 주위를 도려내듯 넓게 파내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뿌리는 징그러운 혈관처럼 뻗치고, 잎은 우산처럼 해를 가리니 그 속에서 어떤 작물도 기를 펼 수가 없다. 작정하고 토끼풀을 잡아당기면 40~50㎝가량 연결된 인맥(?)이 주르르 딸려 나오기도 한다.

뽑아내고, 캐내고, 베어내도 잡초와의 전쟁은 끝이 없다. 더군다나 낟알을 노리는 해충의 공격을 막고 열매를 거두려면 유기농은커녕 누군가의 말처럼 농약통을 지고 살아야 한다. 이동하여 위험을 회피하는 동물과 달리 폭염이 작렬하고 폭우가 쏟아져도 식물은 그저 그 자리에서 버텨낸다. 물론 가뭄에 말라비틀어져 죽기도 하지만 바위틈에서 몇백 년을 버티는 소나무나 마차 바퀴에 짓 밟혀도 명줄을 이어가는 질경이처럼 식물의 생명력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언젠가 필자는 강의장에 풀잎을 하나 뜯어 들고 들어간 적이 있다. 비가 많이 온 날이었는데 웅덩이 고인 물에 잠긴 풀을 보며 불현듯 떠 오른 생각이 있다. 동물은 골격으로 형태를 유지하며 항중력근의 저항으로 직립의 자세를 유지할 수 있지만 식물은 어떤 조직으로 형태를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비 온 뒤 물속에 잠겨도 풀들은 녹아서 사라지지 않는 불수용성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 수분으로 이루어진 식물의 특성상 물에 녹아 없어진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는다.

체지방을 줄이기 위한 다이어트 핵심 전략을 필자는 빗물 속에 고고히 잠겨있는 풀때기에서 찾는다. 발상의 출발은 식물은 그 구성 중 물에 녹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을 것이고 인간의 소화 기관은 그 물질의 대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대다수 식물은 태양을 받아 광합성을 하기 위해 형태를 갖춘 후 수직으로 상승하여 키를 키우며 살아간다. 단단한 뼈로 이루어진 골격을 갖춘 동물과 달리 식물은 세포 자체가 벽돌처럼 쌓여 형태를 유지한다.

즉 모든 세포는 셀룰로스(cellulose)로 이루어진 세포벽을 외부 골격으로 지녔으며 우리는 식물 세포벽의 기본 구조를 섬유질이라 부른다. 셀룰로스로 이루어진 식물의 세포벽을 하나의 벽돌로 본다면 그사이에 중간박막층이라는 벽이 존재한다. 이것은 건축물의 벽돌과 벽돌 사이를 몰타르라는 시멘트와 모래로 이루어진 반죽을 발라 고정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식물의 벽은 셀룰로스라는 물질로, 벽과 벽 사이는 박막층이 존재해 서로를 안정적으로 연결함으로 형태를 굳건히 유지한다. 필자가 강의 중 받는 가장 흔한 질문, 즉 어떤 음식을 먹으면 살이 빠지거나 덜 찌는가의 정답이 여기에 있다. 섬유질이 음식물 대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음 호에 자세히 알아보자.

▲ 박창희 다이어트 명강사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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