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바보들의 행진>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 칼럼=김나경의 영화 후(後) #2] ‘흔해 빠진 게 대학생이야’ 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20대의 대학생 청춘들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영화 ‘바보들의 행진’ 연애, 학점, 꿈, 심지어 부모님과의 갈등까지 다 담겨 있다. 그리고 20대의 성인들의 자유로운 것 같으나 자유롭지 못한 모습들이 담겨져 있고 어른이 되어도 더 큰 어른에게 아직 꼼짝 못하는, 꿈은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일단 이 영화에 나오는 여자들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지금과 다를 바 없는 당당한 여자들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여자로 태어난 것을 후회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로 태어나길 원한다. 이 곳 여자들은 담배도 잘 피고 웬만한 남자들보다 술도 잘 먹는다. 또 도도함을 잃지 않고 쉽게 입술을 내 주지 않는 쉽지 만은 않은 여자들이었다. 그리고 부족할 것도 없고 오히려 이 영화에서는 남자들보다 더 우월하게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난 여자로 태어난 게 싫어’ 라는 말을 자주 한다. 대학을 나오고 결혼해 아이를 낳고 남편 월급을 깎아 먹고 시어머니 눈치만 보는 삶이 여자의 삶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여자들도 대학에 많이 가고 옛날 보다 억압이 덜 해졌다 해도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 되지 않은 듯 했다. 당당한 모습에 비해 여자라는 이유로 마치 삶의 패배자 같이 스스로를 생각하는 모습이 참 아이러니 했다.

병태와 영철은 여자들보다 더 했다. 여자들이 부러워하는 남자로 태어났어도 자신감과 자존감은 바닥이었다. 술만 먹고 여자를 밝히는 남자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꿈이 있었다. 여자들보다 훨씬 순수했다. 영철은 돈을 벌어서 집과 차를 사서 고래를 잡으러 다니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영철은 자신이 잘 하는 것도 없었고 심지어 학교도 아버지의 백으로 들어 왔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를 잘 알았기에 자존감은 더 낮았다. 그리고 병태는 정확한 꿈도 없었다. 그 꿈을 찾기 전에 군대, 제대 후 취업, 결혼 등의 고민들이 먼저 앞섰고 결국 아무것도 하기 가 싫어진다. 그리고 무기한 휴강 등 학교에 생긴 문제들로도 군 입대를 결정한다.

▲ 영화 <바보들의 행진> 스틸 이미지

40년이 지났으나 지금의 모습과 별반 다른 게 없어 보였다. 영화에서 하는 고민들은 지금의 20대들이 하는 고민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20대는 이런 고민속에 사는 나이인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진짜 꿈을 이루기엔 현실을 감당할 용기가 없고 현실을 쫓으며 살자니 후회 할 것 같은 이런 딜레마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딜레마 속에선 어떤 사람은 자신의 고집대로 꿈을 끝까지 포기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현실에 순응해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요 한 건 이런 고민 속에서 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지금 우리의 현 주소를 파악할 수 있었고 청춘들의 복합적인 고민들을 재밌게 잘 풀어 낸 존경스러운 영화다. 우린 종류가 다를 뿐 다 바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 영화였다.

[내가 뽑은 명대사]
-근데 왜 여기 묻혀 있을까? 땅속에. 불쌍하다 그치? 보고 싶은 사람도 못 보고 먹고 싶은 음식도 못 먹고 땅 속에 묻혀 있잖아. 그치?
-그렇지만 죽은 사람은 늘 꿈을 꿀 수 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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