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이른 봄에 수줍게 땅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국화과의 다년생초인 ‘민들레(dandelion)’는 우리의 들판이나 도시의 창밖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노란 꽃이 피는 야생초로서 그 잎은 상추처럼 밥을 먹을 때 쌈용으로 먹거나 약용으로 먹기도 하고 뿌리는 약용으로 먹는다. 어떤 말기암 환자가 민들레 즙으로 효과를 많이 보았다고 해서 요즘은 약용즙으로도 많이 먹는다.

꽃말이 ‘감사하는 마음’, ‘내 사랑 그대에게’, ‘사랑의 신’ 등인데 화단이나 들판에서 조그마한 크기인데도 불구하고 그 꽃이 유난히 눈에 띄는 식물이다.

잎이 날개 깃처럼 갈라져있고 깃털이 달린 열매(씨)가 마치 활짝 펼친 작은 양산처럼 파란 하늘을 살랑 살랑 수 놓으며 날아가는 장관은 가슴 속 깊이 잠들고 있던 동심을 일깨워 준다.

민들레에 대한 기독교와 관련된 잘 알려진 일화를 살펴보자. 신은 타락한 인간을 멸하기 위하여 대홍수를 일으켰다. 신의 계시를 받은 노아는 지구상에 생명은 연장이 되어야 하기에 모든 동물 암. 수 한 쌍을 방주에 태우게 되었다. 하지만 선택받지 못하는 불우한 종자들도 있기 마련이다. 연민이 많은 민들레는 타의로 방주에 타지 못한 동물 친구들을 걱정했다. 억수같은 많은 비가 쏟아지고 홍수가 시작되어 어느덧 물이 발꿈치까지 차올라오자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릴 정도로 애가 탄 민들레는 하느님께 가엾은 자기를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민들레의 기도에

하느님은 그를 불쌍히 여겨 구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바람으로 민들레 씨를 멀리 날려서 노아의 방주 지붕 위에 살짝 올려놓았다. 홍수가 끝나고 물이 빠지자 씨는 산중턱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고 뿌리를 내려 매년 봄이면 노란 꽃을 피웠다.

‘민들레(dandelion)’의 어원을 살펴보면 서양인들에게는 민들레의 잎들이 마치 사자의 이빨을 닮은 것처럼 보였는지 잎의 모양을 보고서 ‘사자의 이빨’란 이름으로 지었다. 근세 라틴어 ‘dens leõnis(사자 이빨)’에서 파생한 프랑스어 ‘dent-de-lion’이 변조되어 영어 ‘dandelion’이 파생되었다.

민들레의 라틴어 이름인 ‘Taraxacum(민들레속의 식물)’은 중세 페르시아의 제약학에서 유래했다. 900년경 페르시아 과학자 Al-Razi는 ‘the tarashaquq is like chicory’를 썼다. 페르시아 과학자이자 철학자 Ibn Sina는 1,000년경 ‘Taraxacum’ 책을 썼다. Gerard of Cremona는 1,170년경 아랍어를 라틴어로 번역하면서 ‘tarasacon’이라 철자했다. 민들레는 ‘blowball’, ‘doon-head-clock’, ‘witch’s gowan’, ‘milk witch’, ‘lion’s-tooth’, ‘yellow-gowan’, ‘Irish daisy’, ‘monks-head’, ‘priest’s-crown’, ‘puff-ball’, ‘faceclock’, ‘pee-a-bed’, ‘wet-a-bed’, swine’s snout’, ‘white endive’, ‘wild endive’, ‘piss-a-bed’, pisacan(dog pisses)’ 등으로도 알려졌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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