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은혜의 4차산업혁명 이야기] 한계를 경험할 때마다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에 부딪히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산업혁명도 어쩌면 인간이 해낼 수 있는 능력의 한계치 앞에서 펼쳐지는 도전의 현장인지도 모른다. 18세기 영국에서부터 출발한 증기기관의 발명과 그로부터 비롯된 1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이 손수 작업하는 수공업만으로는 생산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증기기관이 발명되었고 그로부터 1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어진 2차 산업혁명도 같은 원리에서 비롯되었다. 뭔가 표준화된 생산과 보다 많은 양을 생산해내는 것이 기존의 산업체계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시작된 것이 2차 산업혁명이다. 하지만 표준화, 대량생산을 지표로 삼은 2차 산업혁명에도 한계가 있었고 정보화와 자동화 생산 시스템이 그 한계를 극복할 대안이라는 판단 하에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 팩토리, 대체 무엇에 한계를 느낀 것일까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는 말 그대로 영리한 공장, 똑똑한 공장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이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생산 체계를 완전히 뒤엎을 정도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고 하기보다는, 공장 자동화가 한 단계 더 진보한 개념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사실상 현재에도 대형 공장들을 중심으로 한 많은 공장들이 자동화 시스템을 익숙하게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아직까지는 일정 노력이 소요되는 검수와 점검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도 착오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람의 손과 눈과 머리로 검수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 요구된다. 심지어 검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자품이 나와 반품 사례가 이어지는 것은 막을 도리가 없다. 또한 현재까지의 공장 형태는 개별 공정과정별로만 자동화 시스템이 이루어졌다. 그런 까닭에 전체적으로 공정 절차를 파악하거나 이전 단계 혹은 이후 단계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알기가 어려웠다. 이런 것들이 바로 현재까지 진행되었던 자동화 시스템의 대표적인 한계였다.

자동화에 능동적 지능이 더해지다

그렇다면 이전의 자동화 시스템과 스마트 팩토리의 차이를 어떻게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여기서는 수동이냐, 능동이냐의 차이로 살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자동이라는 말 자체가 능동의 개념을 강하게 담고 있지만 시스템적으로 들여다보면 기존의 자동화 시스템은 수동에 가까웠다. 곧 지능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지능이 주입이 되고 그 지능에 근거한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만큼 ‘명령하고’ ‘그 명령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인 명령을 실행하는’ 과정 사이에서 오류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스마트 팩토리는 모든 장치와 설비가 무선통신으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또한 공정의 모든 단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후, 분석·판단 절차를 거쳐 가장 최적의 생산 환경을 만들어낸다. 곧 스마트 팩토리라는 말 자체가 시사하듯, 지능형 공장으로서 기능하게 하는 것이다.

가령 철강 제품을 만드는 공장으로 예를 든다면, 센서와 카메라가 기본적으로 공장 내에서 진행되는 작업 과정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모아지면 이것을 가지고 빅데이터 분석의 형태로 저장 및 분석 단계에 들어간다. 이때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에 들어있는 인공지능은 이상 징후가 있는지, 불량품은 없는지, 안전과 관련하여 문제되는 사항은 없는지 등을 철저하게 분석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 과정을 지엽적으로 살피는 것이 아니라, 전 영역을 아울러서 모니터하기 때문에 문제되는 제품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철저하게 방지해 준다. 한마디로 전체 공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빅데이터들을 수집하고 분석 및 모니터링을 하는 전반의 과정은 정확한 작업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진행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보다 빠르게 해결해낼 수 있다. 결국 스마트 팩토리가 품질 개선 및 작업 속도에 미치는 영향은 특정 공장,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안에서 보다 효율적인 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더 나아가 제품의 수명주기가 줄어드는 이 시점에서 스마트 팩토리는 새로운 혁신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력 부족과 일자리 부족의 사이에서

한편 스마트 팩토리는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어느 정도 우려의 목소리도 낳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일자리 문제다. 곧 인간이 투입되어야 할 자리를 인공지능이 빼앗는 것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 팩토리가 우리의 밥그릇을 빼앗아가는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는 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자리를 빼앗기는커녕, 오히려 턱없이 부족해지는 노동자들 수의 감소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일자리가 줄어들어 많은 젊은이들은 물론 기존의 직장인들까지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숙련된 노동자들은 부족한 상황이다(물론 여기에는 인구 고령화의 문제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고도의 기술이 장착된 노동자들이 줄어들어, 기술자들의 영역에서는 오히려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결국 스마트 팩토리는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모자란 노동자들의 몫을 대신 해 줄 대안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기술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들을 스마트 팩토리는 완벽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만큼 생산량은 물론 품질 자체를 높여줄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것은 선 순환하여 새로운 일자리 영역을 창출하는 데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일련과 과정 속에서 공장에 투입되어야 하는 노동력이 생산량 증대에 따라 발생하는 또 다른 노동 영역에 투입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팩토리는 이전 생산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를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은 물론 생산의 질과 양을 끌어올리는 일종의 혁명적 시스템을 통해 부족해 가는 노동력 문제와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 박은혜 칼럼니스트

[박은혜 칼럼니스트]
서울대학교 교육공학 석사과정
전 성산효대학원대학교부설 순복음성산신학교 고전어강사
자유림출판 편집팀장
문학광장 등단 소설가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