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연금 가입자나 수령자가 사망했을 때 배우자나 자녀에게 지급하는 연금을 유족연금이라고 합니다.

공무원연금법 제3조 1항 2호는 '유족'을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사망할 당시 그가 부양하고 있던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가목에서 '배우자'를 '재직 당시 혼인관계에 있던 사람으로 한정하며,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사람을 포함한다'고 정의하여, 사실혼 배우자의 유족연금 수급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률상 배우자와 사실혼 배우자가 함께 있는 공무원이 사망했을 때, 유족연금은 누구의 몫일까요?

법원은 이혼절차 진행이 이뤄졌는지 등을 따져 ‘법률상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소됐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사안은 아래와 같습니다.

A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B는 경찰공무원으로 일하다 2017년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A는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B에게는 12년 동안 별거를 하긴 했지만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A는 서울행정법원에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부지급결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A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부지급결정처분 취소소송(2019구합66385)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B는 법률상 배우자와 이혼의사의 합치 하에 협의이혼 절차를 진행하던 중 사망해 법률혼을 해소하지 못했을 뿐 실질적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됐다"고 보면서, "B 사망 당시 A와 B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었던 이상, A는 공무원연금법 제3조 1항 2호에서 정한 '유족'으로서 연금수급권을 가진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A는 B와 사실혼 관계임을 확인하는 취지의 판결도 선고 받은 바 있다. B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었던 만큼, A가 유족으로서 연금수급권을 가진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C는 군인이었던 D와 46년간 동거하며 3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D는 2013년 사망했는데 법률상 배우자가 있었습니다. D의 법률상 배우자는 D가 사망한 5년 후 사망했습니다. C는 2018년 D의 법률상 배우자가 사망하자 국군재정관리단에 D의 유족연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국군재정관리단은 "D의 사망 당시 법률상 배우자가 유족으로서 수급권을 가지므로, 사실상 배우자인 C는 유족연금 수급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거부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C는 서울행정법원에 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유족연금지급 비대상결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C가 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유족연금지급 비대상결정처분 취소소송(2019구합61717)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군인연금법 제3조 제1항 4호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배우자에 포함하는 취지는, 사실상 혼인생활을 해 혼인의 실체는 갖추고 있으면서도 단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 그 사실상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후,

"만약 사실상 배우자 외에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경우라면 이혼의사가 합치됐는데도 형식상의 절차 미비 등으로 법률혼이 남아 있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사실상 배우자와의 관계는 군인연금법상의 '사실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아가 "D가 전역 후에도 사망 전까지 35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법률상 배우자와 이혼 절차를 진행하려 했던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D와 그의 법률상 배우자 사이에 이혼의사가 합치되는 등 법률상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소되기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법률혼과 사실혼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누구의 이익을 보호할지의 문제라 할 것입니다.

첫 번째 사안의 경우 법원은 B가 법률상 배우자와 이혼의사의 합치 하에 협의이혼 절차를 진행하던 중 사망해 법률혼을 해소하지 못했을 뿐 실질적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됐기에 법률혼 배우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반면,

두 번째 사안의 경우 법원은 D가 법률상 배우자와 이혼 절차를 진행하려 했던 사정을 찾아볼 수 없어 D와 그의 법률상 배우자 사이에 이혼의사가 합치되는 등 법률상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기에 법률혼 배우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국 법원은 사실혼과 법률혼이 충돌하는 경우, ‘이혼절차 진행이 이뤄졌는지’ 등을 따져 ‘법률상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소됐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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