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운결 한의원 일산점 김내영 원장

[미디어파인 라이프칼럼]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면서 마스크와 손 소독이 일상화되었다. 감염의 통로가 되기도 하는 손은 일상생활 중 끊임없이 사용하는 중요한 신체 부위다. 따라서 손 건강이나 움직임에 문제가 생기면 일상의 매 순간 큰 지장을 받게 된다. 손에 생기는 여러 질환 중 특이하게 땀이 유독 많이 나는 수족 다한증이라는 질환도 마찬가지다.

특히 손을 이용해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수족 다한증은 일생의 고민거리다. 예를 들어 날카로운 칼이나 가위를 쥐고 일해야 하는 미용사나 요리사, 브러쉬를 잡고 남의 얼굴을 계속 만져야 하는 분장사, 생명을 좌우하는 핸들을 잡은 운수업 종사자 같은 이들은 업무상의 불편을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심해지면 직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경우가 아니라 할지라도 손과 발의 미끄러짐과 축축함이 불러오는 불편과 불쾌감은 오래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땀이 손발에만 국소적으로 나타나듯이, 몸의 어느 한 부분에만 땀이 많은 정도라고 해도 대인 관계나 업무 수행에 큰 불편을 느낀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꼭 필요하다.

다한증은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알 수 없다. 상태가 악화되어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안면과 두피 등 전신에 땀이 많아지면 괴로움은 더 증폭된다. 남에게도 괴로움을 주는 악취가 발생하고, 불쾌감을 주는 등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다한증 치료를 하는 것이 좋지만, 그 치료방법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요법들의 효과는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처음에는 데오도란트를 사용하거나 다한증 보톡스 등의 가벼운 방법부터 시도해 보지만 일시적 호전 또는 무반응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한 경우 실시하는 신경차단술은 보상성 다한증이라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이는 몸의 체온조절시스템과 냉각 장치 자체에 생긴 문제라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단지 열기를 배출하는 구멍만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인체는 과도한 열기를 배출할 통로를 찾아낼 것이다.

최근 좀 더 근본적이고 안전한 다한증 치료로 전통적 한의학 치료에 관심을 두는 환자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심평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7년까지의 3년 사이 다한증 환자가 32.2%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온이 올라가면서 신체 내부 온도 조절을 위해 우리는 적당한 땀을 흘려야 한다. 그러나 다한증 환자는 체온과 상관없이 수시로 땀이 나는데 크게 나눠보면 갑상선 질환, 당뇨 같은 특정한 기저질환이 있어서 땀이 많이 나는 경우와 별 원인이 없이 땀이 많은 다한증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 다한증의 경우, 자는 동안에는 땀 분비가 별로 없다. 대신에 일상적인 온열 자극이나 감정적 자극, 스트레스, 매운 음식 등에 반응하면서 땀이 과다 분출된다. 교감신경이 과하게 항진되어있는 탓이다. 사실 다한증은 땀 자체의 문제보다는 땀으로 인한 불편감이 심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임상적으로 땀 분비를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긴 케이스가 가장 많다. 또 열성 체질이라 속에 쌓인 열이 많은 환자도 있고, 기가 허해져서 땀샘이 느슨해져 있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상태와 체질 분석 및 진단이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이 불균형을 조절하는 방침이 세워지고, 치료와 처방이 적절히 지속되면 비정상적 땀 분비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고 기혈 순환이 활발해지면 노폐물 배출이 원활해지고 땀샘 조절 기능도 정상화되므로 땀 분비 수준이 안정화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소심하고 신경이 예민하며 불안장애나 공황장애를 앓는 경우, 다한증 동반 확률도 높다. 사소한 일이나 자극에도 몸과 마음이 위축되고 긴장하는 과민반응은 교감신경 자극에 의하여 나타나는데, 이것이 만성화되면 다한증이 생긴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지레 앞서서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는 왜곡된 인지와 반응를 성찰하여 개선해야 한다.

또, 다한증 환자는 일상생활 중 습열과 담음을 유발하는 음식(보양식, 매운 음식, 기름진 음식)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땀을 많이 흘리는 만큼 수분을 자주 섭취해 주고, 의식적으로 이완을 위해 짧게나마 명상, 스트레칭이나 심호흡을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활동과 휴식의 균형이 잘 이루어져야 하고 약해진 장부 기능을 끌어올리는 치료에 집중하면서 정서적 긴장과 불안을 줄이려고 노력하면 다한증은 충분히 호전된다.

다한증은 치료가 어렵다는 남들의 말보다, 지금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더욱 귀 기울이길 바란다. 치료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자신의 문제를 개선하는 근본적 방법에 대한 탐색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운결 한의원 일산점 김내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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