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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에 열광하는 이유 [유진모 칼럼]

기사승인 2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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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제공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MBC ‘나 혼자 산다’(황지영, 김지우 연출, 매주 금 밤 11시 10분)와 SBS ‘미운 우리 새끼’(박중원, 한승호, 백수진 연출, 매주 일 밤 9시 5분)는 다른 듯하지만 왠지 자꾸 비교가 되는 관찰 예능이다. 지난 6일과 8일 두 프로그램은 당일 전 채널의 예능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두 프로는 매주 화제를 양산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최근 ‘미운 우리 새끼’는 김건모로 인해 폐지 요구가 빗발치는 등 내우외환을 겪은 바 있다. 물론 김건모를 둘러싼 논란은 경찰의 수사와 사법부의 판결 등 여러 가지 후속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김건모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성폭행 의혹의 진실 여부를 떠나 그가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보여준, 엄청난 부와 인기를 누리는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소박한 서민 생활을 영위해나간다는 그림이 이미지메이킹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그 배경이다.

어찌 됐건 그가 대중이 지지해 준 인기를 바탕으로 번 돈으로 ‘그냥’ 술만 마셔도 170만 원이나 나오는 유흥주점을 단골로 이용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 돈은 요즘 같으면 ‘웬만한 한 사람의 한 달 생활비’라는 표현도 기분 나쁠 만큼 큰 액수다.

결론적으로 ‘미운 우리 새끼’와 김건모는 누구의 주도인지는 몰라도 ‘결별’을 선택했지만 논란 발생 초기의 ‘미운 우리 새끼’ 제작진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는 내내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오죽하면 폐지 요구까지 빗발쳤을까!

제작진은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지난 8일 방송에서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포맷을 선택했다. 자사의 인기 드라마인 ‘낭만닥터 김사부 2’의 마지막 촬영 현장을 찾아 출연자인 임원희를 주인공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간 것. 이런 환골탈태의 노력은 김건모 여파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하기 힘들다.

이에 비교하면 ‘나 혼자 산다’는 고정 포맷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방송에선 경수진과 화사가 혼자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며 소소하지만 가슴에 와닿는 재미를 줬다. ‘미운 우리 새끼’가 어머니의 눈으로 스타의 민낯을 바라보는 관찰 예능이라면 ‘나 혼자 산다’는 시청자의 시선으로 보는 ‘트루먼 쇼’라는 게 다소 다를 것이다.

‘미운 우리 새끼’가 김건모 ‘사건’ 이후 욕을 먹은 배경 중의 하나가 바로 그런 어머니의 ‘시선’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었다면 ‘나 혼자 산다’는 매우 영리하다. 어머니의 시선이 아닌 바로 시청자의 시선이기에 비난을 받을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는 점에 있다. 포맷의 승리다.

▲ SBS 화면 캡처

기독교는 원래 ‘세상에 신은 오직 하느님뿐’이란 일신론을 채택했다. 그래서 일반인은 하느님이라고 하지만 기독교 신도는 하나님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추세는 ‘우주 등 모든 세상은 하느님 안에 존재하지만 하느님은 세상과 우주를 초월해 존재한다’는 범재신론 쪽으로 흐르고 있다.

웬만한 시청자는 연예 스타를 우러러볼 것이다. 추앙이나 숭상은 안 하더라도 최소한 그들의 부와 명예를 부러워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도 알고 보니 평범한 사람들과 별로 다를 게 없고, 나름대로 고충과 고민과 아픔과 외로움도 있다는 걸 관찰 카메라를 통해 볼 수 있으니 굉장히 흥미로운 것이다.

오래전 사람은 개미를 연구하기 위해 인공으로 유리 공간 안에 만든 개미집에서 사육한 적이 있다. 관찰자는 수시로 개미의 일상을 유리벽을 통해 볼 수 있지만 개미는 사람의 존재를 깨닫기 힘들다. 그게 ‘나 혼자 산다’의 범재신론적 매력인 것이다.

하느님이 제우스 혹은 유피테르 등 12주신을 제압한 이후로 올림푸스에 더 이상 신은 살지 않는다. 트리비아, 마르두크, 아후라 마즈다, 비라코차 등은 이제는 결코 지구에 있지 않다. 최소한 먼 은하계에서 태양계를, 아니면 코스모스 밖에서 코스모스를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항상 ‘포스트 손예진’에 머물렀지만 어느새 막걸리를 상징하는 여인, 안주를 잘 만들어주는 ‘경 반장’이 된 경수진과 일부에겐 혐오식품이었던 곱창을 ‘국민안주’로 만들어버린 화사의 미혼의 ‘혼자 살아가기’를 보는 재미는 관음증에서 성적 요소를 제거한 훔쳐보기 심리에 있다.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건 건전한 행위는 아니지만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 하다못해 부부 사이도 존중해야 할 만큼 궁금한 게 남의 사생활인데 하물며 신비주의적 요소가 강한 미모의 여자 스타가 대상이라면 같은 여자일지라도 그녀들이 뭘 먹고, 뭘 바르며, 어떤 식으로 몸매를 관리하는지 관심이 클 것이다. 그래서 집 좀 구경시켜 달라고 아우성인 것이다.

1인 가구가 늘고 있다는 건 새삼스러운 흐름이 아니다. 4가구 중 1개꼴이라는 게 일반적 인식이지만 그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체감온도다. 물론 증가 추세는 계속 심화될 것이다. 욜로 문화도 한몫하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만연도 큰 영향을 끼친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너를 향하여 가라”고,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우리들에게 “네 안으로 가라”고 각각 일렀다. 장 자크 루소는 이를 살짝 변형해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사회심리학이 규정한 개인의 사고와 감정을 변화시키는 ‘사회적 영향’의 3가지 과정인 동조, 동일시, 내면화가 바로 ‘나 혼자 산다’의 제작 의도의 기저에 깔려있기에 성공가도를 걷는 게 아닐까?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유진모 ybacchus@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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