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마이애미 경찰 마약수사반의 베테랑 마커스(마틴 로렌스)는 외손자가 태어나자 지긋지긋한 경찰을 그만두고 쉬겠다고 술자리에서 절친한 동료 마이크(윌 스미스)에게 토로한다. 마이크는 은퇴를 말리기 위해 뜀박질을 제안하고 그렇게 달리는데 갑자기 오토바이를 탄 사내가 나타나 마이크를 난사한다.

그 후 검사, 판사, 마약 전문가 등이 차례로 살해당한다. 6개월 후. 코마 상태에서 3번이나 심장이 정지했던 마이크는 기적적으로 병상에서 일어나 마커스의 딸 메건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마커스에게 함께 범인을 잡자고 제안한다. 그러자 마커스는 딸이 결혼식을 올리던 날 사직했다고 털어놓는다.

마이크는 하워드 반장에게 사건을 맡겨달라고 애원하지만 경찰은 자신이 연루된 사건을 맡을 수 없다는 규정만 메아리로 올 뿐이다. 할 수 없이 그는 전 연인이 이끄는 첨단 장비로 무장한 루키팀 애머에 자문 역으로 참여하는 형식으로 사건에 개입하지만 젊은 요원 레이프에게 매번 무시당한다.

이사벨은 경찰에 의해 죽은 멕시코의 마약왕 남편 베니토의 복수를 위해 외아들 아르만도를 살인기계로 키웠다. 마이크가 포함된 살인사건은 전과 기록이 없는 아르만도가 단독으로 저질렀기에 추적이 힘들었던 것. 애머는 마이크의 몸에서 발견된 특수 탄환을 통해 아르만도의 실체에 접근해간다.

뉴스를 통해 마이크가 기사회생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사벨과 아르만도는 더욱더 복수심을 불태우며 그를 죽이기 위한 작전의 규모를 키운다. 마이크가 하워드 반장과 함께 외출하는 걸 알게 된 아르만도는 철저한 준비 끝에 저격을 하지만 하워드만 죽고 이에 분노한 마커스가 복직을 선언하는데.

OCN의 히트 상품 ‘나쁜 녀석들’에 영감을 줬을 것으로 짐작되는 할리우드의 ‘나쁜 녀석들’은 1995년 시작된 이래 25년 만에 3편 ‘나쁜 녀석들: 포에버’(아딜 엘 아르비 & 빌랄 팔라 감독)로 돌아왔다. 당연히 두 주연배우는 늙었지만 사이즈는 벌크업됐고, 내용도 꽤 심오해졌다. 반전도 충격적이다.

역사가 짧아 창조신화는 당연하고 건국신화조차 없는 미국은 그런 콤플렉스 때문에 ‘스타워즈’에 각별한 애착을 갖는다. 이 전대미문의 장편 SF 판타지가 노골적으로 그리스 신화에서 차용한 건 오이디푸스다. 이사벨과 아르만도가 한 프레임 안에 있는 투 샷도 오이디푸스적인 뉘앙스를 짙게 풍긴다.

그런 만큼 사랑은 꽤 중요한 소재다. 마커스가 퇴직하는 이유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에 소홀했는데 어느새 딸이 자라 엄마가 됐다. 마커스는 다소 늦었지만 이제라도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못 다했던 책임을 다하려는 것이다.

그는 마이크에게 아내와 섹스리스 관계였음도 털어놓는다. 마이크는 마커스와 정반대의 인물이다. ‘금수저’로 태어나 최신형 포르쉐를 몰고, 그동안 섹시한 외모로 자유분방하게 살아왔지만 진정한 사랑은 딱 한 번 해봤다. 진지하지 못하고 소비지향적이니 그의 곁에 안주할 여성이 없기에 독신이다.

노골적인 이원론이다. 두 남자는 모든 게 대비된다. 포르쉐와 닛산, 섹시한 외모와 키 작고 뚱뚱한 체형, 독신자와 공처가, ‘폼생폼사’와 실속형, 능력지상주의와 무사안일주의, 무신론자와 유신론자, 나이를 무시한 정의감(복수심일지라도)과 현실주의, 의리지상주의와 가족제일주의의 이항대립 등이다.

두 콤비를 지칭하는 ‘나쁜 녀석들’과 애머도 그렇다. 수사에 나선 마이크는 용의자와 연결됐음이 확실한 자를 찾아 폭력으로 신문해 원하는 정보를 캐낸 뒤 애머에게 “예전 방식이 아직 통한다”고 자랑하지만 애머는 첨단의 장비를 활용하고, 규정이 정한 대로 규범적인 수사 방식을 지키려 애쓴다.

애머의 돈은 큰 키에 엄청난 근육질이지만 현장이 아닌 내근직이다. 마이애미 경찰의 전설인 마이크조차 주눅들 만한 피지컬이지만 비폭력적이다. 알고 보니 클럽에서 보디가드로 일했던 과거에 사람을 때려죽인 뒤 변한 것. 이처럼 세상엔 정반대의 형상, 현상, 이념 등이 공존한다. 아이러니컬하다.

동양의 업보(카르마)와 서양의 마녀사냥을 공립한 양가성까지. 마커스는 “하느님, 요새 과분하게 복을 많이 주시는데 우리가 했던 일 중 부끄러운 것도 있었다”라고 용서를 빌며 “마이크가 자식도 없으니 한 번만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살려달라. 다신 폭력을 안 휘두르겠다”고 약속하며 기도한다.

그는 자신들이 임무 수행이라는 핑계로 경찰 복무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자행했던 것이 마이크를 그런 위기에 빠뜨렸다는 자업자득 개념에 빠져있다. 미구엘 이달고 코스티야는 1810년 9월 15일 독립전쟁을 선언, 다음날 스페인 식민지 정부를 공격했지만 진압돼 1811년 7월 31일에 처형당했다.

그래서 멕시코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독립의 영웅이다. 마녀로 지목된 이사벨이 마지막 결전의 장소로 선택한 곳이 이달고 궁전이다. 마녀사냥은 편견과 편파가 낳은 왜곡을 뜻한다. 이사벨이 이교도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이 시대에 마녀가 있을 리는 없지 않을까?

눈부신 카 체이싱과 모터사이클 액션이 지루할 틈을 안 주는데 특히 헬기의 구조사다리 액션 시퀀스는 비주얼의 호강이다. 아무리 윌 스미스라지만 이제 50대다. 그래서일까? 아르만도의 액션은 이 작품의 신의 한 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화려하다. 특히 이달고 궁전 액션이 압권. 15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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