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배당이란, 경매 절차를 통해 목적물이 매각된 경우 매각대금에서 집행비용을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채권자들의 순위에 따라 나눠주는 것을 배당이라고 합니다. 매각대금이 채권자들이 요구한 금액보다 클 경우 또는 경합할 채권자가 없는 경우에 집행법원은 별다른 배당 절차 없이 매각대금을 채권자에게 나눠주면 됩니다.

다만, 매각대금이 채권자들의 채권액을 전부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법률에 따른 절차와 순위에 의해 배당하게 됩니다. 이를 배당 절차라고 합니다.

배당 절차
① 매각 대금 납부
② 배당 기일 지정·통지
③ 채권 계산서 제출
④ 배당표 작성 및 교부
⑤ 배당권자의 배당 이의
⑥ (배당이의가 있는 경우) 배당표 불확정 및 배당 유보
⑦ (배당이의가 없는 경우) 배당표 확정 및 배당 실시

얼마 전 배당절차에 참가한 채권자가 배당기일에 배당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배당표가 확정된 경우라도, 진정한 채권자는 그 배당절차에서 배당금을 수령한 다른 채권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그 동안 민사집행법 제155조에 따라 배당이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지 학설 대립이 첨예하게 있었던 바, 이번 결정으로 배당이의 여부나 배당표의 확정 여부와 관계없이, 배당받을 수 있었던 진정한 채권자가 배당금을 수령한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X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경매가 진행되었고, 원고 A와 피고 B는 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로서 각 배당요구 및 권리신고를 하였습니다.

일반채권자인 A와B는 6순위로 채권액 중 일부만 배당받는 내용의 배당표가 작성되었고, A와 B는 모두 배당기일에 출석하였으나, B만 배당표에 배당이의를 제기하면서, 2순위로 배당을 받은 C은행을 대상으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B의 배당이의소송에서 X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한 것으로 드러났고, C은행에 배당됐던 배당금 모두 B에게 배당하도록 배당표를 경정하는 화해권고 결정이 확정되어 B는 배당금 전액을 수령하였습니다. 이후 A는 B를 상대로 자신과 동순위 채권자인 B의 채권액에 비례한 금액만큼 반환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경매목적물의 매각대금이 잘못 배당돼 배당받을 권리가 있는 채권자가 배당을 받지 못한 경우 그의 몫을 배당받은 다른 채권자에게 그 이득을 보유할 정당한 권원이 없다면 이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그 이유로 ‘① 확정된 배당표에 따라 배당됐다는 사정만으로는 배당금을 수령한 채권자에게 이득을 보유할 정당한 권원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② 배당기일에 출석하고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절차상의 진행에 동의한 것에 불과하고 다른 채권자의 실체적 권리를 승인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다만, 조희대, 이기 택, 안철상 대법관은 부당이득반환 제도의 실체법적 측면뿐만 아니라, 집행제도와 배당절차의 절차법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번 사안에서 대법원은, 배당이의 소는 배당절차의 신속을 위한 절차적 제도에 불과하며, 그 절차에 의해 구제 받지 못한 채권자는 당연히 실체적 권리 다툼인 부당이득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다만, 배당이의 하지 않은 채권자가 배당절차가 종료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한 없이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하는 것은 민사집행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확정된 배당표를 예정되지 않은 수단으로 뒤집는 것으로, 민사집행법의 입법취지에 반하여 배당절차와 결과를 불안정하게 할 우려가 커 보입니다.

​진정한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의 행사는 현실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배당절차의 조속한 확정, 집행제도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취지를 흔들 우려가 있는 만큼 개정입법 등을 통하여 배당절차의 전반적인 제도 보완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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