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에서는 행정처분의 적법성과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의미있는 판결을 하여 그 의미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 사건 도로는 서울 양천구 목동 도로 387제곱미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원고는 2000. 6. 26.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주택을 매수하였는바, 주택은 이 주택대지부분과 이 사건 도로의 일부 위에 걸쳐있었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국유재산인 이 사건 도로 점유부분을 무단점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2013. 9. 27. 원고에게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5,278,320원(사용기간 2008. 10. 1.부터 2013. 6. 30.까지)의 변상금을 부과하였습니다.

원고는 변상금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패소확정판결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원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피고의 공무원은 1983. 11. 17.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사용승인처분을 하였습니다. 원고는 2000. 6. 26. 소외 이씨로부터 이 사건 주택 및 그 대지를 양수하였습니다.

원고와 전 소유자는 피고가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행한 사용승인처분이 적법함을 신뢰하고 이 사건 도로부분을 점유하여 사용하고 있던 것입니다.

이 사건 주택이 이 사건 도로의 일부분을 점유하고 있음에도 피고의 공무원은 고의 내지 과실로 이 사건 주택에 대한 사용승인처분을 행하였습니다. 그 후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주택을 철거할 것과 2003. 9. 5. 부터 2019. 6. 경까지의 점유기간동안의 사용수익상당의 변상금을 부과하였습니다.

피고의 이 사건 사용승인처분으로 인하여 원고는 이 사건 주택을 철거하여야 하고 변상금 부과받는 손해를 입게 되었으니,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원고는 주장합니다.

사건의 흐름을 펼쳐놓고 보니, 원고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적법하게 사용승인처분을 받은 주택을 소외인으로부터 매수하여 사용하였는데, 뜬금없이 주택을 철거하고 그동안의 사용수익을 토해내라고 하는 것이 매우 가혹해 보입니다. 이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주택사용승인처분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청구의 경우 피고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의 유무에 관하여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에 따라 판단한다면, 피고 공무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처분을 하였다고 볼 수가 없다.

또한 건물의 사용승인처분은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된 건물이 건축허가사항대로 건축행정목적에 적합한가의 여부를 확인하고 사용승인을 받은 자에게 건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게 하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건축물이 인접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사용승인처분이 그러한 침해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바, 이 사건 주택이 이 사건 도로부분까지 침범하여 건축된 이상 비록 그 건물에 대하여 사용승인이 마쳐졌다 하더라도 이 사건 점유부분에 건축된 건물 부분이 적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위 건물 부분이 적법하다는 원고의 신뢰가 침해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변호사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이 사건에서는 두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첫째, 원고측의 권리구제 측면의 문제입니다. 의뢰인의 요구하는 사항을 듣고 이에 관한 법률적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것이 변호사의 임무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는 단순하게 손해배상청구로 접근한 점이 아쉽습니다. 이에 관하여는 본 칼럼에서 논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므로, 여기에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판결의 내용에 관한 부분입니다. 이번 판결의 요지는 어떠한 행정처분이 위법하다는 것과 그러한 처분을 행한 국가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는 별도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는 이론적으로 매우 풀기 어려운 난제가 존재합니다. 더 나아가 판결의 태도에 관하여도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할 수가 있습니다.

핵심적인 부분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판례의 법리는 어떠한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하여 바로 그러한 처분을 행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위법한 처분을 행하였다고 하여, 이것이 바로 위법한 행위로 되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위법한 처분을 발한 공무원이 보통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놓고 판단하였을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비로소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는 피침해이익의 종류 및 성질,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 및 그 원인, 행정처분의 발동에 대한 피해자측의 관여의 유무, 정도 및 손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판례의 숨겨진 논리는 어떠한 처분이 잘못된 경우에는 항고소송을 통하여 그 잘못의 시정을 구하여야 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손해배상청구를 하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여부와 관련하여 매우 엄격한 입장을 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법의 민주화가 진행됨에 따라, 국민의 권익보장수준이 향상되었고, 이와 궤를 같이하여 항고소송에서 처분의 위법성을 널리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법부는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처분을 이유로 한 국가배상소송에서는 소극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추측건대 행정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항고소송에서는 그 효력이 행정작용에만 미치는데 반하여, 국가배상에서는 그 영향이 국가재정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납세자인 국민 일반의 부담으로 귀결됨으로 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사법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있습니다. 대법원이 취하는 논리에 따른다면 위법성을 불필요하게 상대화시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재정의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는 국가배상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고려될 요소인 것이지, 국가배상책임을 배제하는 요소로 작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권익의 구제하는 최후의 수단인 사법절차가 국민에게 불필요하고 우회적인 수단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항고소송에서 처분이 위법성이 인정된 경우라면 국가배상청구에서도 위법성은 확정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국가가 일단 위법한 처분을 하였다면 이에 관한 과실의 추정을 인정하는 것이 국가배상제도의 본질에 부합하는 방향이라고 판단됩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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