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말레피센트’(로버트 스트롬버그 감독)는 마녀사냥에 대한 메시지는 줬음에도 다소 아쉬웠다면 ‘말레피센트 2’(요아킴 뢰닝 감독)는 화려한 영상과 장엄한 액션에 스토리는 확장됐고, 메시지는 지평을 넓혔다. 강을 경계로 존 왕의 인간계 얼스테드와 오로라(엘르 패닝)의 요정 세계 무어스가 공존한다.

무어스에서 자꾸 요정들이 사라지는 와중에 얼스테드의 필립(해리스 딕킨슨) 왕자가 갑자기 오로라 앞에 나타나 청혼한다. 오로라는 대모 말레피센트(안젤리나 졸리)에게 이를 알리지만 달가워하지 않는다. 잉그리스(미셸 파이퍼) 왕비는 필립에게 저녁식사에 오로라와 말레피센트를 초대하라고 한다.

그런데 말레피센트의 약점인 철제 포크가 식탁에 오르는가 하면 잉그리스가 계속 말레피센트의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발언을 쏟아냄으로써 분위기가 심각하게 변하더니 결국 말레피센트가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해 날개를 펼친다. 그녀는 오로라에게 무어스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오로라는 거부한다.

말레피센트는 성을 빠져나와 하늘을 날지만 이성을 잃었기에 잉그리스의 심복이 쏜 철탄을 피하지 못하고 강 밑으로 가라앉는다. 엄청난 마법의 힘을 지닌 무어스의 수호자 말레피센트는 인간 스테판을 사랑했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스테판은 그녀의 날개를 잘라 왕에게 바친 공로로 왕위를 계승했다.

복수심에 불탄 말레피센트는 스테판의 딸 오로라 공주의 세례식 날 강한 저주를 내린다. 하지만 말레피센트는 오로라를 애지중지하며 여왕으로 키웠다. 전편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소문을 믿지 말라’, 그리고 키운 정의 가족애를 설파했다면 속편은 거기에 자연보호라는 테제를 더했다.

말레피센트를 보고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는다. 결혼을 반대하는 말레피센트에게 오로라가 이유를 묻자 필립이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답할 정도. 말레피센트가 성을 떠날 때 존이 쓰러진다. 사람들은 오로라에게 그랬듯 말레피센트가 물레바늘로 저주를 내렸다고 입을 모은다.

얼스테드의 지도층과 군인들도 말레피센트를 비롯한 요정들을 믿지 않기는 마찬가지. 이는 인간이 가진 오만한 인본주의 사상에 대한 비판이다. 편의와 이익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멸종시키는 만행을 비판한다. 폭포 아래로 떨어진 말레피센트를 코널(치웨텔 에지오포)이 구조해 은신처로 옮긴다.

그는 다크페이 요정들을 이끄는 리더다. 다크페이는 오래전 세상 곳곳에 걸쳐 평화롭게 잘 살았지만 인간의 공격으로 점점 개체 수는 물론 영역을 잃고 지금은 은폐된 동굴에 숨어 산다. 그들은 “자유롭게 강과 산을 누벼야 할 아이들이 갇혀 산다”고 인간에 의해 피폐해진 삶을 자조적으로 말한다.

우리는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를 호소한다. 사람이 동물의 영역을 빼앗음으로써 먹이가 고갈돼 그렇게 된 원인은 외면한다. 태국에선 호랑이가 무더기로 죽고, 극지에선 북극곰이 피골이 상접해있다. 뉴질랜드의 모아(공조)는 인간이 멸종시켰다. 현재 수많은 종이 개체 수의 급전직하로 멸종 직전이다.

이기심 탓에 환경을 파괴하고 우월감과 차별의식으로 종을 멸한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럽이 세상의 중심이고, 백인이 우월한 종족이라고 왜곡한다. 같은 종끼리도 이럴진대 다른 종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뻔하다. 생각 없이 개구리에게 돌을 던진다.

코널(흑인)은 평화를 주장하지만 강경파의 리더(백인)는 마지막 결전을 고집한다. 인종차별까지 비꼬는 시퀀스. 다크페이가 금속에 약한 건 인간의 과학화, 산업화에의 경고. 자연과 동물은 인간의 과학 앞에 속수무책이다. 지구 최대의 동물 흰긴수염고래는 인간 때문에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수백 년 전 그들은 1만 5000Km 거리에서 의사소통을 했지만 인간이 엔진을 단 배를 발명해낸 후 고작 수백 Km 이내에서라야 그게 가능하다. 과연 인류는 어느 수준까지 환경을 파괴하고 동식물의 종을 제거해야 직성이 풀릴까? 그런 논제와 비주얼에서 ‘아바타’가, 캐릭터에서 ‘스타워즈’가 연상된다.

그만큼 내포한 주제가 장엄하고, 구현한 풍광은 장대하며, 모든 요정 캐릭터들은 다수의 판타지 영화를 한자리에 모은 듯 다양하다. “한겨울 우린 먹을 게 없어 굶어죽는데 따뜻한 무어스는 평화로웠다”는 인간의 대사는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편견이 얼마나 세상을 왜곡해 인식하는지의 증거다.

자연 그 자체로부터 현상의 원인을 탐구한 탈레스부터 죽은 사람은 동물로 환생한다고 주장한 피타고라스가 보이는 한편 루소와 스피노자까지 어른거린다. 루소는 예전에 인간은 환경과 조화를 이뤘지만 사회를 형성함으로써 경쟁하고 과소비하며 산다고 봤다. 사회는 인간을 사악하게 만들었다는 것.

루소는 자연 속에 배치된 인간 및 모든 연장(물질)들의 질서가 있다고 유물론적 자연법을 주창했다. 신은 상상력일 뿐 자연 자체라며 자연과 인간 중 그 어느 것도 우월하지 않다고 외쳤다. 결혼식 때 요정들이 만들어준 드레스를 입겠다는 오로라에게 잉그리스는 자신의 드레스를 입으라고 강요한다.

자연과 인공물을 보는 사뭇 다른 시각에 지친 오로라는 필립에게 각종 규칙에 숨이 막힌다고 토로한다. 입성 때 말레피센트에게 스카프를 주며 뿔을 가리라고 했던 오로라는 후에 후회한다. 원제는 ‘악의 여주인’. 과연 악의 세계를 다스리는 주인은 누구일까? 별생각 없이 봐도 재미있다. 17일 개봉.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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