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9-1부(재판장 강화석 부장판사)는 대화당사자간에 상대방의 동의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 음성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습니다.

사실 변호사로서 많이 받는 질문중의 하나가 ‘대화를 몰래 녹음해도 되나요?’입니다. 주변에서 듣자니 ‘대화자간에 녹음은 괜찮다고 하던데요’ 라며 ‘녹음을 하려고 하는데,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요’ 라며 말씀을 하십니다.

누군가 나의 대화를 녹음한다는 사실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수십만개에 달하는 어플리케이션으로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아이폰에 통화중 녹음 기능이 없다는 점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같은 학교의 교사들이며,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피고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3학년 학교 행사와 관련하여, 행사담당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하여 교무실로 찾아갔습니다. 피고가 교무실로 들어가자 원고는 다급한 어조로 피고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쳤고, 피고는 이에 대응하지 아니하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고는 계속하여 피고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고 소리쳤고, 이에 피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원고의 음성을 녹음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음성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녹음하는 것을 발견하고 피고의 스마트폰을 빼앗았고, 이를 다음날까지 돌려주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로 인하여 원고는 재물손괴죄로 기소되어 2018. 8. 14. 벌금 300,000원의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이에 대응하여 피고를 상대로 음성권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방송,복제,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므로, 음성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러나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윤리 또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녹음자의 비밀녹음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

피고가 원고의 동의없이 녹음을 했지만, 이는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뤄져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판단되는 만큼 피고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의 음성이 비밀리에 녹음된 부분은 약23초에 불과하며 그중 절반 이상은 피고가 타인과 대화하는 부분이고, 원고가 이전에도 피고에게 고성을 질러 피고가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원고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피해사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녹음하게 된 것으로 보여 그 필요성과 긴급성도 인정할 수 있다.

더불어 녹음된 음성은 원고의 내밀한 사생활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피고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는 내용 뿐이고, 발언도 공개된 장소인 교무실에서 여러 사람이 듣는 가운데 이뤄져 원고의 음성권 침해 정도가 미약하고, 내밀한 사생활이나 비밀영역을 침해한 것도 아닌 것이다.

이 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에 본사를 둔 애플의 아이폰은 대화당사자간의 통화녹음기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는 미국의 여러 주에서 통화당사자간의 대화녹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제1항 “누구든지 이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제4조(증거사용 금지)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취득한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제14조(타인의 대화 비밀 침해금지) 제1항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

이와 같이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타인간”이 아닌 “나를 포함한 대화당사자 간”의 대화내용을 녹음하는 것에는 동법의 규율이 존재하지 아니합니다.

이에는 다소 복잡한 논의가 존재하지만, 여기서 핵심만 적는다면 “① 타인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위반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고, 그 내용은 재판상 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 반면에 ② 대화당사자간의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며, 재판상 증거로도 사용될 수 있다.” 정도일 것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대화당사자간의 비밀녹음이 무한정 허용된다고 착각하시면 큰 오해입니다.

대법원은 대화자간의 비밀녹음에 관하여 위법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습니다. <시사프로에서 점포사장과의 대화를 녹취하여 그대로 방영한 사례>에서 음성권 침해를 인정하였으며, 유사한 하급심 판결에서도 음성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에 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지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도에 해당되어 위법하지 아니하다고 판시한 바가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단5324874판결등 다수)

또한 해고무효확인을 다투는 소송에서 근로자가 동료직원사이의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하는 행위는 대화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직원 상호간의 불신을 야기하여 직장내의 화합을 해하는 것으로서 근무기강 확립과 품위유지의무에 위반하여 위법한 것이라는 취지의 판결도 있습니다(대법원 95다184판결 등)

이번 판결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점은 대화당사자간의 비밀녹음도 위법하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그러한 비밀녹음을 한 경위의 정당성, 그러한 비밀녹음을 어떠한 용처에 사용하였는지, 비밀녹음한 내용 속에 명예훼손적인 표현 등의 유무 등 음성권 침해를 둘러싼 제반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원고와 피고 이익의 비교형량을 통하여 음성권침해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판시들에도 불구하고 비밀녹음이 빈번히 이루어지는 현상은 쉽게 근절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비밀녹음으로 인한 위자료는 100~300만원 수준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불이익이 그로인한 이익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비밀녹음으로 인한 위법성판단의 명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이에 관하여 전문가와의 상담을 받으시기를 권유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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