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김씨는 싱가포르에서 투자법인을 운영하는 박씨에게 투자금을 맡기고, 이를 운용하여 나오는 수익을 절반씩 나누어 가지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김씨가 금융기관에 외환거래계좌를 개설하여 돈을 입금하고 박씨는 이를 적절한 곳에 투자하여 이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나누어 가지자고 한 것입니다. 실제로 김씨는 2012년 2~3월에 유진투자선물 3개 계좌를 개설, 같은 해 7월 신한금융투자 계좌를 개설, 같은 해 9월에 하나대투증권 계좌를 개설하고, 각 계좌 운용에 필요한 아이디,비밀번호,공인인증서를 박씨에게 전달하였습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투자가 수익을 내어, 이 기간의 수익의 50%씩 나누어 가졌으나, 2013년 말부터 박씨가 운영하던 계좌에 투자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박씨는 2014년 3월에 김씨에게 손실보전조로 9만 달러를 지급하였으나, 결국 김씨는 박씨에게 자신이 투자금조로 맡긴 돈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김씨는 소송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습니다. 박씨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않아 김씨와 맺은 투자일임 계약은 무효이며, 따라서 박씨가 계약상 급부로 김씨로부터 받은 돈은 부당이득에 해당되어 반환을 하여야 하며, 부당이득청구의 일부로 1억 5,000만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관하여 1심과 2심재판부는 투자일임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김씨는 박씨가 금융투자업 미등록한 사정을 알면서도 투자금을 맡겼으므로, 미등록 영업을 이유로 계약의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조는 ‘누구든지 법에 따라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않고는 투자일임업을 영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박씨는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않고 김씨로부터 투자일임을 받아 투자금을 받았으므로, 제17조에 위반하여 투자금약정이 체결된 것이고, 그러한 투자금약정의 효력이 재판의 쟁점이 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개인간의 법률행위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그 내용이 강행규정에 위반되지 아니하여야 하며, 이에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은 부정된다(민법 제105조)고 봄이 일반적입니다.

반면에 식품위생법에 위반하여 허가 없이 식품을 판매한 경우에는 행정상의 제재를 받을 뿐, 그 법률행위의 사법상 효력에는 영향이 없는 바, 이와 같은 법률규정은 단속규정이라고 합니다.​

결국 본 재판의 핵심은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조가 효력규정인지 단속규정인지 여부와 동법 제17조에 위반한 투자일임약정의 사법상 효력이 무효인지 여부라고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어떤 법률규정이 효력규정인지 단속규정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고 이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기준 역시 존재하지 아니합니다. 그리하여 이 사건과 같이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무려 3번의 재판을 거치게 된 것입니다.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17조가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하는 취지는 고객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투자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고자 함에 있는바, 이 규정에 위반하여 체결한 투자일임계약의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할 것은 아니다.”라며, “투자일임계약은 무효이므로 부당이득금을 돌려달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하였습니다.

이 판결의 의의는 자본시장법 17조의 규정취지와 관련하여 살펴볼 수 있습니다. 동 법률이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하는 취지는 자본시장에서의 금융혁신과 공정한 경쟁촉진을 통하여 투자자를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신뢰성 및 공정성을 제고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아니한 자와의 투자일임계약이 현저하게 반사회적이거나 반도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며, 이를 위반한 계약의 사법상 효력을 부인하여야만 비로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에 위반한 계약의 사법상 효력을 무효로 보게 된다면, 거래 상대방과 사이에 법적 안전성을 심히 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며, 이는 거래상대방 사이의 법적안정성에도 심히 저해가 되므로 단속규정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많은 돈을 벌기를 원합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이며, 자본주의 사회의 자유란 경제적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당장 눈에만 보이는 수익으로 인하여 착각에 빠져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누군가가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를 제안한다면, 이것이 과연 투자인지 아니면 내 돈을 빼앗아가는 도박인지를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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