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지난 해의 일이다.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며, 그리고 지난 것은 그리워진다며 푸시킨이 시에서 읊었지만 작년 여름의 폭염을 그리워할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앞마당에서 키우는 2살 된 숫 똥개는 여름 내내 털을 벗어댔고, 나는 몸종처럼 빗겨 댔는데 그 양만 50리터 종량제 봉투로 하나는 됐을 듯싶다. 아들 쌍둥이를 키우는 필자는 딸을 낳아 머리를 빗겨주는 게 소원이었는데 개털을 빗기며 버킷 리스트의 항목 하나를 지웠다.

눈송이처럼 날리는 먹구의 털을 여름내 빗겨댄 덕에 녀석은 늠름한 골격을 황금빛 단모로 감싼 날렵한 몸매가 되었다. 문제는 더위를 지나 늦가을에 접어들도록 빠진 녀석의 털이 곧 닥칠 추위 전에 풍성히 돋을지 여부였다. 털을 쑥쑥 자라게 할 재간은 없다. 이때 개 주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디서 얻어 온 개옷을 입혀보니 불편한지 난리를 치며 벗겨내고 만다.

이제 남은 방법은 녀석을 다소 걸게 먹여 피하 지방층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지방은 열전도도 및 열전도율이 아주 낮은 특성상 단열을 통한 체온 보존의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피하 즉, 진피와 근막 사이에 10cm 이상의 지방층을 비축해 막강 추위를 극복한다. 이는 건물을 지을 때 단열재를 벽 사이에 시공해 외부 추위를 막는 것과 유사하다. 필자가 유기체 생물의 생존 지침을 염두에 두고 그에 맞추어 개를 돌보듯 인간 역시 철저히 생존 전략에 따라 식이 및 운동 등의 관리를 하며 살아갈 순 없을까.

사고와 관점이 다르고 개성이 제 각기라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특성상 이는 가능하지 않다. 지구상에 비만한 동물은 오로지 인간과 그 인간이 기르는 가축뿐이라는 말은 결국 통제의 가능 여부와 그 결과를 우리에게 잘 보여주는 셈이다. 원시로 돌아가 인간이 들이나 동굴에서 혈거 생활을 한다면 급감하는 기온에 대비하는 강력한 전략은 앞에서 언급했듯 충격을 완화함과 동시에 보온 덮개 역할을 하는 천연 패딩 “체지방”을 늘리는 것이다.

과연 지방은 그 역할 외엔 우리에게 방해물이고 골칫거리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지 않아 신진대사의 관점에서 지방은 때에 따라 고도로 활동적인 조직이다. 필수 영양소인 지방은 에너지의 저장 및 공급처로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뇌는 주로 포도당의 힘으로 돌아가지만, 지방 또한 뇌의 또 다른 에너지 공급원으로 아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근육에 비축된 아미노산이나 지방 세포에 저장된 에너지 역시 간에서 포도당으로 전환하거나 대사 작용을 거쳐 케톤을 생산할 수 있는데 뇌는 케톤을 포도당 대신 사용할 수 있다.

뇌세포는 포도당이 단, 몇 분만 공급되지 않아도 사멸하므로 단백질이나 지방을 포도당신합성(glycogenesis)이라는 기작을 통해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인체는 갖추고 있다. 이렇듯 지방은 보온, 충격 완화, 에너지 저장 및 공급 등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므로 우리 몸은 충분한 지방을 저장하는 것이 과제였다. 유구한 세월을 숙명처럼 굶주리던 시절에 그랬단 얘기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가. 영양은 형편없고 열량만 폭포처럼 넘치는 음식을 탐닉하듯 쫓는다.

이성이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채, 기름과 설탕에 소금, 조미료가 뒤범벅이 된 통속에 빠져 다이어트라는 썩은 동아줄을 잡고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지방이 한계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즉 생리적 필요량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 것과 달리 사람이 자신의 몸에 저장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지방의 한계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사시 뇌에 포도당을 공급하거나, 여름, 가을이 가고 닥칠 겨울 추위를 막아 줄 최소한의 지방량 정도만 유지하고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그 필요성에 비해 현재 우리는 너무 많이 먹고 있음에 하는 얘기다.

▲ 박창희 다이어트 명강사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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