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주혁 주필의 성평등 보이스] 정계와 기업 등 사회 곳곳에서 막말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근 '달창'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다. ‘달창’은 '달빛창녀단'의 줄임말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용어다. 막말로 악명 높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마저 나 대표 발언에 대해 “참으로 저질스럽고 혐오스러운 말"이라며 "보수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여야 4당은 일제히 나 의원을 성토하고 나섰다. 김현아 자한당 의원도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비유해 구설수에 올랐다.

모두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비난도 막말의 형식이어서는 안 된다. 비난에만 그쳐서도 안 된다. 자신이 속한 정당의 동료들이 과거 현직 대통령을 비하하는 등 막말을 서슴지 않은 데 대한 참회와 개선 의지 표명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정치에 발전이 있다. 정치인들이 참회 없이 상대방을 비난만 하다가 머지않아 또다시 그 정당도 막말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악순환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말하고 싶은 내용은 말하되 형식은 예의를 갖추는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 정당의 대표와 원내대표, 대변인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막말을 하지 않고 최소한 첫마디는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등 존중하는 대화를 하기로 합의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소유주나 그 가족인 임원 등이 직원 등에게 폭언 폭행을 가한 일이 최근에 잇따라 발생해 물의를 빚었다. 그 같은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들도 적지 않아 안타깝다. 덕택에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조항이 근로기준법에 신설돼 7월부터 시행된다.

상대방의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비난 모욕 무시하는 독한 말을 퍼부어야 자신이 높아 보이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와 반대로 자신을 한없이 경박스럽고 비천한 존재로 만드는 일이다. 대놓고 화내는 것이 대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화의 목적은 상대방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위나 성별 등에 관계없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말을 하는 것이 결국 나를 높이는 처신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잘못된 속설이 판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상대방보다 더 큰 소리로, 더 독한 말을 뿜어내야만 싸움에서 이기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인이나 기업 오너를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오시범의 선두에 서 있는 형국이다. 일반인들도 가족이나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소리 높여 독설을 발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치 그 순간 그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목표인 양 경쟁적으로 상대방에게 더 상처 주는 말을 퍼붓는다. 얼마 지나면 그때 왜 싸웠는지 기억도 잘 안 나는 일이 대부분인데도 목숨 걸고 치열하게 싸운다. 마치 두 번 다시 안 볼 사람인 것처럼 군다. 사실 대부분은 싸우고 난 뒤에도 계속 가족이나 동료로 지내야 하는데도 말이다.

부정적인 첫마디로 시작해서 비난, 모욕, 자기변호, 도피 등 4가지 위험 요인을 반복하는 것이 이혼 위험이 높은 부부의 대화 방식이라고 가족치료 전문가인 존 고트맨(미국)은 말한다. 반면 행복한 부부는 평상 시 배우자의 단점보다 장점을 중시하려고 노력하며, 갈등이 생겨도 회복시도를 잘 한다. 부부 사이에 긍정적인 말이 부정적인 말보다 최소 5배 이상 되지 않으면 파경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고트맨은 강조한다. 대화를 긍정적인 첫 마디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 영화 포스터

“이 마녀, 악랄한 운동가, 이 괴물은 우리 헌법 전통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군요. 대법원의 수치, 극도로 불쾌한 인간, 사악, 반미주의자, 좀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좀비에요.” 미국 역사상 두 번째이자 현재 유일한 여성 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에게 쏟아진 독설이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성차별 해소를 위해 평생을 바친 그녀의 삶을 다뤘다. 변호사와 법관 등으로 일하는 가운데 예민한 사안들을 놓고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치열하게 다투면서도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기만 하다. “먼저 화내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라는 어머니의 가정교육을 체화한 덕택이다.

이제는 우리의 대화문화가 달라져야 한다. 가정에서부터 지위나 성별에 관계없이 경청하고 존중하는 대화를 하도록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말뿐 아니라 실천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학교에서도 인성교육과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일터와 사회에서도 오시범이 없도록 리더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진정한 문화선진국으로 도약하고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