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록스타뮤직앤라이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장미여관 출신의 육중완이 “밴드는 연애나 결혼과 비슷해 처음에는 잘 맞지만 점점 대화가 줄어 이혼까지 가게 된다. 오래가는 밴드라면 (으레) 멤버들끼리 데면데면한데 우리는 그 조율을 하다 티격태격했고 결국 소원하게 됐다”라고 해체의 배경을 털어놨다. 지난 16일 MBC ‘라디오스타’에서다.

또 그는 “우리는 처음부터 음악 때문에 만난 게 아니라 형과 동생으로서 만났는데 헤어지고 나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돼 정말 안타깝다”라며 “앞으로 동업을 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라고 향후 ‘동업’의 청사진을 밝혔다. 일단 천편일률적인 ‘음악성의 차이’가 아니기에 진솔한 느낌을 주긴 한다.

육중완의 말에 딴죽 걸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한편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뜻이다. 그의 발언을 총정리하자면 ‘밴드는 결혼이고, 동업’이라는 명제에 다다른다. 그렇다면 ‘결혼=동업’이란 등식이 성립된다. 먼저 이 테제부터 풀어보자.

열애 중이거나 결혼을 꿈꾸는 이들에게 결혼은 사랑의 완벽한 결실이자 청춘의 아름다운 종착역이다. 공들인 연애 공사를 완성한 완공식이다. 당당한 성인으로서의 자립의 마감재의 마무리다. 그곳에서 커플은 사랑하는 자식을 낳아 새로운 일가를 이룸으로써 또 하나의 새 역사를 쓰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세월을 보낸 부부에게는 다소 다르게 인식된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라는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하수영, 1976) 가사에 고개를 끄덕일 남편도 아내도 찾기 쉽지 않은 게 현실. 결혼은 남녀가 서로의 편의와 생존을 위해 채택한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졌다.

물론 스마트 시스템의 일상화가 진행 중인 첨단의 시대에 고대 결혼의 속셈을 대입하기엔 무리가 있긴 하지만, 고도의 상업화 시대이기에 그래서 한편으론 ‘결혼=동업’이란 등식에 더욱 고개가 끄덕여질 가능성도 있다. 정서적으로는 반발을 느끼거나 반대할 수 있어도 현실적으론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밴드가 결혼이거나 동업이란 화두는 더욱 확연하게 현사실적으로 폐부에 꽂힌다. 그룹이든 밴드(연주, 작곡, 가창 등을 모두 해내면 그룹 중에서도 밴드)든 예술성의 농도를 떠나 그들이 하는 일의 결과가 산업인 건 자명하다. 자신의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는 건 곧 수입과 직결된다.

모차르트도 베토벤도 귀족과 왕족을 위해 음악을 만든 게 아니라 그런 행위로써 자신의 음악적 성취감을 얻는 동시에 그 성과를 널리 알려 자연스레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고흐가 미친 건 예술적, 철학적 고뇌가 보편타당의 수준을 훨씬 넘기도 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더 컸기 때문이다.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이미지

하물며 대중을 대상으로 한 그룹이 오직 그들의 성취도와 예술의 완성만을 위해 음악을 고민하고 연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런 건 깊은 산속에서 홀로 명상음악을 만드는 도인에게나 적용될 논거다. 그룹은 음악적 취향이나 방향의 통일성 때문에 한 팀이 될 수도 있지만 궁극의 목적은 인기(돈)다.

따라서 육중완의 코멘트에 일부 누리꾼이 쓴 댓글을 매다는 이유는 분명하다. 밴드가 동업인지 모르고 시작했냐는 힐난이다. 만약 동네의 친한 형-동생 사이여서 개러지밴드에 그쳤다면 무관심했을 텐데 부지런히 TV에 출연한 프로 중의 프로가 이제야 그런 회한을 늘어놓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본격적인 상업 대중음악의 시작은 미국이다. 블루스도, 재즈도, 거기에 컨트리앤드웨스턴을 믹스-매치한 록도 모두 밴드를 필요로 했다. 클래식의 대형 오케스트라 수준은 아니지만 무대를 위해서라면 4명 정도는 기본적으로 필요했기에 밴드가 정착될 수 있었고, 그게 록을 상업음악의 주류로 부상시켰다.

장미여관의 음악도 방탄소년단의 그것도 뿌리 혹은 기둥 줄기는 록이다. 다만 인테리어와 표현의 방식이 다를 따름이다. 그룹은 태생적으로 오리지널 멤버로 ‘정년퇴직’하기 힘든 체질이다. 한 가족도 안 좋게 헤어지거나 자연스레 분가하기 마련일진대 돈 때문에 뭉친 남남이 영원한 가족이 되긴 쉽지 않다.

아이돌그룹은 그 정체성 때문에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각자의 길을 가는 게 운명이다. 신화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팀은 상상도 못할 만큼 외환보다 내우를 더 많이 겪었기에 가능한 희귀 예외다. 그들이 한시적으로만 신화로 모이는 서로 다른 소속의 개별자라는 것도 시사 포인트.

최근 ‘보헤미안 랩소디’의 인기에 편승해 퀸과 프레디 머큐리가 새삼스레 재조명되고 있다. 반대로 퀸 때문에 그 영화가 인기를 끄는 것일지도. 여하간, 개러지밴드 수준의 스마일을 이끌던 브라이언 메이는 프레디 머큐리를 만난 뒤 오디션을 통해 로저 테일러와 존 디콘을 끌어들여 퀸을 완성했다.

3명에게 머큐리는 이방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히트곡 다수를 만들고 4옥타브의 가창력으로 인기 최전선에 선 보컬리스트를 3명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영화와 기록은 3명이 머큐리의 정체성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지만 부부보다 더 밀착해 생활한 그들이 모른 척할 수는 있었어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룹의 균열은 안타깝게도 인기도와 비례한다. 멤버 간 인기도의 차이가 커질수록 속도를 낸다. 퀸이 머큐리 사망 후 자연스레 해체‘될’ 때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각 멤버들이 자신의 생산량과 퀸의 총생산량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잘 알았기 때문은 아닐까? 비틀즈, 레드 제플린, 퀸을 배우자.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