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손해사정사 윤금옥의 숨은보험금찾기] 생후 10개월의 아기 B에게 열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이틀 전부터였다. 동네 소아과에서 해열제와 감기약 등을 처방 받아 복용을 시켰으나 열은 좀처럼 떨어지지를 않았다. 특별한 감기 증세가 있는 것도 아닌데 열이 지속되자 소아과에서는 큰 병원에 가 볼 것을 권유했다.

D병원에서는 병명을 가와사키병(점막피부성 림프절 증후군)으로 진단하고 입원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기는커녕 입원한지 약 사흘 뒤부터는 피부발진과 딸기혀 증상이 나타났고, 이에 D병원에서 다시 E대학병원으로 전원을 하게 됐다. E병원에서 가와사키병에 대한 치료를 지속했지만 차도가 없었고 입원 10여일 만에 혈액검사와 골수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식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종양내과로 전원해 항암치료와 면역치료를 받으며 증세가 호전되는듯 하였으나 항암치료 시작 5일도 채 지나지 않아 늘어지기 시작하더니 그러한 증상이 나타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망하고 말았다.

아기가 사망하기 직전 E병원에서 시행한 골수조직검사, 말초혈액검사를 통해 림프조혈계통 악성종양이 의심되자 주치의는 이에 대한 확진 검사를 계획 중이었으나 B의 사망으로 검사가 시행되지 못했고, 주치의는 B의 최종진단서를 ‘기타 명시된 림프, 조혈 및 관련 조직의 악성신생물(C96:7)(의증)”,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D76.1)’으로 발급했다.

생후 1년도 채 살지 못한 아이의 죽음으로 망연자실한 부모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에 보험금조차 신청하지 않고 있었으나, 담당 설계사였던 지인의 설득으로 아이가 사망한지 6개월 후에 보험사에 암 관련 보험금을 청구하게 됐다.

하지만 보험회사에서는 C96에 해당하는 진단이 약관 상 악성신생물에 해당하는 것은 맞으나 이에 대한 확진 검사가 없고 의증으로 진단되었으며, 혈구탐식증(D76)은 암도 경계성종양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암 관련 진단비는 지급할 게 없다고 최종 통보했다.

실제로 D76.1로 분류되는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식증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상 암도 경계성종양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질병분류기호만을 따라서 암진단비 지급이 불가한 것일 것일까?

보험회사에서는 혈구탐식증이 암에 준하는 치료가 필요하며 예후 또한 매우 좋지 않아 초기에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단기간 내에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인정하나 골수조직검사를 통해 D76.1로 확정 진단이 내려진 이상 이를 임상적 악성으로 확대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이전 판례를 근거로 암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유사 질환인 랑게르한스 세포 조직구증식증은 과거에는 혈구탐식증과 같이 D76으로 구분됐으나 현재는 C96으로 구분돼 있기 때문에 혈구탐식증이 C코드로 분류되지 않는 이상 악성으로 볼 수는 없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병명에서도 알 수 있듯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식증’은 여러 원인에 의해 유발되는 현상을 하나의 질환 군으로 정의한 것으로 이를 유발하는 원인질환이 반드시 있는 질병이다. 즉 쉽게 표현하여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이 있는 진단명인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유전적인 요인, 바이러스 감염, 악성종양 등과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

B의 경우를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암에 준하는 치료(항암치료)를 시행하면서 원인질환이 악성종양으로 강력하게 의심된 상태에서 확진 검사를 시행하지 못한 채 사망했으므로, 이는 보험약관 상 임상적 악성의 판단 기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암의 진단 확정에 있어 1차적인 진단 기준 외에 임상적 악성으로 판단하는데 있어 약관상 구체적인 언급이 없기에 사안에 따라 여러 상황 등을 면밀히 확인하여 적용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 천율손해사정사무소 윤금옥 대표

[윤금옥 손해사정사]
-국민대학교 법무대학원 손해사정전공
-한국손해사정사회 정회원
-한국손해사정사회 업무추진본부 위원
-경기도청 학교피해지원위원회 보상위원
-INSTV(고시아카데미) 강사
-대한고시연구원 강사, 한국금융보험학원 강사

-자격사항 : 3종대인손해사정사,4종손해사정사,신체손해사정사,개인보험심사역(AP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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