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7일 첫 방송된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 2: 죄와 벌’은 6.7%의 시청률로 1위에 올랐다. 기득권을 지닌 MBC ‘나쁜 형사’와 SBS ‘복수가 돌아왔다’가 압도적으로 강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어쨌든 대체적인 총평은 조들호 혹은 박신양의 2년 10개월 만의 귀향이 반갑다는 분위기다.

전편의 17.3%의 최고 시청률에 비교하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이제 첫걸음이란 점을 감안할 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우선 시청자들이 강점으로 꼽은 건 군더더기 없이 스피디한 진행, 깔아놓은 모든 판을 미리 보여주고 시작하는 과감함, 그리고 사회악 고발에 대한 정의로움 등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전편에서 검찰총장 후보 신영일 서울지검 검사장을 상대로 싸우는 내부자 고발 등의 공직사회 비리 척결과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을 통해 시청자들의 직접적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면 이번엔 판을 키운 건 맞다. 거대 재벌인 국일그룹 회장 국현일(변희봉)과 대선후보 국회의원 백도현(손병호)이다.

현일은 고압적으로 자식들에게 후계자 수업을 시키며 집안에서조차 군주로서 군림하려는 독재자 스타일이라면, 도현은 여자 친구 강간 혐의로 재판에 계류 중인 비열한 아들 승훈을 구하기 위해 그와 함께 들호에게 무죄인 양 연기를 하는 야비한 인물이다. 들호의 직접적인 대결의 대상은 국일그룹 기획조정실장 이자경(고현정)이다. 소시오패스적 캐릭터인 그녀는 고아였다가 현일에게 발탁된 후 친자식들보다 더 큰 신뢰를 얻으며 오른팔로 성장했다.

들호 역시 고아 시절 자신을 데려와 친자식처럼 키워 검사로 만들어준 아버지 같은 친구인 검찰 수사관 윤정건(주진모)이라는 가족이 있었다. 하지만 다 자란 정건의 딸 소미(이민지)가 갑자기 나타나 아버지의 실종 사실을 알린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소미가 탈탈 털린 집안의 엉망진창인 현장에서 쓰러지자 들호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이번 시즌 들호의 트라우마의 근거는 승훈에게 속아 그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자 피해자가 자신의 승용차로 뛰어들어 자살한 데 있다. 인간으로서의 양심에 대한 가책과 법조인으로서의 판단 능력 부재에 대한 회의다. 한때 검사 및 변호사로서 승승장구하며 사회적 법질서 확립에 이바지했던 그가 노숙자처럼 생활하는 반전도 재미가 충만하다. 게다가 매사에 티격태격하면서도 세상 둘도 없는 친구이자 조수로서 큰 도움을 주는 강만수(최승경)와의 ‘브로맨스’도 색다른 재미를 예고한다. 또 조폭 출신 횟집 사장 안동출(조달환)과 그를 휘어잡는 생활력 강한 아내 오정자(이미도)의 향후 양념 역할도 기대를 모으게 한다.

▲ KBS 화면 캡처

하지만 살짝 실망했거나 전편보다 더 큰 기대를 못 하겠다는 시청자도 혼재한다. 우선 속도감과 몰입감의 차이다. 처음부터 갈등구조를 드러내놓고 그걸 어떻게 풀어갈지에 궁금증을 갖게 하는 자신감은 인정하지만 속도가 빠르다 못해 자칫 경부고속도로인지 호남고속도로인지 분간 못할 정도로 스토리가 툭툭 끊어지는 건 불친절하다는 반응이 있다.

그건 곧 대본과 연출의 콤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 아무리 대선후보의 연기에 놀아나 한 젊은 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는 죄책감과 자책감에 괴롭긴 하지만 변호사를 아예 그만두지도, 그렇다고 죄를 씻기 위해 ‘동네변호사’로서 더욱 선한 일에 매진하지도 못한 채 노숙자처럼 살아가는 모습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제작진이 두고두고 뼈아플 일은 고현정 캐스팅이다. 드라마의 완성도나 재미를 떠나서 고현정의 등장 자체가 불편하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사실 이젠 고현정의 연기력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문제는 이미지다. 스타급이 아닐지라도 배우가 으레 작품이나 캐릭터 선정에 고심하는 건 그 파급효과 때문이다. 그런 만큼 실제 이미지는 더욱 중요한데 예전에 시청자를 무시했다는 이미지가 잔존해있는 고현정 혹은 그녀의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드라마에 몰두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댓글의 요지다.

결국 타이틀롤인 박신양의 고군분투가 안쓰럽긴 하지만 ‘형’을 이기기 힘든 ‘동생’의 태생적 한계를 깨뜨리지 못하는 원인은 엉뚱하게도 박신양에게도, 제작진에게도 있지 않다는 게 생래적 콤플렉스가 되고 말았다.

같은 날 출발한 tvN ‘왕이 된 남자’의 반격도 변수다. 방송 후 다음날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선 시청률 공동 2위인 ‘왕이 된 남자’가 ‘조들호2’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상위권에 둥지를 틀었다. 화제성과 기대감이 만만치 않다는 증거다. 전날 ‘왕이 된 남자’를 본 시청자들은 물론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놓친 시청자들이 반응과 내용을 검색한다는 근거다.

어찌 됐든 ‘조들호2’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법조 드라마 속에서 눈에 띄는 건 사실이다.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떠나 법정이나 법조계를 무대로 한 작품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조들호2’의 피해자에서 보듯 법이 그 외침만큼의 합리성이나 합목적성을 갖추지 못한 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나온 지 250년이 넘었음에도 그의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지만 도처에서 사슬로 얽매어있다”라는 테제는 아직도 유효하다. 또 “세상만사 모든 건 근본적으로 정치와 관련된다”라는 명제는 더욱 설득력이 강해졌다. ‘조들호2’의 모든 에피소드는 경제이기에 곧 정치고, 조들호를 비롯한 서민들은 사슬로 얽매어있기 때문에 탈출하고자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과연 조들호는 법으로 시청자들에게 어떤 카타르시스를, 탈출 방법을 제시해줄 것인가?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