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이성우의 세계와 우리]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에서 기존의 군사적 대결을 중지하고 평화공존으로 국면이 전환되는 과정에 북한과 자신의 주도적 역할이 핵심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2019년에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미북관계에 있어서도 미국에 끌려가지 않고 대등한 입장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공존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내용 면에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나 ‘경제에 대한 강조’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신년사와 달리 국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기대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평화와 번영에 대한 내용 면에서 뿐 아니라 집무실에서 발표하는 형식은 통상적인 국가 비전의 제시에 가깝다는 점에서 정상국가의 면모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신년사가 매년 경제 분야에 대한 언급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지만 2019년 신년사의 특징은 군사안보보다 경제발전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대결의 종식과 평화협력이 북한의 경제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선행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결과 도발에 대한 위협보다 평화와 협력에 대한 의지를 우회적인 방법으로 더 강하게 표현하려 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의 여러 분야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을 논의하는 과정에는 식량생산과 소비재 생산을 통한 인민생활의 질의 향상을 강조함으로써 이른바 애민사상을 통해 정상국가의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부각시키려하고 있다. 경제발전 전략에 있어서도 전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수급이 경제성장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군수공업분야도 군사장비의 생산이 아니라 농기계와 건설기계에 중점을 둘 것을 강조하면서 군사적인 대립과 군비증강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자립경제, 경제건설, 사회주의 건설을 내세우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경영의 합리화, 인재육성, 과학기술을 위한 교육개혁과 산학협력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정상국가로 나아가기위한 제도정비와 체제개혁을 준비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비전에 있어서도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 국가제일주의, 자립경제, 자위적 국방력과 같은 국가중심의 정책목표를 언급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북한 최고의 정치기관인 당은 물론 정부조직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인민의 이익을 최우선시 및 절대시’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문맥에서도 당 정책을 관철하는데 주인은 인민대중이며 인민대중이 정책의 판단과 평가의 궁극적인 기준임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북한이라는 ‘인격체로서 국가’가 추구하는 목표는 ‘물리적인 국가’인 북한을 세상에 내세울 만한 ‘소중한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북한 당국은 신년사를 통해 2018년을 한반도의 대립과 분열에서 평화와 협력으로 국면이 전환된 역사적 전환점으로 규정하고 2019년에도 군사적 긴장완화와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남북관계를 평화번영과 통일로 이끌어가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평화협력기조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방법에 있어서는 남한은 교류와 협력의 상대방이라는 점을 그리고 비핵화의 상대방은 미국이라는 점과 비핵화를 위해서는 단계적 제제완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리하여 강조하고 있다.

교류협력에 관한 남한에 대한 요구조건은 두 가지로 명확하게 요약된다. 하나는 남북한의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평화분위기를 고착하기 위해서는 한미군사훈련의 중단과 미군의 전략자산의 한반도 유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에게 현실적인 안보위협을 제거하고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불완전한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나머지는 북한의 경제적 발전을 위해서 요구되는 남한의 지원을 얻어내야 한다는 목표가 있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체면을 차리면서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남북협력의 상징으로 알려져 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아무런 조건 없이 재개할 것을 밝히고 있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의 협상 당사자는 미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비핵화를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과 양자관계의 문제로 규정하고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북한은 이에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하는” 단계적 접근을 주장하면서 미북 양자관계에 달려있음을 명시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북한은 한걸음 더 나가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미국이 고질적인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 상호인정하고 존중하는 협상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북한 김정은 신년사에 담겨있는 의도에 대한 정책적 해석과 함께 우리의 대응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은 신년사 서두에서 핵과 경제발전의 병진노선은 완성된 것으로 선언함으로써 국내적으로 체제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대외적으로도 자주국가의 면모를 과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병진노선의 완성 위에 평화와 번영을 향한 국가운영의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선대의 유훈인 병진노선이 바람직한 비전의 제시였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3대 세습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병진노선의 완성자로서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였다. 이와 함께 비핵화와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추구하는 자신의 새로운 통치방식을 차별화함으로써 상이하고 충돌할 수 있는 정치적 목표를 효과적으로 절충시켰다. 대외적으로도 최빈국, 불량국가(rogue state) 그리고 인권억압 국가의 오명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발전방향을 평화와 번영으로 전환하면서 통치의 자신감을 표명하고 정상국가의 면모를 대내외에 선언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둘째, 김정일 정권 시기에는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와 고난의 행군으로 주민에 대한 감시와 억압을 통해서 정권의 생존을 확보했다면, 김정은 정권에서는 경제발전을 통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함으로써 국내적 체제안전을 추구하겠다는 정책전환을 의미한다. 정확히는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안보를 확보한 가운데 주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함으로써 주민들의 지지와 존경을 받았던 김일성 정권의 통치 패러다임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정책적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주민에 대한 통제와 삶의 질 개선이 어느 수준에서 균형점을 이룰지는 알 수 없지만 김정은 정권은 적어도 주민에 대한 통제와 함께 자발적 지지를 동원하기 위한 경제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경제발전을 위한 통풍구가 한국과 미국에게 주어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기회요인이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셋째,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체제생존을 위해서 한반도 비핵화는 국가생존이 담보되는 바탕 위에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추진하겠다는 정책방향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문제는 북한은 비핵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사가 분명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체제생존이 확실히 보장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서 회의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북한 문제에 대한 강온 또는 신뢰여부에 따라 친북좌파나 수구우파로 서로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통해 남남갈등의 발화점이 된다.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북한 문제에 대하여 평화와 번영을 목표로 하는 논의가 아니라 선거에서 이념구도의 틀로 지지자를 결집하고 반대자를 걸러내는 정책이슈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끝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남북과 미북 사이에 존재하는 불신의 현실적 괴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평화와 번영은 가능해진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 번의 합의로 모든 것이 보장되는 만병통치약이기보다는 관리와 노력이 필요한 만성질환에 가깝다. 미국은 비핵화 이후에 제재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북한은 단계적으로 비핵화와 제재완화의 보조를 맞추어 나갈 것을 주장하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미국과 북한의 상호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안보조건의 미세한 변화에도 협상의 한쪽이 신뢰의 의지를 거두면 비핵화로의 정상궤도에서 벗어나게 된다. 불안정한 비핵화 과정에 대한 해법은 비무장지역 내 초소의 철수, 공동유해발굴 그리고 철도협력과 같이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유엔의 제제의 범위를 소극적 또는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통해 상호교류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신뢰구축의 노력을 통해서 관리될 수 있다.

▲ 이성우 박사

[이성우 박사]
University of North Texas
Ph. D International relations
현)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