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10주간 10%의 몸무게를 감량하는 텐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필자의 아내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지난 한 달간 가져온 생활습관의 변화가 아내의 체중 감량을 이끄는 일등공신임은 부인할 수 없다. 과자 등 야식을 즐기며 TV를 보던 습관은 다이어트 시작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 나이트 스낵 대신 크런치나 스쿼트 등 무산소 저항 운동으로 근육을 붙이고 체형을 잡아가며 TV 시청을 한다. 원래 TV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필자는 저 바보상자도 좀 꺼버리면 안 되나 하고 나서다 핀잔을 듣는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라며 아내는 내게 일침을 가한다. 맞는 말이다. 지킬 수 없는 무리한 결심이 좌절을 부르고 결국 그것이 우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스스로 세운 초강력 원칙들을 파기했으므로 좌절감을 맛본 다이어터는 자신에게 성공할 힘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무리한 결심이 유발한 조바심이 부담으로 작용하면 결국 체중 감량 희망자 대다수는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약간의 부족함을 허용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지고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한다.

실수를 용인하며 작은 변화를 조금씩 추구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야식을 끊고 운동을 시작하자 아내의 체중과 몸의 형태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작이 제대로 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 초기 상태의 다이어터는 누군가 호의든, 장난이든 과자 한 조각을 권했을 때 무심히 고개를 저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마치 나는 너와 다르므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듯, 당당하다. 급격한 변화의 원천은 내면에서 샘솟는 일종의 자존감이다.

자신감을 얻음으로 자존감을 찾은 다이어터는 주위의 자극과 격려를 거부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이 모습은 과자 봉지를 뜯으며 행복해하던 이전의 유약한 모습과 확연히 대비된다. 변화와 함께 또 다른 삶이 있음을 깨닫게 된 다이어터는 물먹은 고치같이 몸을 휘 감싸던 외투를 과감히 벗어 던진다. 이때 주변인의 셈은 복잡해져 그에게 우려가 섞인 측은감과 모종의 의심스러운 감정을 동시에 갖게 된다. 딱하고 안됐지만 바뀐 생활을 네가 얼마나 지속하겠느냐는 거다.

가족 중 누군가 다이어트라는 명목으로 식탁 위 음식을 골라내기 시작하면 유사한 라이프 패턴으로 동질감을 갔던 그룹은 물과 기름처럼 분리된다. 기존의 생활을 답습하던 그룹의 일원이 이탈자와 다시 과자를 나누던 일상으로 돌아갈 바램을 갖거나, 드물지만 그것을 요구하는 일이 다이어터를 힘들게 한다. 마치 이적한 선수가 친정팀과 경기를 할 때, 서로 힘들 듯 동질감을 상실한 구성원 간 서로를 지켜보며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다이어터와 한 지붕 아래 동거하는 가족은 그 노력을 돕는 조력자가 되거나, 또는 그 노력을 훼손, 방해하는 자가 되거나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다. 물론 훼방은 놓지 말아야 한다. 혹은 어설프게 도우려면 차라리 무관심해지거나. 다이어트는 무인도에 홀로 살지 않는 한 본인의 의지로 모든 게 가능한 분야가 아니다. 아내가 살까기를 시작한 근 한 달여 필자의 생활을 돌아보자. 성장기의 중3 쌍둥이는 음식을 입에 달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초겨울 긴 밤을 그저 지낼 수 있겠는가.

필자가 녀석들에게 야식을 먹이던 중 돌아보니 아내는 크런치 틀 위에서 목표를 채우기 위해 바들바들 떨며 올라오고 있다. 연이어 버티고 선 채 거친 숨소리를 내며 양팔에 아령 들고 내리기를 반복하는데 마치 큰 거미를 연상케 한다. 어른에게 음식 권하는 예절을 아깃적 배운 큰놈은 인간 거미에게 치즈 스틱을 권한 후 되레 욕을 한 바가지 먹는다. 필자 역시 권할까 하다 큰놈 꼴이 되기 싫어 포기하고 만다. 왁자지껄 먹는 소리, 체중계의 눈금을 끌어내리기 위한 아내의 애처로운 숨소리와 함께 어두운 겨울밤은 그렇게 깊어 간다. 다음 호에 계속.

▲ 박창희 교수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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